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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찍는 ‘견생샷’과 ‘묘생샷’

보는 전시에서 체험하는 전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북서울꿈의숲 내 미술관에서 12월3일까지 열리는 <반짝>전은 반려동물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전시다.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2017년 11월 16일 목요일 제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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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박물관이 달라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해 달리기와 요가를 한 후 전시를 관람한다(국립현대미술관). 백화점에서나 볼 법한 명품 브랜드가 기획전을 연다(서울시립미술관). 텔레비전 신제품 론칭 행사도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으로 미술관에서 갖는다(루브르 박물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유물 전시도 열린다(국립중앙박물관).

미술관의 작품마다 붙어 있던 ‘만지지 마시오’ ‘찍지 마시오’ 같은 경고 문구도 옛말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얼마나 ‘바이럴’ 되는지가 때로는 전시의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보는 전시에서 체험하는 전시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전시 공간 대중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번에는 반려동물이다. 반려동물 돌봄 인구 1000만명 시대라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만한 문화 행사는 마땅치 않다. 반려동물은 이제 사람과 ‘애완’ 그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관련 산업은 발 빠른 대응으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반면 문화는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김흥구
북서울꿈의숲 내 미술관 두 곳(상상톡톡미술관· 드림갤러리)에서 12월3일까지 열리는 반려동물 전시회 <반짝>전.
서울시가 주최하고 북서울꿈의숲 내 미술관 두 곳(상상톡톡미술관· 드림갤러리)에서 12월3일까지 열리는 <반짝>전은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 및 관람이 가능한 전시 중 국내 최대 규모
(총 783㎡)다. 전시 제목인 반짝은 ‘반려동물 짝꿍’의 줄임말이다. 그동안 반려동물 동반 입장이 가능한 전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반짝>전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지자체가 주최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짝>전에서는 회화·설치미술· 사진·페이퍼 아트 등 13명의 작가가 반려동물을 주제로 만든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 1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톡톡미술관 2층 공간은 반려동물이 뛰어놀 수 있도록 볼풀장 및 놀이터로 공간을 꾸몄다.

제1전시장이라 할 수 있는 상상톡톡미술관에 들어서자 곳곳에 준비된 배변 패드가 먼저 눈에 띄었다. 강아지들은 입장 전 입구에 준비된 매너 벨트(기저귀)를 차야 한다. 소변 등으로 영역 표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성화가 안 됐거나,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은 반려동물은 입장이 제한된다. 전시 작품 사이 간격이 널찍해서 반려동물용 유모차 이동이 용이하다. 목줄 착용은 필수다. 입장 전 손 소독도 필수다.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은 파우더 룸이다. 조명시설과 대형 거울이 있는 별도 공간인데 반려동물용으로 제작된 선글라스·모자·가발·스카프 같은 소품과 의상이 놓여 있다. ‘견생샷’이나 ‘묘생샷’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김흥구
ⓒ김흥구
박지혜 작가의 그림을 따라해보는 관람객(맨 위). 관람객은 파우더 룸에서 반려동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위).
장난스럽게 시작된 전시는 방은영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Re tail project for abandoned dogs’ 앞에서 다소 숙연해진다.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열 마리 강아지 엉덩이 모형에 달린 꼬리는 관람객이 가까이 서면 격렬하게 움직이고 멀어지면 멈춘다. 방 작가는 자신의 생일인 4월28일 단 하루 동안 올라온 유기견 공고 문구를 사진과 함께 화면에 띄운다. 2017년 4월28일 올라온 유기견 공고는 208건이었다. 하루 평균 200건의 유기 동물이 신고되고 있으며 대개는 공고 10일 후 안락사된다.

광목에 수묵담채 기법으로 밝게 채색하고 직접 수를 놓아 완성한 박지혜 작가의 작품은 포근한 느낌이다. 반려견과 반려묘를 어깨 위로 안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연작으로 그렸다. 반려동물과 함께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그림과 같은 포즈를 취한 채 ‘인증샷’을 찍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박 작가가 그린 반려동물들의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간절하고 슬픈데, 그 까닭이 있었다. 유기견과 유기묘가 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방 작가의 설치미술과 박 작가의 회화는 ‘반려’라는 단어의 그림자를 표현한 작품인 셈이다.

키즈카페를 방불케 하는 반려동물 천국


두 작가의 작품을 지나 다음 작품으로 가는 길목은 디지털에듀테인먼트랩의 ‘총총오케스트라’ 덕분에 즐겁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서 천장에 비추면 걸음을 뗄 때마다 바닥이 물감처럼 물든다. 어린이와 반려동물 모두 즐거워하는 장소다. 이진희 작가의 종이 오브제 작품까지 보고 2층으로 올라가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천국이 펼쳐진다. 키즈카페를 방불케 하는 구성이었다. 볼풀장과 어질리티 (장애물경주 놀이 시설), 장난감이 준비돼 있고, 야외 공간에는 쉴 수 있는 해먹과 빈 백이 놓여 있다. 오븐기에 넣고 구우면 플라스틱이 되는 종이인 슈링클스에 반려동물의 얼굴을 그려 목걸이를 만드는 프로그램은 상시 진행된다.

ⓒ김흥구
<반짝>전은 반려동물도 사람과 함께 작품을 만져보면서 관람할 수 있다.
상상톡톡미술관이 반려동물 위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이라면 5분 정도 떨어진 제2전시장 드림갤러리에서는 정우재· 조원경·곽수연·빅터 조·이아영·주후식· 임승섭 작가의 좀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곽수연 작가 작품들은 해학과 풍자의 요소가 가미돼 있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가령 ‘개보다 못한 인간’이 등장하는 화면을 개와 고양이가 보고 있는 식이다.

드림갤러리 전시의 백미는 장호성 작가의 ‘집 없는 개들의 초상’ 연작 사진이다. 경기 포천의 유기견 보호소 애신동산의 강아지들을 찍었다. 흙과 배설물로 뒤범벅된 털의 강아지들은 일부 눈병을 앓고 있다. 강아지들을 흑백으로 찍은 사진은 말 그대로 ‘영정사진’이 됐다. 장호성 작가의 전시를 완성하는 건 작품 끝에 놓인 촬영 도구들이다. 암막과 단상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임시 사진관에서 관람객으로 온 반려동물들의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은 곧바로 프린트가 가능하며, 관람객들의 사진 역시 전시물의 일부로 ‘헤어지지 않기’라는 제목이 적힌 벽에 게시된다. 빔 프로젝터에서는 “책임에 대한 문제에 있어 우리는 마음이 무거울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흐르고 있었다.

<반짝>전의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이며 반려동물은 무료다. 기간 내 재관람 시에는 50% 할인받을 수 있고 당일 재관람은 무료다(월요일 휴관). 10월에는 반려견 행동전문가 특강을 열었고, 11월에는 반려동물 간식 만들기 특강을 연다. 부대 행사 수익금은 전액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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