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신청하다
서울시의 경우, 2014년부터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보급·지원한다. 2011년 3월 일본 대지진과 같은 해 9월 ‘서울 대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에너지 절약을 통한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도입되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 보급·지원은 이 정책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서울시 전체 366만 가구(2016년 기준) 중에서 3만508가구(2017년 6월30일 기준)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 업체를 찾았다. 서울시는 7개 업체를 선정했다. 7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협동조합이다. 해드림협동조합에 전화를 걸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아파트라고 했더니 이것저것 묻는다. 몇 층인지 어떤 용량의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려고 하는지 등등. 260W 발코니 거치형 미니 발전기를 가장 많이 선택한다기에 그걸로 정했다. 비용은? 설치 가격이 61만5000원인데 시에서 41만5000원을 보조한다. 자기부담금은 20만원이다. 요즘은 구청에서도 태양광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구의 보조금이 5만~10만원인데, 그 예산이 소진되면 받을 수가 없다. 은평구의 경우, 올해 지원 예산이 소진돼 보조금을 받을 수 없었다(시와 구의 보조금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반기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는 게 더 이익이다). 업체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신청자가 밀려서 대기 시간이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한다.
전화 상담을 하다가 어떤 질문에 대답이 막혔다. “집이 남향인가요?” 이사 올 때 들었던 것 같은데… 모른다고 하자 업체에서 확인한다고 했다. ‘내가 사는 집, 방향을 어떻게 알 수 있지? 설치 공사할 때 나침반을 들고 오나?’ 아무튼 간단하게 업체와 통화 완료.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한 날. 아침에 발코니를 청소했다. 발코니에 쌓아두었던 물건을 창문 반대편으로 밀어냈다. 이상일 해드림협동조합 이사가 집에 왔다. “집이 정동향입니다.” 어떻게 알았을까?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 신청을 받으면 업체는 포털 지도에 들어가서 로드뷰 등을 이용해 발코니 방향을 파악한다. 한국은 남서향 방향의 아파트에 설치했을 때 효율이 제일 좋은데, 이 집은 동향이라 효율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260W 발코니 거치형 태양광 전지(태양광 패널·165×99㎝)는 예상보다 커 보였다. 혹시 발코니에 걸어두면 무게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상일 이사는 설치하기 전에 아파트 건축 연도를 체크해왔다. 안전을 위해 지은 지 얼마 되었는지 미리 체크하고, 방문 후에 발코니 상태를 점검했다. 태양광 패널의 무게는 22㎏. 건축법상 발코니는 500㎏ 하중을 견딜 수 있다. 태양광 미니 발전기를 거치하기에 충분하다.
플러그를 꽂으니 5분 후부터 태양광 미니 발전소가 자가 발전을 시작했다. 전력량 계측기에 실시간 발전량과 누적 생산량이 숫자로 표시되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껴도 빛이 있으면 발전을 한다. 밤에만 발전을 멈춘다. 집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가 숫자로 표시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태양광으로 전기가 생산된다’고 하니, 신기한 듯 오래 쳐다보다 한마디 한다. “헐.”
서울시의 보조금을 받아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한 경우에는 ‘5년’이 중요하다. 설치일로부터 5년 동안 무상으로 하자를 보수해준다. 또한 5년 동안 의무적으로 설치해두어야 하고 이전할 경우 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 태양광 발전 모듈의 수명(제조 시점에서 성능이 20% 하락하는 기간)이 20년이 넘는다고 하니, 설치 후에 황사비가 내리거나 먼지가 쌓이면 물을 뿌려 대걸레로 닦아주기만 하면 된다.
■ 전기를 숫자로 보다
설치 후에 전력 측정계로 실시간 전기 생산량을 보고 나니 느낌이 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측정계를 들여다보았다. 발코니에 햇볕이 강하게 들어오면 실시간 발전량이 어디까지 올라가나 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아침마다 측정계를 확인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를 숫자로 확인하는 것의 위력이 느껴졌다.
큰아이와 함께 발전소 이름을 정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했으니 발전소 이름을 뭐라고 정할까?” 큰아이가 한참을 궁리하다 내놓은 이름은 ‘밥값 발전소’였다. 태양광도 자기 밥값은 해야 한다면서. 나름 일리 있는 작명이다. 그날 이후 나는 ‘밥값 발전소장’이 되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한 즈음,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을 만났다. 김 부소장은 〈전기 없이 우아하게〉(사이토 겐이치로 지음, 이소담 옮김, 티티 펴냄)를 읽어보길 권했다. 지은이는 일본의 저널리스트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그 지역에서 일했던 경험을 계기로 절전 생활을 시작했다. 후쿠시마 근무를 마치고 사고 반년 후 도쿄로 돌아온 지은이는 도시의 불야성에 절망했다. ‘벌써 이 도시는 후쿠시마를 잊었구나.’ 사고가 나고 1년3개월 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을 선언했고, 지은이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절전 생활에 돌입했다. 책은 그 경험담을 담고 있다. 우리의 ‘전기 생활’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책은 흥미진진했다. 몇 대목은 따라 해보았다. 발전소 이름을 지은 것도 이 책에서 얻은 팁이다. 지은이가 한 것처럼 집에 있는 몇몇 가전기구의 전력 소모량을 재보았다. 전기매트, 가습기, 컴퓨터 등등. 헤어드라이어와 진공청소기를 돌렸을 때 깜짝 놀랐다. 헤어드라이어는 찬바람이 나오게 할 때와 더운 바람이 나오게 할 때 차이가 무척 컸다. 더운 바람을 세게 틀수록, 청소기 흡입 강도를 세게 할수록 ‘현재전력(W)’ 숫자가 치솟았다. 예상 밖이었다. 〈전기 없이 우아하게〉의 지은이가 진공청소기를 치우고 실내용 빗자루를 구입한 게 이해가 되었다.
■ 태양광 미니 패널이 가득한 아파트
발코니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고 나니 다른 아파트 사정이 궁금해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체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햇볕발전팀에 문의하니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홍릉동부아파트란다. 어떻게 단지 전체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를 하게 되었을까. 그 아파트에 가보았다.
아파트의 외관이 눈에 띄었다. 아파트 발코니에 세로 일렬로 층마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가 설치되어 있었다(인터넷 지도·로드뷰 등으로 미리 살펴보니 이 아파트는 남서향이었다). 371세대 가운데 350세대(94%)가 설치했다. 이 아파트가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한 것은 올해 5월. 민한식 아파트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안해 2월에 전 세대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했다. 통상 아파트 이익잉여금이 생기면 대개 예비비로 놔두거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는데, 이 아파트는 그 돈으로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가정마다 추가로 내는 돈 없이 이익잉여금으로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해 전기요금이 절약된다고 하니 찬성 의견이 훨씬 많았다. 저층 세대는 옥상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해 전선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달았다. 민한식 소장은 “평균 1만원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지하 주차장과 비상계단, 외곽 보안등도 전부 LED로 교체했다.
홍릉동부아파트를 찾던 날, 단지에는 10월26일에 ‘에너지 자립을 다짐하는 주민한마음잔치’를 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민한식 소장은 “태양광을 달고 나서 이제 전기를 더 써도 되느냐는 주민들도 있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태양광을 설치한 것이라고 계속 알리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런 뜻을 알리는 취지로 에너지 마을 잔치를 연다”라고 말했다.
■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하고 한 달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고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돈 문제였다. 설치하는 데 얼마나 들고, 전기요금은 얼마나 줄어드느냐. 설치 비용은 앞에서 적었다(상반기에 시와 구의 보조금을 같이 받으면 더 싸게 설치할 수 있다는 것!). 전기요금 절약 효과는 세대마다 차이가 있다. 계절과 아파트 방향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은 봄에 효율이 가장 좋고 여름에는 열기 때문에 발전량이 더 떨어진다고 한다. 남서향이 효율이 가장 좋으니 발전량이 가장 많다. 우리 집의 경우 정동향이었고 한 달 동안 14㎾h를 생산했다.
대략 어느 정도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을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난 1년간의 전기 사용 현황표를 받았다. 5월에 311㎾h를 쓴 게 제일 적은 수치였다. 2월(474㎾h)에 가장 많이 썼다. 대체로 여름(8월)과 겨울(11~3월)에 전기를 많이 썼다. 월평균 390㎾h를 사용했는데, 한전 사이버지점 도표에 따르면 대략 상위 30% 이내로 전기를 많이 쓰는 편이다. 한전 전기요금표를 두고 계산해봤다. 정동향인 집에서 한 달 평균 14㎾h를 생산한다고 가정하면, 달에 따라 3000원에서 1만원까지 전기요금이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서향에 전기를 많이 쓰는 집일수록 절감 효과가 커진다. 우리 집의 경우, 월평균 4000원 전기요금이 줄고 50개월이면 설치 비용은 갈음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하고 생긴 변화가 있다면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다. 전기가 생산되는 것을 숫자로 보게 되니 전기를 쓸 때도 신경이 쓰였다. 헤어드라이어는 찬바람을 켜 사용했고, 청소기 대신 가끔 걸레로 닦았다. ‘전기를 적게 쓰자’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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