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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명박 해외 계좌 찾았다”

미국 수사기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석현 전 회장의 해외 계좌가 발견되었다. 홍 전 회장 쪽은 “해외 계좌 자체가 없다”라고 부인했다.

주진우 기자 ace@sisain.co.kr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제5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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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사기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법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앨라배마에 있는 다스(DAS) 현지 법인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인 것이 포착되었다. 싱가포르의 한 계좌를 거쳐 중국으로 넘어가는 수상한 돈거래가 있어서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 싱가포르 DBS 은행에서 중국 HSBC 은행으로 넘어간 2000만 달러(약 222억원)가 다스와 관계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계좌는 한국의 대기업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인 조사” “정식 수사” “관계 기관 합동 수사팀 회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싱가포르 계좌는 지난 10월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잠시 거론되기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해당 대기업을 각각 ‘P사’와 ‘H사’로 거론하며 질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 계좌를 통해 상당한 자금을 운영했고, 해외 법인과 차명 비자금을 거래한 사실을 제보받았다. ‘MB 계좌’에 대해 다음 질의 때 자세히 답변해달라.” 이에 김 부총리는 “알겠다”라고 답했다.

미국 수사기관은 다스 미국 현지 법인의 수상한 돈거래를 쫓는 과정에서, 국내 유명인사 명의의 또 다른 자금 세탁 의심 계좌를 발견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 계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쪽으로 자금이 송금되었는지 주목하고 있다. 이 계좌 명의는 ‘HONG SEOK HYUN’. 계좌번호는 홍콩 메릴린치 은행(Bank of America Merrill Lynch) 1370○○○○/1373○○○○.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계좌의 명의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다.

ⓒ연합뉴스
2007년 9월10일 ‘J-글로벌 포럼 2007’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오른쪽)이 손을 맞잡고 활짝 웃고 있다.

국제적인 돈세탁 혐의를 수사하는 미국 재무부 소속의 금융범죄처벌기구(Fin CEN·The 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의 공식 문건에 따르면, 홍콩 메릴린치 은행 계좌 명의는 홍석현 전 회장과 부인 신연균씨이다. 이 계좌의 존재 여부에 대해 기자가 홍석현 전 회장 측에 묻자 “해외 계좌 자체가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 공식 서류에 기입된 주소(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와 생년월일(1949년 10월20일), 그리고 여권 번호(JR254□□□□)가 홍석현 전 회장의 인적 사항과 일치한다. 서류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도 확인 결과 <중앙일보> 회장실 전화번호(02-751-5×××)였다. 부인 신연균씨 정보도 일치했다.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FinCEN)가 파악한 홍석현 전 회장과 부인 신연균씨의 홍콩 메릴린치 은행 계좌 관련 정보.
기자가 메모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다.

메릴린치 홍콩 지점에 있는 홍석현 전 회장 계좌의 돈 32만9000달러(약 3억6600만원)가 메릴린치 뉴욕 지점을 거쳐 케이맨 제도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 ‘사운드 인터내셔널(Sound International Ltd.)’에 송금된 흔적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운드 인터내셔널은 홍석현 회장의 차남 홍정인 휘닉스호텔앤드리조트 경영기획실장 명의로 되어 있다. 홍정인씨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메릴린치 은행 본사 법무과는 이 돈거래를 자금 세탁으로 의심했다. 결국 미국 법무부가 자금 세탁을 위한 금융거래(Money Laundering/Structuring) 혐의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조사 담당자 이름은 ‘마이클’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메릴린치 은행 본사의 한 관계자는 “홍석현 회장의 돈세탁 관련 정보를 한국 검찰과 국세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모두 홍 회장을 두려워했고,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금융정보분석원·FIU)는 돈세탁 및 테러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와 정보 교류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홍 전 회장의 계좌는 FIU에서도 확보한 것으로 <시사IN> 취재 결과 드러났다.

미국 수사기관은 홍 전 회장의 자금 세탁 거래 의혹과 관련해 자금의 출처를 주목한다. 홍 전 회장이 세탁한 자금의 출처가 따로 있고, 홍 전 회장이 일종의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워싱턴에서 만나 “자금 세탁 거래와 관련해 홍석현 회장이 ‘부수적인 역할’을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범죄처벌기구와 법무부, 그리고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다스 미국 법인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거래 흔적이 남아 있던 홍콩 계좌가 발견되었다. 이 계좌의 명의를 조사했더니 다름 아닌 홍석현 전 회장이었다. 수사기관은 이 계좌를 통한 수상한 돈 흐름의 또 다른 축을 쫒고 있다.

미국 쪽에서 홍석현 전 회장을 일종의 메신저로 보는 데는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MBC는 안기부(현 국정원)가 도청한 홍 전 회장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삼성 X파일’을 보도했다.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홍석현 전 회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석조(홍석현 회장 동생·당시 광주고검장)한테 한 2000 정도 줘서 아주 주니어들(신참 검사), 회장(이건희)께서 전에 지시한 거니까, 작년에 3000 했는데 올해는 2000만 하죠. 우리 이름 모르는 애들 좀 주라고 하고….” 하지만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이건희 회장을 서면조사하고 이학수·홍석현 등을 소환조사했지만 뇌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라며 홍 전 회장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홍 전 회장의 수상한 거래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국내 언론에도 크게 보도된 ‘땅 거래’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2월 특혜로 의심받은 부동산 거래가 그것이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청와대 소유 통의동 땅(613.5㎡)과 청운동 땅(대지와 임야 1488㎡)을 홍석현 <중앙일보> 전 회장 소유의 삼청동 삼청장(건물과 대지 1544㎡), 그리고 현금 8260만원과 맞바꾸었다. 앞서 2008년 12월 홍 전 회장은 자산관리공사의 공매에 참가해 삼청동 땅과 삼청장을 40억1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

이명박 정부와 땅 맞바꾸는 과정에 특혜 의혹

홍 전 회장이 삼청장을 낙찰받은 뒤 교육문화시설로 활용하려고 하자, 청와대 경호실이 경호상 이유로 반대했다. 홍 전 회장 쪽이 청와대 소유 삼청동 부근의 통의동 땅을 가져가고, 청와대는 삼청장을 확보하는 ‘땅 교환’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경호상 불가피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언론사 사주가 40억원가량을 주고 산 땅을 2년여 만에 최소 97억2310만원짜리 땅과 바꾸었으니, 누가 봐도 이상한 거래였다. 당시 언론은 청와대가 홍 회장에게 5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서울 삼청동 청와대 부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당시 삼청장은 군사보호 시설 때문에 개발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었다. 50억~6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00억원 넘는 이득을 봤다”라고 말했다.

홍콩 계좌와 관련해 홍석현 전 회장은 <시사IN>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홍 전 회장 측은 “회장님은 해외 계좌가 없다. 그래서 홍콩 계좌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계좌를 통한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돈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건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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