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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여성 고용

여성은 저임금 업종과 낮은 직위에 고용된 비중이 높다. 교육과 훈련 격차가 사라진 지금도 성별에 따라 직종이 분리되면서 OECD 국가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7년 12월 05일 화요일 제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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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여성의 노동과 일·가정 양립을 연구해온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를 11월21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시사IN 이명익
윤자영 충남대 교수는 신규 채용 여성 비중, 승진 성차별, 임금 성비 통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주요 은행에서 일반 정규직에는 여성을 30% 수준으로 뽑았다.

‘괜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사무직 관리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더 적합하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여기도록 만드는 직장 문화가 있다. 접대해야 하고, 당연히 야근은 해야 하고. 문화가 그러니 본인들이 봐도 여성이 와서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안 뽑고, 안 뽑으니 안 바뀌는 악순환이 아닐까.

반대로 처우와 승진 가능성이 낮은 하위 직군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경향이 한국 전체 노동시장에서도 관찰되나?

여성은 저임금 업종과 낮은 직위에 고용된 비중이 높다. 과거에는 주로 남녀의 인적자본 차이, 즉 교육과 훈련 기회 부족이 이런 현상의 대부분을 설명했다. 교육과 훈련 격차가 사라진 지금은 개인적 특성으로 인한 성별 임금격차는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에 따라 직종이 분리되는 현상은 공고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이러한 성별 직종 분리와 결합되면서, 동일한 인적자본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남녀 노동의 가치가 동일한지, 그리고 그에 따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따지기 어렵게 만든다. 앞으로도 더 심화될 확률이 높다. 기술 변화 중에도 인간이 할 수밖에 없는 노동이 대인 서비스다. 대인 서비스는 여성이 잘한다는 인식이 있다. 특히 새로 생긴 돌봄 서비스 일자리는 여성이 집중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런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단계에서부터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하고 사회적 지위도 낮다는 점이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 참 어려운데도,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경험과 지식, 숙련이 별로 필요 없고 따라서 보상을 적게 해도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은행 전체 성비는 5대5이거나 여성이 더 높은데, 알고 보니 여성 10명 중 3~4명이 하위 직군 소속이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2006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AA)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은 직종별·직급별 남녀 근로자 현황을 고용노동부에 내야 한다(주요 은행 5곳 모두 대상 사업장이다). 이때 전체가 아니라 직급별로 남녀 비율을 관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신규 채용 여성 비중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승진과 보상에 성차별 소지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일도 여전히 필요하다. 성평등임금공시제(성별 임금격차 현황을 보고하고 개선 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 논의도 있는 만큼 임직원 임금의 성비 통계도 관리해야 한다.

주요 은행 5곳에서 모든 직급을 통틀어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60% 수준이거나 그에 못 미친다. 금융권만의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은 64만원을 번다. 어느 정도 그 격차가 줄어들다가 이 수준에서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건 근속연수다. 결혼과 육아로 노동시장을 빠져나간 여성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들어오면 저임금 일자리나 시간제 일자리에 몰린다. 그다음이 기업 규모다. 여성 노동자 대부분이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육아휴직이 잘 보장된다고 알려진 금융권에서도 육아 등의 이유로 중도에 그만두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실적 압박이나 상시 구조조정 타깃이 되는 등) 다른 요인이 있을 것 같다. 여성 고용률이 1963년 34.3%에서 2016년 50.2%로 높아졌지만 전통적으로 해왔던 가사와 돌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으로 잘나가는 여성을 보면 대개 집에서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있거나, 한 달 몇백만원 하는 베이비시터 월급을 감당할 수 있는 여성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다녀와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쳐야 하는 ‘허들’이 있다.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또 힘들다. 야근하면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14년 기준으로 육아휴직을 마치고 1년 후 같은 직장에 남아 있는 여성이 56.6%에 그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장에서는 그마저도 활용을 못한다. 육아휴직을 못 가는 이유를 물어보면 제일 많이 꼽는 게 동료 눈치다. 회사들이 한 사람당 노동량을 80% 정도 쓰고 있어야 누가 빠져도 굴러갈 수 있는데, 지금은 사람 한 명이 120% 일을 한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늘고는 있지만, 남자든 여자든 육아휴직을 쓰면 ‘쟤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구나, 조직에 헌신하려는 마음이 없구나’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다.

ⓒ시사IN 포토
여성 고용률이 높아졌지만 여성은 가사와 돌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정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 방지를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추진하기도 했다.

맞다. 여성 고용률을 높인다며 굉장히 관심을 갖고 돈을 쏟아부었다. 결혼하고 출산·육아로 퇴직한 여성 은행원들이 타깃이 되어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많이 갔다. 업종은 다르지만 이전 직장이 장시간 노동 사업장이라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다시 일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여성도 만났다. 그런데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본래 취지는 이를 통해서 사회 전반의 장시간 근로 문화를 좀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그런 효과는 잘 내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인터뷰한 사례들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 고용주들이 인건비를 지원받는 차원에서 손님이 가장 많을 때 싸게 사람을 쓰는 식으로 이용되었다.

경력 단절을 연구하다 보면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기도 한다. 어린이집이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지만 오후 4~5시면 애들 다 가고 없으니 일찍 데려와야 마음이 편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낮 12시나 1시면 수업이 끝나 집에 와야 한다. 보육시설이 저녁 7시까지 하는데 학교가 왜 낮 12시만 되면 애들을 집에 보내나? 오후 3~4시까지 하면 안 되나? 여성 고용률이 몇 퍼센트 올랐는데 아직 그대론가?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현실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니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그 현실을 바꿔주는 게 먼저라고 본다.

일·가정 양립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노동시간은 왜 여자만 바꾸나? 장기적으로 남녀 모두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게 오래 걸린다면 적어도 정시 퇴근해야 하고,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세한 민간 기업들은 ‘빨간 날’을 개인 연차를 소진해 쉰다. 그럼 남는 날이 며칠이나 되나. 아이가 아프거나 하면 도와줄 사람도 없고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퇴사로 이어진다. 연차만 제대로 쓸 수 있어도 육아 부담 때문에 여성들이 그만두는 일이 훨씬 덜 일어날 거라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생기거나 출산 등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을 하게 됐을 때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건, 결국은 그동안 겪었던 노동시장에서의 일자리 경험상 전망도 없고, 임금도 안 오르고,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없는 현실을 고려한 나름의 합리적 선택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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