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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뮤덕’의 성지 아트원씨어터

중림로 새우젓 (팀명)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2월 07일 목요일 제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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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19일. <맘마미아> <맨오브라만차> 등 ‘뮤지컬 대작’이 개막을 앞둔 시점에 생소한 이름의 소극장 연극 <나쁜 자석>이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차지했다. 공연 1차 티켓 예매가 시작된 당일 오전에 64%를 팔아치운 덕이다. 11월14일 있었던 사전 공연 5회차 예매는 1분 만에 매진 사례를 보이며 언론에 ‘자석 신드롬’이라 언급되기도 했다. 그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케팅이라는 뜻)’ 현장에 나도 참전했다. 연극 뮤지컬계의 인기 배우 송용진·김재범·정문성 등이 출연하는 데다 2005년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재연되며 알음알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더불어 그 무대가 ‘아트원씨어터(이하 아트원)’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아트원이 ‘덕후의 성지’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트원은 2009년 개관 후 초반에는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와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아이러브유>같이 대중성 있는 공연을 주로 올렸다. 문근영 등 유명 스타의 연극 도전 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3년차에 접어든 2011년부터 이른바 ‘연뮤덕(연극·뮤지컬 덕후)’ 사이의 명작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등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어서 2015년까지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여신님이 보고계셔> <셜록 홈즈> <트레이스유>와 연극 <모범생들> 등 많은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국내 창작극들을 올리며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우일 그림

아트원은 배우의 동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중앙 무대와 움직임의 깊이감을 더하는 측면 무대, 앞뒤의 높낮이 차가 큰 좌석 배치로 인해 어디에 앉더라도 시야가 보장되는 극장이라는 칭송이 자자하다. 이러한 공연장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업인 의사를 관두면서까지 극장 설계 구석구석 극진히 매달렸던 극장주와 공연기획자 출신 공동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소극장 하면 좁은 무대와 등받이 없는 계단식 좌석, 휴게실은커녕 화장실도 없던 곳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괜찮은 전용 극장 하나 만들어보자고 두 대표가 의기투합해 아트원을 지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지고 몇 년, 연뮤덕 사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이 아트원에 올라오면 좋겠다!”라고 바라는 나날이 이어졌고, 아트원에는 두근두근한 기억이 쌓여갔다.

화장실에 작품 대사 차용한 안내 문구를 적어두는 센스!

영화(榮華)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공간 대관사업의 대상으로 선정되며, 아트원에는 실험적이면서도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던 공연 대신 영세 공연단체의 무대와 초연 창작극들이 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영세 단체가 많다 보니 생소함을 호기심으로 바꿔줄 홍보도 부족했고, 공연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입소문을 탈 시간도 없었다. 관객들의 발길은 점점 끊어졌다.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 역시 한몫했다(<시사IN> 제489호 ‘메르스 예산에도 블랙리스트 작동했다’ 기사 참조). 그 밖에도 해충 방역 및 층간소음, 비상시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아트원 자체를 꺼리는 관객도 많이 늘었다. 개관 당시에는 이전보다 분명히 나은 시설이었지만, 그간 더 좋은 극장 경험이 축적된 관객들의 바람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었다.

10년도 안 된 공연장을 빛바랜 추억처럼 되새김질하는 입맛이 쓰다. 그래도 섣불리 아트원을 과거의 이름으로 돌리긴 어렵다. 마침 올해부터 <나쁜 자석>에 이어 <프라이드> <오펀스> <M.버터플라이> 등 아트원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성 높은 공연이 속속 올라왔다. 오는 12월에는 아트원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던 <거미여인의 키스>도 다시 돌아온다. 방역 등에 대한 관객 건의 사항에 성실하게 응대하며, 화장실에 작품 대사를 차용한 안내 문구를 적어두는 센스를 지닌 스태프들도 여전하다. 추운 날을 뜨거운 감동으로 데워줬던 아트원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이어지기를, 겨울의 초입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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