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 정부가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통화 발행에 의한 자금 조달)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ICO라는 용어도 생소한데, 이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무엇일까? ICO라는 용어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신규 주식공개)를 연상시킨다. IPO는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ICO는 비트코인이 아닌 새로운 가상통화를 처음으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거래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IPO와 유사하지만 사실상 전혀 다른 개념이다.

ICO가 전개되는 방식은 이렇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이가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백서(White Paper)를 공개한다. 백서를 살펴보고,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현금화하기 쉬운 기존 가상통화로 투자한다. 사업을 벌이는 이는 투자의 대가로 투자자에게 프로젝트에 대한 가치를 담은 ‘새로운 가상통화’를 만들어 제공하는데, 사업자는 이 신규 가상통화에 투자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권리를 자율적으로 설정하여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ICO 방식으로 투자받는다면, 사업자가 게임에서 특정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담은 신규 가상통화를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가로 제공하는 식이다.

가상통화 거래소인 ‘코인마켓캡’에 게시된 가상통화 가치 순위.
프로젝트에 대한 수익 배분 권리를 신규 가상통화에 담을 수도 있다. 이처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들이 새롭게 만들어 유통하는 가상통화를 ‘알트코인(Alt Coin:대체 성격을 가진 화폐)’이라고 한다. ICO의 투자자들은 투자의 대가로 받은 새로운 알트코인을 계속 보유하여 이 가상통화에 담긴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고, 알트코인을 제3자에게 매매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가상통화에 대한 거래가 시작된다. 가상통화 거래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17년 10월12일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상통화의 종류는 1000개가 넘는다.

모금 방식만 놓고 보면 ICO는 크라우드 펀딩과 닮은 점이 많다. 킥스타터나 와디즈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회사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투자금을 모은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플랫폼 운영사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내부 정책에 따라 자금을 모집할 회사나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이용자들에게 선별된 회사와 프로젝트를 소개해 투자금을 모아 전달한다.

오늘날 활발하게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보상형과 지분형이다. 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은 해당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성과물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 제작 프로젝트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영화 티켓을 보내주는 식이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한 사람에게 투자 대상 회사의 주식을 제공해 주주로서의 권리를 부여한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대가로 플랫폼 운영자들은 투자를 받은 회사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로부터 약정에 따라 플랫폼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은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업체만이 법률상 정해진 방법과 절차를 준수하여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다.

ⓒ연합뉴스9월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련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ICO와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큰 차이는 이 플랫폼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ICO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없이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가 직접 사람들에게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투자를 받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플랫폼 운영자가 선정하지 않은 회사나 프로젝트는 투자를 받기 어렵다. 펀딩을 받고자 하는 회사는 법률에서 정한 항목에 대해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투자자는 법률에서 정해놓은 제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ICO를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면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고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ICO를 진행하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서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지분형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의 대가로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부여해야 하므로 투자자에게 상법에 따른 주주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반면 ICO의 경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가 유연하게 신규 가상통화에 어떤 권리를 담을 것인지만 정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ICO를 금융의 혁신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ICO가 초기 기업의 주된 자금 조달 방법인 벤처캐피털(VC) 투자보다도 효율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투자자 보호의 측면에서 ICO가 바람직한 수단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ICO로 자금을 조달받으려는 사업자는 시장에서 비교적 자리를 잡았고 법정화폐로 교환하기도 쉬운 비트코인·이더리움을 얻는다. 투자자에게는 가치가 증명되지 않은 신규 가상통화를 발행해 제공한다. 이는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한다고 볼 수 있다. 자금 조달 후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투자자가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도 마땅찮다.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백서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고 투자 위험에 대한 사항이 충분히 포함되었으리라 보기 어렵다. ICO를 진행하면서 백서의 프로젝트 내용을 잘 소개하여 투자자를 유치하기보다는 특정 유명인이 ICO에 참여했다고 홍보하여 투자자를 모집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체가 백서에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

ICO 정의조차 분명하지 않은데 서둘러 금지

이런 이유로 미국·중국을 비롯해 최근 ICO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7월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라는 ICO 플랫폼에서 발행하는 새로운 가상통화를 경우에 따라 증권으로 인정하고 관련 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도 9월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난 9월29일 “기술·용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라며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ICO의 정의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ICO를 전면 금지하는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는 단순히 ICO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므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는데, ICO의 어떤 측면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보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ICO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정부가 어떠한 측면이 법률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았는지 설명했다면, 향후 유사한 기술이 출현했을 때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았을까.

아무리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이 기술로 인해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에는 정부가 마땅히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방식이다. ICO로 해석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금지한다면, 단기적으로 ICO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치 때문에 위법적인 요소와 관련 없는 새로운 기술 요소의 발전도 기회를 잃게 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부의 균형 있는 접근과 조치가 필요하다. 신기술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위법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기술 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기술로 인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자명 이나래 (변호사·포도트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