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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책상에 붙일 만한 충고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12월 01일 금요일 제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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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인지 과학자이자 미국 민주당의 유력 조언자인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 <프레임 전쟁>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미국과 한국 정치권에 정착하게 한 슈퍼스타다. 레이코프는 분명 정치적 논쟁에서 디테일 싸움보다는 논쟁의 틀(프레임)을 유리하게 재구성해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 재구성을 통해 자유·평등·공정·책임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점령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뒤의 이 대목이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그 탓인지 한국에서 프레임 이론은 일종의 ‘말싸움 기술’로 변질됐다. 정치적 상대를 쓰러뜨려야 하는 적으로 보는 태도도 따라붙는다.

도덕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쓴 <바른 마음>은 이런 경향에 맞설 훌륭한 해독제다. 레이코프와 마찬가지로 하이트도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는 아예 도덕 체계가 다르다고 본다. 차이라면 이렇다. 레이코프가 진보주의자에게 더 유리한 전장을 활성화(프레이밍)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면, 하이트는 도덕 체계가 다른 상대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표를 얻고 싶은가? “유리한 전장으로 끌어들여 싸워라(레이코프).” “상대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스며들어라(하이트).”

미국의 진보파는 보수주의자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배려심이 약하다고, 한마디로 도덕적이지 않다고 믿는다(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이트는 결정적인 반론을 던진다. 미국 진보파의 합리주의 도덕관은 인간의 본능적 도덕 직관보다 대역폭이 좁아서 보통 사람 눈에는 도덕에 무관심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진보파는 ‘도덕적으로 하자 있는 먹물’ 취급을 받아왔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상대편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쪽에서 신성시하는 것을 따라가 보면 된다’라는 문장은, 정치가의 책상에 레이코프의 충고와 나란히 붙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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