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양한모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 소속 제빵 기사들의 실질적 사용자이니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고용노동부가 명령했다. 그런데 그간 본사의 횡포를 감내하는 ‘약자’로서 이야기되었던 가맹점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갈피를 못 잡던 차에 가맹점주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제빵 기사들이 파업이라도 하면 그 피해는 누가 보나요.”

물론 가맹점주들이 제빵 기사 본사 고용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본사 인력이 가맹점에 상주하는 부담과 인건비 증가 걱정이다. 그러나 이 한마디는 일정 부분 파리바게뜨 사태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간 제빵 기사들은 파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본사도, 협력업체도, 가맹점주도 문제가 생겼을 때 제빵 기사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않았다. 가맹점주는 협력업체에 제빵 기사를 바꿔달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제빵 기사들은 협력업체가 고용했지만 사실상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협력업체가 그들이 노동한 대가 중에서 얼마를 가져가는지도 불투명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파견법이 존재한다. 일을 시키려면 고용주로서 책임을 지라는 얘기다. 유독 한국만 파견 규제가 강하다거나 현실에 안 맞는 오래된 법이라는 비판은, 아직 이를 대체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허하다. 특히 제빵 기사처럼 가맹점주도 일부 지시를 하는 복잡하고 헷갈리는 고용 형태일수록, ‘갑을 관계의 그러데이션’에 묻어가는 대신 누가 진짜 사용자인지 선을 그어줘야 책임 소재가 분명해진다. 본사가 자신의 불법행위에 따른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맹점주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교섭권을 주는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도 있다.

불법 파견 판정 이후 대안을 만들 때도 피해 당사자인 제빵 기사들은 소외되었다. ‘본사-협력업체-가맹점주’끼리 만들었다는 대안은 3자가 출연해 회사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제빵 기사가 일하다 다치면, 임금을 못 받으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면 도대체 누가 책임진다는 것일까? 고용노동부도 보수 언론과 경제지의 맹폭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SPC그룹 홍보팀이 매체별 담당 기자를 정해놓고 언론 대응을 하는 사이, 점포당 한두 명인 제빵 기사들은 오늘도 쉴 새 없이 빵을 굽고 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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