7년간 경찰 보호를 받아야 했다. 출퇴근길 사복 경찰과 늘 함께했다. 동료 기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보호 사실 자체가 누설되면 또 다른 위험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특종 후폭풍으로 여겼다. 하지만 아빠로서는 힘든 시기였다. “7년 동안 한 번도 자녀 등·하굣길을 함께하지 못했다.” 12월4일 〈시사IN〉 저널리즘 콘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호세 마리아 이루호 〈엘파이스〉 탐사보도팀장이 콘퍼런스가 끝난 뒤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탐사보도의 가치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암흑 시절 걸음마 수준이었던 스페인 민주주의를 뛰게 했다.”

이루호 팀장은 콘퍼런스 전날 서울에 도착했다. 오는 데만 13시간이 걸렸다. 시차 피로에도 불구하고 그는 콘퍼런스 내내 자리를 지켰다. 콘퍼런스 뒤 강사들과 차담회 때 이루호 팀장은 주진우 기자 강연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나도 소송을 많이 당하는데, 스페인에서는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다.” “주 기자가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히 검사를 비판하다니? 오 마이 갓(웃음).” 

이루호 팀장의 강연 가운데 뜨끔한 부분도 있었다. “에디터(국장)들은 돈이 많이 들고 취재 기간이 길어서 탐사보도를 부담스러워한다.” 나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부인은 못하겠다. 누군가 두세 달에 걸쳐 탐사보도 취재를 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매주 기사를 써야 한다. 모두가 장기 취재를 하면 지면을 채울 수 없다. 탐사보도는 한 기자의 이름이 아니라 한 매체의 ‘작품’으로 기억되는 게 맞다.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탐사보도를 할 수 있게 다른 기자들이 빈 구석을 메워왔다. 주 기자의 MB 프로젝트가 이번 호로 막을 내린다. ‘MB 프로젝트Ⅰ(제519호)’을 커버스토리로 올릴 때 ‘뜬금없다’고 반응한 독자도 적지 않았다. ‘MB 프로젝트Ⅱ(제523호)’ 표지 제목대로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는 SNS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취재는 살아 움직인다. 제보가 들어오거나 막힌 곳이 뚫리면 ‘MB 프로젝트’는 다시 시작된다. 지난 5년간 끌어온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보도 관련 소송도 무죄로 끝났다. 남은 소송이 적지 않지만 주 기자의 사법활극은 늘 승리로 끝났다. 제보도 구독도 후원도 주 기자와 〈시사IN〉에게 큰 힘이 된다.

기자명 고제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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