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두고 전문가들은 원인을 찾기 위해 분주했다. 새로운 활성단층을 지목하는 학자도 있고 지열발전소가 문제라는 이도 있었다. 모두들 100% 확신은 없었다. 결과는 눈앞의 일이지만 원인은 지구의 일이니까. 확신에 찬 주장은 뜻밖에도 과학계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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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사진)은 11일17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경고, 즉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말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서남아시아 지역에 쓰나미가 닥쳤을 때 예수를 믿지 않아서라고 말했던 한 목사의 망언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진 등의 재해를 천심으로 풀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항에 이어 대구 시민들을 경악시킨 일도 있었다. 검찰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특수활동비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진술을 확보하면서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게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대구 시민들이 왜 할복이라는 흉한 꼴을 봐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혹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할복자살을 방지하고 최 의원이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목숨을 담보한 ‘장담 릴레이’는 역사와 전통이 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자신이 승리하지 못할 경우 ‘강에 빠져죽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매번 장소도 달라져서 한강, 낙동강, 금호강, 제주 앞바다 등 다양했다. 장소를 고르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게 아닌지 짐작할 따름이다.

이정현 무소속 의원도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 “뜨거운 장에다가 손을 넣겠다”라고 했고, 이완구 전 총리는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불거지자 (돈을) 받았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재임 당시 국정원의 댓글부대 운영 사실을 몰랐다며 알았다면 단두대에 가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뜨거운 장에 손을 넣는 게 가장 손쉬운 공약이라며 늦지 않았으니 이정현 의원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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