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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제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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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향과 귀향 사이에서
허쉐펑 지음, 김도경 옮김, 돌베개 펴냄

“농촌이 기본 생활을 보장한다.”


중국의 사회경제적 발전을 ‘도농(都農) 이원 구조’라는 틀로 해석한 책이다. 중국의 농촌 호적 인구 9억명 가운데 2억여 명의 젊은 층은 도시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한다(농민공). 나이 든 부모 세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자급자족 소농 경제)한다. 도시의 농민공들은 장년에 접어들면 귀향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다시 도시로 나간다. 이런 ‘세대별 분업에 기초한 반농반공(半農半工)’ 시스템이 중국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켜온 동력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불안정 노동자인 중국 농민공에게 고향의 토지와 농업은 기본소득의 원천이자, 도시 생활의 실패를 만화할 수 있는 사회보험 시스템이기도 하다. 저자가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의 토지 사유화 주장을 반대하는 이유다.



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루페 펴냄

“내가 읽는 책을 당신도 같이 읽기를 바랍니다. 그 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쁘고 멋진 건 유통기한이 있지만 귀여운 건 때로 무조건적이며 수명이 길다. 정말이다. 장담컨대 <섬에 있는 서점>은 올해의 가장 귀여운 소설이다. 그런 걸 뽑는 곳이 있다면 말이다. 읽는 내내 자꾸만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아직 세상에는 책을 만들고, 팔고, 읽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이 책은 그에 관한 소설이다.
동네 책방 주인이 주인공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책을 읽는다고…. 그렇지 않은가? 엎친 데 덮쳤다. 어느 날 누군가가 서점에 25개월 된 아기를 버리고 간다. 발단-전개-위기까지 소설의 구성 단계를 착실히 밟아간다. 눈을 뗄 수 없다. 결말은 이렇다. 하여간 서점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곳에서 사랑에 빠진다.



지방도시 살생부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펴냄

“쇠퇴하는 모든 곳을 살릴 수는 없다.”


지방도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도시에 아무런 미래가 없음을 경고하기 때문이다. 나주, 남원, 문경, 삼척, 태백 등 지방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일본처럼 한때 번성했던 지방도시가 ‘소멸’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인 저자는 ‘압축도시’라는 개념을 들고 나온다. 쇠락해가는 지방도시를 위해 도로와 주택 등에 막대한 유지비용을 지불하기보다 도시 인프라를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같은 생명연장술로는 지방의 쇠퇴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현실을 되새기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한 문제작이다.



돌 위에 새긴 생각
정민 엮고 지음, 열림원 펴냄

“돌에 글자를 새기는 것은 마음을 새기는 일이다.”


‘군자는 불행함이 있을지언정 다행함은 없다’ ‘허비함이 많으면 도모함이 많고, 도모함이 많으면 구함이 많으며, 구함이 많으면 욕됨이 많다’ ‘한 사람의 손으로는 천하의 이목을 가릴 수 없다’ ‘들의 학은 비록 주려도, 마시고 쪼는 것이 한가롭다’ 등등.
알 듯 모를 듯한 이 경구가 당신에게 다가가게 된 경위는 이렇다. 중국 명나라의 문호 장호가 붕당의 시대에 충정과 울분을 품고 은거할 때 백가의 운치 있는 말을 뽑았다. 그리고 전각가에게 새기게 하고 엮어서 책(<학산당인보>)을 냈다. 조선의 이덕무가 이를 발견하고 풀이 글을 썼고, 박제가는 서문을 썼다. 다시 이를 정민 한양대 교수가 현대에 맞게 해설했다. 글은 짧지만 의미는 길어서 마치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를 읽는 기분이다.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
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집단 사고’는 구성원들이 집단의 힘과 정당성을 과신하게 만든다.”


서양사에는 흔히 숭배의 대상이 되는 대목이 몇 있다.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로마의 팽창, 르네상스와 프랑스 혁명기 등이다. 낙관론자들은 이들 사례를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 ‘인간은 최대한 현명한 판단을 한다.’
제목이 드러내듯, 이 책은 여기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역사는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생물학 박사인 저자는 “어리석음이 최소한 인간의 영원한 길동무였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라고 썼다. 언어를 통한 집단 사고가 주범이다. 책은 십자군 학살이나 두 차례 세계대전뿐만 아니라 로마제국, 계몽주의 철학에서도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금의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실수하는지 분석하는 책이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김웅철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단카이 세대는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한다는 평생 현역을 당연시합니다.”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7%), 고령사회(65세 이상 14%), 초고령사회(20%). 한국도 고령화율 14%를 기록해 얼마 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4년이 걸렸다. 한국은 그 기간이 18년이다. 초스피드로 최종 단계를 향해 가는 우리에게 도쿄 특파원을 지낸 기자가 일본이라는 괜찮은 참고서를 건넨다.
점포 안에 고령자 간병센터를 두는 케어 편의점,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춰주는 백화점 등 참고할 만한 고령화시대 대응법을 비롯해 초고령화가 낳은 신풍경이 담겼다. 젊은 노인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고령 문화의 단면도 읽을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맞이할 고령사회의 모습이 암담할 수도, 밝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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