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월4일에 이어 7월28일 두 번째로 화성 14호를 발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백두산 엔진 추력이 RD250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부피 문제로 절반으로 줄였으리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7월28일 화성 14호 발사 후 미사일 전문가인 미국 존 실링 박사나 시어도어 포스톨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명예교수 등이 의문을 제기했다. 2단 추진체의 연소 시간을 고려할 때 북한이 보유했을 정상 탄두(탄두 무게 500~600㎏)를 장착할 경우 발사 초기 추정했던 1만㎞대 사거리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정상 탄두보다 가벼운 200~300㎏의 모의 탄두로 사거리를 늘리는 눈속임을 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75일의 침묵 끝에 북한이 11월29일 화성 15호를 발사했다. 발사 직후 국내외 전문가들이 2단 추진체에 관심을 기울인 건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미사일의 주 엔진이 있는 1단 추진체를 손대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짧은 시간에 새로운 엔진을 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단 추진체의 보조 엔진 수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무한정 가능한 게 아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난관을 돌파했다.
다음 날인 11월30일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화성 15호 관련 사진과 발사 장면 동영상을 보면, 문제의 1단 추진체에 백두산 엔진을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장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화성 15호의 엔진 추력은 1단 추진체만으로도 80~90t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 2단 추진체의 부피가 화성 14호보다 커져 1단 추진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볼 때 보조 엔진의 수도 6개 정도로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와 산화제의 양이 늘어나면서 길이도 2m가량 늘어났다. 기존의 8축짜리 ‘자행 발사대(TEL·이동식 발사대)’ 대신 9축짜리 발사대를 새로 제작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미국,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로 압박
이제 다음 순서는 무엇일까?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반응을 지켜보며 다음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다. 미국의 대응 방향은 이미 윤곽이 드러났다. 원유 공급 중단과 해상 봉쇄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29일(현지 시각) 시진핑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1월30일(현지 시각) “북한의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주동력은 원유다.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무역의 90%와 유류 공급의 30%를 각각 차단했지만 원유는 여전히 공급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중국이 미국 요구대로 원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원유 공급 중단과 더불어 미국이 강력하게 고려하는 게 해상 봉쇄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관계자는 11월29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해상 차단과 원유 공급 중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해상 차단의 경우 여러 형태가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갈지, 국내적으로 할지 안보리 결의안에 녹일지 등을 고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 예비역 소령 그레그 킬리는 11월19일자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 기고문에서 대북 군사 공격과 북한 핵 보유 용인 등 두 가지 선택 외에 제3의 북한 대응법으로 해상 봉쇄를 거론했다. 그는 “제재와 마찬가지로 반항하는 국가를 서서히 질식시켜 백기를 들게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0월 CNN 특파원이 평양에서 인터뷰한 북한 관리는 자신들의 핵 억지력을 미국에 충분히 과시하기 전에는 미국과의 외교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핵 억지력 과시의 방법으로 “핵탄두의 공중폭발이나 대형 수소폭탄 시험 그리고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들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은 화성 15호 발사로 입증했다. 그 외 대형 수소폭탄 시험은 풍계리 3번 갱도를 통해 언제든 가능할 것으로 파악된다. 핵탄두의 공중폭발은 지난 9월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발언한 “역대급 수소폭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성 14호나 15호의 산화제인 N2O4 (사산화이질소)는 영하 11℃ 이하에서는 얼어붙어 사용하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적연질산을 섞어 겨울에 쓰기도 하지만 추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북한이 11월29일 화성 15호를 발사하고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도 이런 요인을 감안했기 때문일 수 있다. ‘태평양 상 폭발시험’을 결심했다면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결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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