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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열등” 외교부 국장, 위안부 문제 발언도 있었다

“여자는 열등하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외교부 ㅈ 국장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쓸데없이 똑똑한 어르신’으로 표현했다. 학벌 차별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2017년 11월 06일 월요일 제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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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열등하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외교부 국장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은 이와 같은 사실을 외교부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확인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ㅈ 국장은 9월14일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위안부 합의 관련 대화 도중 이런 발언을 했다. “우리 똑똑한 이용수 할머니, 또 맨날 날 기억해서 빈소 갈 때마다 장관한테 저 양반 왜 또 데리고 왔냐고 하지.” “왜 아직 안 잘랐냐고 하지. 아주 고역이야.”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다. 감사보고서는 ㅈ 국장이 이용수 할머니를 두고 ‘쓸데없이 똑똑한 어르신, 날 괴롭게 하는 사람’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ㅈ 국장은 위안부 협상 문제를 직접 담당하는 자리에 있다. ‘굴욕 협상’ 논란이 일었던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때는 실무 지휘를 담당했다. 감사관실 조사에서 ㅈ 국장은 “할머니께서 내가 빈소에 가면 다 알아보시고 장관에게 아직 제가 왜 그 자리에 있냐고 얘기할 만큼 기억력이 좋다는 취지였다”라고 진술했다.

9월18일자 <세계일보>는 이 술자리에서 ㅈ 국장이 “여성은 열등하다” “육아는 기쁨인데 여자들이 피해의식에 너무 빠져 있다” 따위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 이후 “성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외교부는 ㅈ 국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여성 비하 발언 이외에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연합뉴스
7월23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위안부’ 김군자 할머니 빈소를 찾아 이용수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다.

ㅈ 국장은 같은 자리에서 학벌 차별 발언도 했다. ㅈ 국장은 과거 부하 직원에 대해 언급하며 “민사고(민족사관고등학교)에 고대(고려대) 나온 애가 있는 거야?” “아니 고대 가려고 민사고를 간 거야?”라고 말했다고 감사보고서는 썼다. ㅈ 국장은 또 서울대 출신 한 직원에 대해서는 “얜 또 서울대 나왔는데 일을 너무 못해. 일 못한다고 전임자가 말을 해주더라고. 그래서 나는 더 일부러 ‘넌 왜 서울대 나왔는데 일을 못하냐’고 막 해줬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ㅈ 국장은 감사관실 조사에서 ‘민사고’ ‘고대’ 등 학벌 관련 발언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외교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면담조사 과정에서 ㅈ 국장이 “부서에 직원이 새로 왔는데 고대를 나왔다고 해서 재미로 ‘민사고 나왔는데 어떻게 고대를 갔지?’라고 얘기한 적이 있고, 다른 직원에게는 서울대를 나왔다고 해서 ‘공부 잘했구먼’이라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면담조사 문답서를 최종 수정하며 ㅈ 국장이 위 진술들을 모두 삭제했다고 감사보고서는 밝혔다. 감사관실은 이 같은 사실에 비춰봤을 때 ㅈ 국장이 학벌 차별 발언을 했다고 판단되며, 이는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외부에 알려질 경우 외교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의견을 냈다.

“여성은 열등해” 발언 국장에 구명운동?

외교부는 10월20일 ㅈ 국장의 경징계를 인사혁신처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ㅈ 국장은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감봉 혹은 견책에 처해지게 된다. 이를 두고 10월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은 “성차별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는데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경징계를 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경화 장관에게 “장관의 사적 감정이 개입돼 결론이 이상하게 나온 것 아니냐. ‘외교부의 이상한 감사 놓고 술렁’ 이런 보도도 있다. 감사가 흐리멍덩한 상태에서 직원에게 불리한 처분을 장관이 명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시사IN 윤무영
10월20일 외교부는 인사혁신처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ᄌ 국장의 경징계를 요구했다.

야당 의원들의 이 같은 질의 방향은 외교부 내부 기류와 대체로 일치한다. 외교부 내에서 ㅈ 국장의 징계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진상조사를 진행하는 감사관실에는 탄원서 10여 통이 전달됐다. ‘ㅈ 국장은 성차별주의자가 아니며, 여성을 존중하는 업무 환경을 만든 간부’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한 외교부에서 구명운동은 드문 일이다. 경징계 조치가 발표된 10월20일에는 외교부 출입 언론사를 중심으로 ‘이상한 감사’ ‘무리한 징계’라는 취지의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기사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외교부 관계자의 멘트가 여럿 실렸다. “전반적인 맥락으로 보면 여성 비하나 성차별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징계 조치는) 잘못한 것은 아닌데 처벌은 해야 한다는 논리”라는 등 징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 공세에 대해 강 장관은, “조사 과정에서 보도된 것과 다른 내용도 나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답했다. 이번에 <시사IN>이 감사보고서로 확인한 ‘위안부 폄하 발언’ ‘학벌 차별 발언’이 청문회에서 강 장관이 언급한 “다른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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