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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2월 01일 금요일 제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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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필리프 브루노 지음, 레티시아 코랭 그림, 이정은 옮김, 다른 펴냄

“사랑은 인류의 특징이다.”


선사시대부터 인간 사이 섹스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미래 사회까지 수십만 년에 걸친 ‘성의 역사’를 만화로 그렸다. 공공장소에서 펼치기 힘들 정도로 야하고 적나라한 그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내용은 고도로 지적이다. 성적 수치심과 동성애, 자위에 대한 금기 및 나아가 여성혐오에 이르기까지 혼자 생각하면 모호하기 짝이 없는 현상들의 역사적
기원을 어이없으리만큼 쉽게 파헤쳐준다.
사실 ‘성의 역사’ 관련 서적은 드물지 않지만 일반 독자가 읽기 힘들 정도로 전문적이다.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는 이 난점을 보기 좋게 극복한 작품이다. 더욱이 최초의 진동 딜도가 이미 고대 이집트에서 유명인에 의해 발명되었다는 등 ‘깜찍한’ 지식들까지 제공한다.



디스옥타비아
유진목 지음, 백두리 그림, 알마 펴냄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비참을 견디며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때가 있다.”


2059년이 오긴 온다면, 그해는 수요일로 시작한다. 당신이 살아 있다면 그해 몇 살이 되는가. <디스옥타비아>는 미래에서 온 일기장. “살아도 좋고 죽어도 좋은” 일흔여덟 살 노인이 된 유진목 시인이 현재로 보낸 편지다. 더 이상 여성혐오도 없고 성차별도 없는 미래는 또 다른 억압이 존재하는 디스토피아다.
시인은 미국의 SF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의 자장 안에서 이야기를 조탁했다. 흑인이고 여성이며 페미니스트였던 버틀러의 삶에 시인 자신의 삶을 포갰다. 책 속에 실린 백두리 작가의 그림 18점 역시 옥타비아 버틀러로부터 온 영감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탄생한 글과 그림이 책을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식의 표정
전병근 지음, 마음산책 펴냄

“변화를 예감하면서도 ‘인터뷰’를 모아 책으로 내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믿음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품이 많이 든다.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답변은 결국 성실한 질문을 통해 나온다. ‘매혹’은 ‘곤혹’을 거쳐야 가능한 무엇. 저자는 이 책에 실린 인터뷰 열두 편을 ‘열두 가지 곤혹의 체험담’이라 적는다. 인문학의 응답이란 응당 그런 것이어서, 사람을 예기치 않은 곤경에 빠뜨리고 자문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저자가 ‘지식 큐레이터’라는 직함으로 운영하는 1인 미디어 <북클럽 오리진> ‘미니북’을 통해 소개한 인터뷰를 골라 묶었다. 성장하는 인간, 넘어서는 인간, 읽고 쓰는 인간, 몰입하는 인간으로 나눠놓은 챕터 사이를 따라 걷는 동안 ‘나라는 인간’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두 어른
백기완·문정현 지음, 오마이북 펴냄

“누구라도 남아야지. 거짓이 드러났을 때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만 박차고 오를 수 있어.”


“<묏비나리>, 그건 감옥에서 내가 입으로 쓴 거야./ 입으로 웅얼대면서 감옥 천장에 눈으로 새겨넣은 시가 몇 구절 있지./ (중략) 나는 죽지만 산 자여 따르라./ 나는 죽지만 살아 있는 목숨이여 나가서 싸우라(백기완).”
“어느 날 용역 깡패들이 미사를 방해하고/ 내 수염을 잡고 내동댕이쳤어./ 수염은 내 인격이기도 해./ 아파서였는지 처절해서 그랬는지… 눈물이 나더라고(문정현).”
여든 다섯 살 시인과 여든 살 신부. 평생을 거리에서 저항한 ‘두 어른’의 삶을 말로 옮기니 그 자체가 처절한 시(詩)다. 가다가 죽더라도 ‘한 발짝만 가자’는 자세로 살아온 이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착취될 것도 없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해서다.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하여
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김효진 옮김, 행성B 펴냄

“느끼지 못하는 남자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여자를 혐오하기 시작한다.”


문제작이다. 미니스커트만 있으면 진짜 여자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 여고생의 교복에 끌린다고 고백하고,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본다고 털어놓는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남성 불감증에서 여성혐오가 생긴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위험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에 대해 일본의 대표 여성학자인 우에노 지즈코는 “남성학이 맺은 커다란 성과”라고 치켜세운다.
왜일까? 이 같은 이상 성애를 합리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성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기 위해 욕망을 성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남자도 모르는’ 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대체로 ‘남자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남성 이야기다. 나와는 먼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었는데, 읽고 나면 ‘혹시 나에게도?’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과로노인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청림출판 펴냄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의 정해진 미래.”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보면 이따금 동질감 혹은 불안감이 든다. 내 노후는 안녕할까? 100세 노모를 간병해야 하는 일흔 넘은 노인의 처지가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과로’와 ‘빈곤’만 있는 노후, 당신은 안전한가?
흔히 노년의 삶을 ‘제2의 인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긴 노후 생활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수입·저축·의지할 곳이 없는 이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노동, 즉 ‘몸’에 기대어 산다. 사회복지 전문가인 저자는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한 ‘하류·과로 노인’을 지켜보며 누구나 그와 같은 노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얼핏 읽으면 섬뜩하고 두렵기만 하다. 불안과 결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후소득 보장정책에 힘을 실은 마지막 장까지 완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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