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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노무현 잊혀가는 박정희

‘박정희 향수’ 점점 옅어지고 ‘노무현 추모’ 열기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시사IN> 전직 대통령 신뢰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멀찌감치 앞섰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제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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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대한 평가가 재구성되고 있다. ‘박정희 향수’는 고립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급부상했다. <사사IN>은 2007년부터 꾸준히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을 조사해왔다(2008년과 2011년은 조사 없음). 지난해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 ‘골든크로스’를 겪은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 1, 2위는 올해 그 격차를 더욱 벌렸다(<표 1> 참조).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자의 45.3%에 이르렀다. 지난해 39.9%보다 5.4%포인트 늘었다. 창간호인 2007년 조사(2007년 조사는 전·현직 대통령을 묶어서 조사함)에서 당시 임기 말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6.6%에 불과했다. ‘노무현’이라는 세 글자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이름으로 등극하는 데에는 10년이 걸렸다.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이래,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노 전 대통령을 꼽는 응답은 꾸준히 확장세를 보였다. 이와 달리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는 반대 흐름을 나타냈다. 2007년 첫 조사에서 ‘박정희 신뢰’ 응답은 52.7%에 육박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박정희 신뢰 응답은 30%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때 박정희 신뢰 응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초인 2013년 37.3%로 반등했다가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갔고, 박근혜 게이트 이후 첫 조사인 올해는 23.1%까지 떨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16.2%로 2년 연속 상승세다. 민주당 계열 두 전직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는 이가 전체 응답자의 61.5%에 이르렀다.

20~40대에서 노무현 신뢰도 60% 이상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두 곳에서 감지된다. 연령대별 응답과 정치 성향의 변화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응답 성향이 변했다. 지난해 조사 당시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반면 ‘박정희 신뢰’ 응답은 63.3%를 차지했다. 그러나 1년 새, 노무현 신뢰 응답은 18.4%, 박정희 신뢰 응답은 48.2%로 조정됐다. 노무현 신뢰가 상승했고 박정희 신뢰는 하락했다. 올해 새로 조사 후보에 오른 박근혜 전 대통령도 60대 이상 응답층 가운데 1.7%만이 “가장 신뢰한다”고 답했을 뿐이다.

20대(19~29세)와 40대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이 늘어난 것도 전체 지표에 영향을 미쳤다. 20대의 노무현 신뢰 응답은 지난해 52.3%에서 올해 62.7%로 상승했다. 40대에서도 노무현 신뢰 응답이 지난해 52.4%에서 올해 62.1%로 상승했다. 올해 30대의 노무현 신뢰 응답 60.5%까지 고려하면, 비교적 젊은 20~40대에서 60% 이상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장 신뢰하는 전직 대통령으로 꼽은 셈이다.

ⓒ노무현재단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신뢰도의 두 배에 육박했다.

<시사IN>은 지난해에 이어 보수·중도·진보 성향 응답자가 각각 어떤 대통령을 가장 신뢰한다고 답하는지 살펴보았다. 정치 성향별 경향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보수층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은 24.9%, 박정희 신뢰 응답은 43.3%였다. 지난해(각각 22.7%, 48.9%)에 비하면 변화의 폭이 크진 않다. 중도층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신뢰 응답은 소폭 하락(2016년 43.9%, 2017년 42.6%)한 반면 박정희 신뢰 응답은 지난해와 수치가 같다(2년 연속 23.7%). 그나마 진보층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이 상승(2016년 59.4%, 2017년 68.9%)한 것이 눈에 띈다. 진보·중도·보수층 각각의 응답 분포 구조만 놓고 본다면, 변화의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진짜 변화는 정치 성향 응답에서 나타났다. 2016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정치 성향은 28.7%(보수), 46%(중도), 21.5%(진보)로 나뉘었다. 그러나 이 비율은 불과 1년 만에 각각 22.6%(보수), 41.8%(중도), 30.5%(진보)로 바뀌었다.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9%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런 변화의 일등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가장 불신하는 대통령’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6.7%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꼽았다(위 <표 2> 참조). ‘불신받는 전직 대통령’ 상위권에 이명박 전 대통령(18.6%), 전두환 전 대통령(15.5%)이 포진한 점도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적폐 청산’이 힘을 받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시사IN>은 지난해부터 대기업, 복지, 대북 문제에 대해 응답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이를 노무현·박정희 신뢰층과 교차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노무현 신뢰 응답층은 ‘대기업에 비판적, 대북 포용정책에 호의적, 복지정책에 적극 찬성’하는 기류를 보였다. 박정희 신뢰 응답층은 이와 반대로 ‘대기업의 기여를 인정하고, 대북 강경책에 힘을 실으며, 복지정책에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한국 대기업은 수출과 고용 창출로 경제에 힘이 되는가, 특권과 반칙으로 경제에 짐이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서 노무현 신뢰 응답층은 지난해 34% 대 56.8%의 분포를 보여준다. 올해에는 이 의견의 격차가 41.9% 대 46.7%로 줄어들었다. 정경 유착 비리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이처럼 나타난 것은 노무현 신뢰 응답층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박정희 신뢰 응답층은 대북 강경론에 73.4%, 대기업 호의론에 85.4%, 정부 복지보다 개인의 책임을 중시하는 의견에 61.3%가 포진해 있다. 박정희 신뢰 응답층의 동질성이 비교적 강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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