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김재인 지음, 동아시아 펴냄

“기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생각’은 인간의 고유한 본질로 정의되어왔다. 파스칼에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였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썼다.
인공지능은 ‘생각하는 기계’다. 그렇다면 인간과 기계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자 김재인이 지금 막 도래하려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앞서 ‘인간’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기계의 생각’이라는 화두를 논의하기 위해, 한편으론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을 과학사적으로 살피고 다른 한편으론 ‘생각이라는 것’을 철학적으로 추적했다. 대학의 인기 교양 강좌를 책으로 엮은 만큼 딱딱한 내용을 쉽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송영심 지음, 팜파스 펴냄

“주막은 은밀히 파견된 암행어사가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중학교 역사 교사인 저자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쉽고 재미있게 조선 야사 속 음식 이야기를 엮어냈다. 빈대떡, 순대, 냉면, 삼계탕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을 통해 조선의 정치사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간장게장은 우리 선조들이 바다와 뭍에서 나는 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낸 음식이었다. 백성은 물론, 조선 시대 임금도 즐겨 먹었다. 〈규합총서〉에 따르면 논산 파평 윤씨 종가에서는 노성천에서 잡은 참게로 게장을 담가 임금에게 진상했는데,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고기를 잘게 다져서 게에게 먹였단다. 그러면 게의 육즙이 풍부해진다. 닭고기를 먹이면 유난히 장이 많아진다. 이토록 귀한 간장게장을 왜 조선 시대 소론들이 먹지 않게 되었는지 다룬 대목도 흥미롭다.

지식의 사회사 1·2
피터 버크 지음, 박광식 옮김, 민음사 펴냄

“우리는 ‘정보 거인’이 될 수 있지만 그러면서 ‘지식 난쟁이’가 될 수 있다.”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제목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라는 불평은 이미 16세기에 터져 나왔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라지만, 도대체 지식은 무엇이고 어디서 왔을까? 21세기 최고 문화사학자 피터 버크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550년에 걸친 지식의 탄생과 유통에 관한 거의 모든 주제를 섭렵한 저서를 내놓았다.
1권은 가동 활자 인쇄술이 발명된 1450년부터 당대 정보의 총화였던 디드로의 〈백과전서〉가 출판되기 시작한 1750년까지를 다룬다. 2권은 〈백과전서〉에서 위키백과가 등장한 2000년까지를 다룬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거 사람들은 오늘과는 다른 방식으로 지식을 보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지식은 사회 속에 자리 잡아 사회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숍 스토리
젠 캠벨 지음, 조동섭 옮김, 아날로그 펴냄

“잘 운영되는 서점에 가면 읽고 싶은 책이 꼭 생기게 마련이죠.”

벽이며 머그컵이며 티셔츠 따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Keep Calm and Carry On(침착하게 계속 나아가자)’이라는 문구의 유래는 뭘까.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 정부가 제작한 포스터 3종 중 하나로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들었지만 전쟁 통에 배포하지 못했다. 그리고 2000년, 서점을 준비하던 부부가 매입한 헌책 박스 아래쪽에 포스터 한 장이 잠자고 있었다. 그저 문구가 마음에 들어 서점에 걸어두었을 뿐인데 복사본을 팔라는 사람이 생겨났다. 그것도 많이. 영국 ‘바터북스’에 걸려 있던 포스터는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북숍 스토리〉는 이런 숨은 이야기를 무궁무진하게 제공하며 아이디어를 연결한다. 서점원인 저자는 ‘책과 서점이 여전히 의미 있는가’라는 질문을 들고 전 세계 300개 서점을 돌아봤다.



제주, 오름, 기행
손민호 지음, 북하우스 펴냄

“부지런한 곡선의 여정, 깊고 그윽한 숲길, 제주 오름을 걷다”

말 그대로 ‘발로 쓰는 기자’다. 가까이서 본 저자는 여행 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여행지를 두루 살피는 ‘부지런한 발’,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부정확한 정보를 검증하는 ‘꼼꼼한 손’까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가장 신뢰하는 기자’ 1~2위를 다투는 그는 특히 ‘길 걷기 여행’에 정통하다.
제주올레와 규슈올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기사화했던 그의 발이 이번에 향한 곳은 제주의 오름이다. 올레를 걷고 난 여행자들에게 그는 오름 걷기를 권하며 ‘제주를 두 번째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오름 40곳’을 추천했다. 부지런한 발로 누빈 현장의 이야기와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길 위의 단상 그리고 꼼꼼한 손으로 찾은 방대한 정보가 잘 담겨 있다.

아무튼, 망원동
김민섭 지음, 제철소 펴냄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 오래된 가게들 때문일 터이다.”

‘망리단길’만 아는 이들에게는 〈아무튼, 망원동〉으로 만나는 2010년 이전의 망원동이 새롭다. 좁은 ‘망리단길’을 지나다니는 7011번 버스가 이전에는 361번 번호판을 달았다는 사소한 사실마저 흥미롭다. ‘쓰레기 산’이던 난지도가 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이전, 쓰레기가 뿜는 메탄가스 때문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니, 우거진 갈대밭에 괜스레 겁이 난다. 그의 추억 덕분에 ‘지나버린’ 망원동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한껏 달라져버린 동네를 돌아보며 누구를 탓하며 원망하거나, 지난 시간만 붙잡고 한탄에 잠기지도 않는다. 남아 있는 것에 대한 반가움과 애잔함,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문장 하나하나에 깊이 스며 있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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