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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 계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차명 계좌와 관련해 실명 전환과 누락된 세금 납부, 사회공헌 약속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제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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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감사에서 ‘이건희 차명 계좌’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8년 4월17일 조준웅 삼성 특검이 이건희 차명 계좌 1199개(4조5373억원)를 발표한 이후 9년 만이다. 당시 특검은 이를 이건희 회장이 이병철 선대 회장(1987년 사망)에게서 상속받은 것으로 인정해줬다. 이번 국감에서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이 중 주식·예금 약 4조4000억원을 찾아갔다.

조준웅 특검 발표 이후 삼성그룹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삼성그룹은 “특검에서 조세 포탈로 문제가 된 차명 계좌는 실명 전환하고 누락된 세금을 낸 나머지 돈은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방도를 찾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실명 전환과 세금 납부 문제가 다시 부각된 것이다. 국감 막바지에 금융위원회는 이들 차명 계좌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 이 문제를 제기한 박용진 의원을 11월2일 만났다.



ⓒ시사IN 윤무영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준웅 특검이 발견했던 4조4000억원 상당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제대로 과세가 되지 않은 점을 밝혀냈다.
어떻게 이건희 차명 계좌 과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지난 5월, 경찰이 대기업 총수들의 인테리어 공사를 했던 업체를 수사했다. 그때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집수리에 회삿돈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KBS <추적 60분>이 이 의혹을 다루었다. 삼성 측은 ‘공사 대금의 일부가 2008년 조준웅 삼성 특검에서 밝혀진 차명 계좌에서 나온 돈’이라고 인정했다. 이건희 차명 계좌가 예전에 정리된 게 아니었나? 이건 뭐지 싶었다. 8월에 참여연대가 ‘이건희 회장이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불법적 차명 거래를 했다’고 고발했다. 그런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참여연대에서 의원실로 ‘이 문제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 요청해왔다. 의원실에서 금융위·금감원 등에 확인 작업에 나섰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금융실명제에 대해 살펴보자.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 시행되었다. 두 달 동안 실명 전환 의무기간을 두었다. 이 기간에 실명 전환을 하면 과징금을 면제해주었다. 이때 실명 전환을 하지 않으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1993년 8월12일 이전 계좌)는 원금에 대해 최고 과징금 50%를 부과하도록 했다. 그 이후 만들어진 계좌에 대해서는 이자·배당 소득의 99%(소득세 90%, 주민세 9%)를 차등 과세하도록 했다. 징벌적 성격이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금융위원회는 박용진 의원실에 ‘이건희 차명 계좌는 실명 전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실명법상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연합뉴스
10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건희 차명 계좌에 대한 재점검 의지를 밝혔다.
금융위의 회신은 무슨 뜻인가?


돈 주인이 따로 있고, 명의가 ‘홍길동’으로 되어 있을 때 실제 돈 주인으로 명의를 바꾸는 게 실명 전환이다. 자기 돈을 남의 이름으로 넣어놓았으니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금융실명법을 위반하면 이에 따라 과징금을 내거나 차등 과세를 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차명이라고 하더라도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실존하는 사람이라면 괜찮다’는 논리였다. 이건희 회장의 돈을 실존하는 삼성 ‘김길동’ 전무의 이름으로 넣어두었으니 그 차명 계좌는 실명 전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게 되면 금융실명제를 위반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과징금이나 차등 과세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9월 중순에 금융위로부터 이런 회신을 받고 황당했다. 이건희 회장이 세 가지 약속(실명 전환, 누락된 세금 납부, 남은 돈 사회공헌)을 모두 지키지 않은 거다. 10월16일 국감 때 ‘금융위의 삼성 봐주기’를 지적했다.

금융위의 반응은?

그날 금융위가 ‘억울하다’라면서 대법원 판례 등 여러 자료를 들고 왔다. 삼성에 대해서만 그런 게 아니고 여태껏 그래왔다고 했다. 이름을 빌려준 명의인(차명)이 실존하는 사람이라면 괜찮다니. 이건 금융실명제가 아니고 차명거래촉진제다. 이게 국민 상식에 맞나? 금융위는 1997년 대법원 보충의견, 1998년 대법원 판례, 2009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설명했다. 특히 1998년의 대법원 판례가 중요하다. 차명 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차등 과세를 했던 사례다. 저간의 상황을 보면 차명 계좌와 관련해서 은행권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 차명 계좌를 허용한 은행원은 징계를 당했는데, 금융위는 우리에게 회신한 것처럼 유권해석을 해왔다. 금융위 측에서 2009년 대법원 판례를 들고 왔기에 반문했다. ‘금융위는 2009년 판결이 나올 줄 알고 2008년 삼성 특검 때 이건희 차명 계좌 건을 처리했냐고. 금융위가 무당이냐고.’

상식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이라면 차명도 괜찮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된다. 금융위원회가 1999년과 2008년에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을 펴냈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 이러이러하게 일을 하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종합편람을 안 지키면 금융기관이 징계를 당한다. 그런데 이 종합편람에는 ‘차명 계좌로 확인되면 실명 전환 대상’이라고 돼 있다. 그럴 경우에 과징금과 차등 과세를 하라고 은행에 업무 지도 지침이 내려간 거다. 그런데 이건희 차명 계좌에 대해서는 특검도, 돈 주인인 이건희 회장도 차명 계좌라고 밝혔는데 ‘실명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며 과징금과 차등 과세를 안 한 거다. 금융위와 ‘팩트 대결’을 하면서 중요한 자료를 받았다. 조준웅 삼성 특검 때 이건희 차명 계좌가 1199개라고 했다. 그중 2개는 중복 계좌였다. 1197개 가운데 20개만 1993년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계좌(과징금 대상 계좌)였다. 1001개는 1993년 이후에 만들어졌다. 176개 계좌는 개설 날짜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계좌 중에서 673개는 2000년 이후에 개설되었고, 계좌 40개는 2007년에 개설되었다.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사망했는데 상당수 계좌가 만들어진 시점은 훨씬 뒤다.

이건희 차명 계좌를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통화했다는데?

김용철 변호사와 길게 통화를 했다. 김 변호사의 말이 귀에 확 걸렸다. ‘자기 이름으로 52억 차명 계좌가 있었는데, 자기는 몰랐다고.’ 도명, 즉 이름을 훔친 거다. 도명은 무조건 금융실명제 위반이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 금감원에 질의했더니 ‘그런 계좌(도명 계좌)가 여러 개 있었다’고 답변했다. 결국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가 도명 계좌임을 인정하고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 건과 관련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만났다는데?


야당일 때는 문제를 제기만 해도 되지만 여당은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과 청와대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봤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을 만나 설명했다. 둘 다 황당해했고 여러모로 ‘지원사격’을 해주었다. 10월20일 밤에 장하성 정책실장을 찾아갔다. 금융실명제 관련해 사안을 ‘히스토리’까지 잘 알고 있었다.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 보자는 생각을 공유했다. 나도 미리 선을 그었다. “이 건과 관련해 금융위 등에 인사 불이익을 주자는 게 아니다. 금융실명제와 관련해 잘못된 오랜 관행을 바로잡고 누락된 세금을 징수하면 된다”라고 장 실장에게 말했다. 경제 정의를 바로잡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는 의견을 공유했다. 그러고 나서 김태년 정책위의장과 금융위 간부들을 만났다. 이건희 차명 계좌에 대해 전수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그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금융권 적폐 청산 기구라고 볼 수 있는) 금융혁신위도 이 사안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시사IN 윤무영
2008년 4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실장이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른 쇄신안을 설명하고 있다.
과세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계좌마다 개설일, 돈을 찾아간 날짜, 액수 등을 계산해봐야 한다. 국세청은 과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국세청이 공개할지 모르겠다. 최소 1000억원 이상이라고 본다.

이후의 쟁점은?

앞에서 말한 20개 계좌와 176개 계좌를 주목한다. 20개 계좌는 1993년 이전에 만들어졌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두 달 동안 있었던 계도 기간에 실명 전환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이름으로 명의가 바뀐 게 아니다. 계좌 명의가 삼성 ‘김길동 전무’에서 삼성 ‘이길동 상무’로 바뀐 셈이다. 특검 수사에서 차명 계좌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과징금 대상이 된다. 이 20개가 중요한 계좌일 것으로 추측한다. 2008년 4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기자회견을 했다. 1988년 만든 증권 계좌에 있는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가 이건희 회장의 소유라고 밝혔다. 그 계좌처럼 20개 계좌는 액수가 크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리고 176개 계좌는 ‘삼성 구조조정본부나 삼성 비서실이 아니라 명의를 빌려준 본인이 와서 계좌를 만들었기 때문에 위법 사실이 없다’고 했던 계좌들이다. 그래서 계좌 개설 날짜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계좌들도 조준웅 삼성 특검에서 차명 계좌라고 확인되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따른 과세 대상이 된다. 1993년 이전에 만들어졌다면 과징금 대상이 된다.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앞으로 계획은?

차명 계좌가 실존하는 이의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금융실명제를 위반해도 징벌적 과세(과징금·차등 과세)를 못한다. 그게 기존 금융위의 유권해석이었다. 요즘 ‘다스가 누구 것인가’ 묻는다. 차명 계좌가 드러나면 뭐하나.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스 차명 계좌가 나와도 소용없을 수 있다. 금융위는 과세는 국세청 소관이라고 하고, 국세청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여태껏 차등 과세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결국 금융실명제의 조항을 사문화해온 것이다. 민주당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금융실명제 정착을 위해 법적·제도적 준비를 하는 TF를 만들기로 했다. 여기에서 이건희 차명 계좌에 대한 과징금·차등 과세를 촉구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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