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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밀어낼 라이파이를 아시나요?

최근 무선통신 수단으로 빛을 이용한 라이파이가 주목받고 있다. 라이파이는 마이크로파보다 주파수 범위가 더 넓은 데다 아직 아무도 빛을 이용하지 않아 주파수를 마음껏 선점할 수 있다.

이진오 (<물리 오디세이> 저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1월 23일 목요일 제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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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와이파이(Wi-Fi), 블루투스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인다면 어떨까? 통화할 때마다 전화기 주변이 밝게 빛나고, 통신사 기지국은 늘 대낮같이 환할 것이다. 마이크로파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이런 요란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으로 무선통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2011년 한 TED 강연에서 빛을 이용한 통신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라이파이(Li-Fi)라 이름 붙은 이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안테나 대신 빛이 나는 진짜 전구를 이용한다. 이날 강연자는 밝게 빛나는 LED 전구 밑에서 데이터를 받아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동안 빛은 무선통신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않았다. 빛은 아주 작은 장애물에도 도달할 수 없는 영역, 즉 그림자를 만든다. 만약 지금 우리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빛을 이용한다면, 가로수 그림자를 지날 때마다 통화 품질이 나빠질 것이다. 파동의 기본 성질에 기인한 것이어서 기술로 해결할 수 없다. 빛은 벽을 돌아가지 못한다. 벽 하나쯤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 전달되는 소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도 최근 무선통신 수단으로 빛이 거론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빛이 지닌 장점이 단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과거에 큰 문제였던 단점이 지금은 극복 가능하다. 무선통신의 당면 과제도 과거와 달라졌다.

ⓒ연합뉴스
라이파이 기술은 빠른 통신 속도가 필요하면서도 LED 전구가 만드는 빛으로 가득 차 있는 지하철 같은 실내에 적합하다.
오늘날 무선통신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속도다. 개개인은 현재 속도에 만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통신사 생각은 다르다. 통신사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해결해야 한다. 지하철 한 칸에서 열 사람 넘게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다가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 양이 늘면서 전체 트래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났다. 사물인터넷이나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데이터 송수신을 기반에 둔 각종 최첨단 기술이 향후 트래픽을 더 증가시킬 것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통신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빨라져야 한다.

속도를 올리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무선통신에서 속도를 늘리려면 사용하는 주파수의 범위가 넓어야 하는데, 이미 주파수 대부분을 많은 사업자들이 선점했다. 각각의 사업자가 어떤 주파수를 사용하는지 주파수별로 정리한 표를 ‘주파수 분배표’라 하는데, 그동안 주파수를 알뜰살뜰 분배한 덕에 이제 표에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통신사들은 주파수의 범위를 넓게 잡아 통신 속도를 높이고, ‘광대역’ 통신망을 구축해 소비자를 모으고 싶지만, 이미 다른 사업자가 인접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 방법이 없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사용하려는 이들은 많다 보니, 정부가 경매에 부치는 주파수 사용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2016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 3사는 총 2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YouTube 갈무리
2011년 한 TED 강연에서 빛을 이용한 통신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았다. 라이파이(Li-Fi)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안테나 대신 빛이 나는 진짜 전구를 이용한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뒤를 이을 5세대 이동통신은 지금껏 선호하지 않던 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대역 주파수로 갈수록 넓은 범위 통신에 불리해 통신 음영지역 개선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넓은 주파수 범위를 사용할 수 있다면, 그래서 통신 속도를 빨리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단점은 극복되고 장점은 부각되는 라이파이

라이파이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빛은 마이크로파보다 주파수 범위가 더 넓을뿐더러 아직 아무도 빛을 이용하지 않아 주파수를 마음껏 선점할 수 있다. 이것이 라이파이의 가장 큰 장점이다. 쉽게 얘기하면 라이파이는 가장 빠른 무선통신이 될 잠재력을 지닌 셈이다.

라이파이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실용화에 힘을 더해준다. 최근 급격히 발전한 LED 전구 기술과 시장 확대가 대표적이다. LED 전구는 근본적으로 반도체 소자와 다를 바 없어서 통신에 적합할 정도로 정교하게 제어하는 게 가능하다. LED 전구가 일종의 송신용 안테나 구실을 할 수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 단가도 비싸지 않다. 이미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각종 LED 전등을 통신에 이용하면 빛의 그림자에 일부러 찾아 들어가지 않는 한 통신이 끊길 이유가 없다. 그림자라는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양의 기지국이 이를 만회해주는 식이다. 게다가 마이크로파를 만드는 비싸고 큰 기지국을 여기저기 설치할 필요도 없으니, 인프라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물론 통신용 LED 전구 규격이나 전구를 제어하는 회로가 필요하기는 하다).

라이파이만의 독특한 장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보안성이 특히 주목받는다. 라이파이는 전구 아래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전구를 벗어난 곳에서는 통신할 수가 없다. 와이파이처럼 옆집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비밀번호를 걸 필요도 없다. 보안상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전구를 꺼버리면 그만이다. 넓은 지역 통신에 불리하다는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되는 셈이다. 또한 전자파 논란도 일으키지 않는다. 빛이라 해롭다는 얘기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

이런 장단점을 종합해볼 때 라이파이는 장기적으로 와이파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LED 전구가 만드는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곳뿐 아니라 비행기나 지하철처럼 고속 데이터 통신이 필요한 실내에 적합한 기술이다. 그동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데이터 교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강한 전등(전조등)을 가진 자동차가 라이파이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앞뒤 차와 정보를 주고받고 그 정보를 이용해 사고를 예방한다면 획기적인 도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라이파이라는 신기술이 극복하려는 것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산업적인 문제에 가깝다. 기존 마이크로파 영역에서도 주파수 범위를 넓게 사용하면(사업자 간 교통정리를 한다면)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었다. 데이터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이미 주파수를 선점해 사용하고 있는 사업자들이다. 5세대 이동통신 규격에 대해 여러 국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각국의 산업 환경이 달라 선호하는 주파수가 다르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적으로 쉬운 길(기존 마이크로파 통신)이라 하더라도, 여러 산업 관계자의 이해가 얽혀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라이파이가 새로운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라이파이는 기술적이지 않은 문제(주파수 협의)조차 기술로 해결하려는 ‘신기술 개발의 낭만’을 잘 보여준다. 라이파이의 미래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처음 대중 앞에 기술이 시연된 이후 긍정적 신호와 부정적 신호가 공존한다. 지난해 애플의 새 운영체제인 iOS 9.1 버전 코드에서 ‘Li-Fi Capability’라는 단어가 발견되면서 라이파이는 다시금 화제를 모았다. 아직 상용화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향후 신기술 적용 가능성을 간접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 대한민국 정부는, 2008년부터 국책 연구 과제로 지정되어 있던 라이파이 관련 연구 사업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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