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1·2
김형민 지음
푸른역사 펴냄
“한번 봐주세요.” 카카오톡(카톡)이 왔다. 김형민 SBS CNBC PD는 늘 카톡으로 초고를 보낸다. 나는 그의 첫 독자다. 김 PD가 연재하는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원고를 담당한다. 매주 수요일(전날 밤 술을 먹으면 가끔 목요일) 밤 카톡으로 도착하는 그의 초고를 대개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읽는다. 이불 위에서 푸닥거리며 장난치는 어린 남매에게 깔리고 밟히면서도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김 PD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띄어쓰기가 두 번 된 것 정도 말고는 고칠 데도 없다. 원고를 수발하며 얻은 지식들 덕분에 어디 가서 역사 아는 체도 좀 할 수 있게 됐다. 참으로 고맙고 도움 되는 필자다.

그 필자의 글이 책으로 나왔다. 원고 담당 기자인 나를 비롯해 매주 김 PD의 글을 봐온 〈시사IN〉 독자들에게 한 번씩 거쳐간 이야기들이지만, 두 권으로 묶인 이 역사 정담(情談)서는 또 그 자체로 매력이 있다. 미국 ‘독립선언문’과 프랑스 ‘라 마르세예즈(프랑스 시민군의 노래)’를 부러운 마음으로 소환한 ‘미국 독립선언문을 꺼내 읽는 겨울(〈시사IN〉 제430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세가 서슬 퍼렇던 2015년 12월에 쓴 글이다. ‘촛불 혁명’을 완수한 지금 그 글을 읽는 맛이 그때와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이 감춘 세월호 7시간과 한국전쟁 때 지도부들이 허비한 6·25의 7시간을 비교한 ‘한국전쟁 때도 7시간이 문제였다(〈시사IN〉 제481호)’는 다시 읽어도 또 화가 난다.

김 PD의 글은 날카롭고 매서우면서도 한편으론 더없이 따뜻하다.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애정이 담뿍 담긴, 아빠를 포함한 옛사람들이 딸을 포함한 새 세대에 고하는 반성문이자 지침서이다. 이 책의 서문은 늘 아빠에게 역사 이야기를 ‘들어오던’ 딸이 썼다. 아빠만큼 딸도 글솜씨가 빼어나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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