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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고교 은사가 보낸 손편지에…

박근혜 정부 교육문화수석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와 관련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제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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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1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63차 공판

박근혜 정부의 교육문화수석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과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 교문수석실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지원 배제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고 본다. 송광용·모철민 두 전직 교문수석이 증인석에 앉았다.



송광용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2014년 6월부터 9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으로 일했나?

송광용:그렇다.

검찰:특검 조사에서 실수비(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분위기에 대해 진술했다.

송광용:군대처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끝나는 분위기라고 느꼈다.

검찰:재직 중 증인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퇴진 운동을 언급하며 “헌법 가치를 수호하고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전투적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들었나?

송광용:그렇다. 부임 후 첫 실수비에서였다.

검찰:2014년 8월 실수비 보고서를 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다이빙벨>을 상영하려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조직위와 부산시장에게 상영 금지를 통보했다. 이 조치가 제대로 이행 중인지 계속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나?

송광용:그렇다. 정무수석에게도 지시했다.

검찰:2014년 8월25일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안건 가운데에는 ‘건전 애국 영화 지원에 연내 50억원 투입’이 있다. “<명량> 등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를 지원해야 한다”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인가?

송광용:직접 듣지는 못했다. 전임 수석 때 대통령의 말씀으로 안다.



모철민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증인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교문수석을 지냈나?

모철민:그렇다.

검찰:증인은 2013년 8월21일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면 보고 자리에 배석했다. “노태강·진재수(당시 문체부 국장·과장)는 나쁜 사람이라고 하니 인사 조치하라”라는 박 전 대통령 말을 들었나?

모철민:그렇다. 유 전 장관이 내게 “바로 인사하면 상처가 될 수 있으니 한 달 뒤 정기 인사 때 적절한 자리로 옮기자”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전화로 인사 조치에 대해 다시 물었다. 해외로 출장 간 유 전 장관에게 전화로 전하자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검찰:보통 국장급 인사 조치를 청와대나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경우가 있나?

모철민:없다. 내가 있을 때는 유일했다.

검찰:2013년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됐다.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이 “상영해서는 안 되니 조치를 취하라”라고 지시했나?

모철민:그렇다.

검찰:같은 해 9월9일 실수비 기재 사항에 ‘천안함(메가박스) 용서 안 돼. 국립극장 용서 안 돼’라고 적혀 있다. 의미는?

모철민:9월5일 메가박스에서 <천안함 프로젝트>가 개봉된 데에 대해 김기춘 전 실장이 발언한 것이다.

검찰:3주 뒤인 9월26일 김기춘 전 실장이 대외비 문건을 주며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 좌편향된 시·도 문화재단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국정원 정보 보고서였다. 어떤 조치를 취했나?

모철민:요약하자면 심의를 강화해서 좌편향 작품은 지원에서 배제하고, 서면 및 현장 감사, 제도 강화를 강구한다는 방안이었다.

검찰:증인은 그 내용을 대수비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부정적 지시가 있었나?

모철민:없었다.

검찰: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수비에서 “문화계 좌편향이 문제다”라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기록이 박준우 전 정무수석의 업무수첩에서 확인됐다.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있나?

모철민:그렇다.



모철민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2013년 9월30일 대수비에서 교문수석실은 ‘좌편향 작품 공연 문제’를 보고했다. 좌편향 작품은 어떤 작품을 지칭하나? 반국가? 반체제? 야당 지지? 어떤 의미인가?

모철민:당시는 그렇게 넓게 보지 않았다. 종북·친북 단체에 대해 심의제도를 강화하자는 정도 이야기였다.

박근혜 변호인:2014년 6월 문체부 보고서 중 ‘이념 편향 도서가 우수 도서에 선정되지 않도록’이라는 대목이 있다. 증인은 이념 편향 도서가 어떤 도서라고 생각했나?

모철민:발단은 <미래연구>라는 인터넷 극보수 매체가 책 몇 권을 지적한 것이었다. 그중 한 권에 김일성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그때 <미래연구>가 지적한 책들을 보면 우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라든가….

재판부:<미래한국> 아닌가?

모철민:맞다.

박근혜 변호인:극보수라고 표현했나, 방금?

모철민:그렇다.

박근혜 변호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편향된 도서를 우수 도서로 선정되지 못하게 심의 기준을 강화한 게 뭐가 문제가 되나?

모철민:어, 그건 아니지만….

박근혜 변호인:실수비 문건은 ‘반국가·반체제 경향을 보이는 단체나 사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하는 사례’를 지적한다. 이 문구가 잘못됐나?

모철민:문구 자체는 문제가 없겠지만 2013년 12월, 2014년 1월, 3월, 그 이후 과정을 보면 좌파 척결이라는 비서실장 기조가 있었다.

박근혜 변호인:좌파 척결이 잘못됐나?

판사:변호인, 자꾸 동어반복되는 것 같다.

ⓒ그림 우연식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가운데)은 편향된 도서를 우수 도서로 선정되지 못하게 심의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 9월22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64차 공판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이 9월1일에 이어 다시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발견된 이른바 ‘캐비닛 문건’의 내용에 대해 증언했다.



김소영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
:2014년 8월25일 대수비 교문수석실 안건 중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체계 개편’ 항목에는 ‘문제 인사 배제’ 등 내용이 들어갔다. 어떤 내용인가?

김소영
:대구 동성아트홀이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것이 계기였다. 모철민 전 교문수석은 독립영화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건전 애국 영화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유통 지원에서 콘텐츠 지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마련해 경쟁 체제를 세우려 했다.

검찰:사흘 전 실수비에서도 관련 내용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 문제를 두 차례 보고받았다. 교문수석실에서 중요 현안이었나?

김소영
:그렇다.

검찰:보고 후 모철민 전 수석이나 다른 누군가로부터 ‘대통령 정책과 반대되니 재검토하라’거나 ‘하지 마라’는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나?

김소영:그런 적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검찰:대통령 보고 내용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나?

김소영
:그렇게 알고 일했다.

검찰:2014년 11월1일 대수비 자료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문화예술 콘텐츠 생태계 건전화 추진, 문제 단체 및 작품 지원 배제, 건전 작품 지원 강화, 심사위원 엄선 및 선정 재량권 확보, 조건 위반 시 지원 중단 및 향후 지원 배제, 문체부 내 TF 운영으로 주간 단위 철저 검증, 서울연극협회 지원 배제, 서울독립영화제 국가원수 모독 영화.’ 증인도 이 자료 작성에 관여했나?

김소영:그렇다.

검찰:(서울연극협회가 주최하는) 2015년 서울연극제가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대상에서 탈락했다. 어떤 경위였나?

김소영: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지원 배제 대상이라고 통보해왔다.

검찰:영화 <자가당착>에 대한 조치도 있었나?

김소영:
김상률 교문수석 때로 기억하는데, 국정원 IO(정보담당관) 보고서에 ‘(<자가당착> 상영) 문제점이 있었다며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소영 증인에 대한 변호인 신문

박근혜 변호인:문화계 정부 보조금도 결국 예산 지원이고, 지원금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정책에 따라 부합하는 문화계만 지원한다는 것을 불법으로 판단하나?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가 자신과 같은 입장에 있는 곳을 지원하는 게 현행법에 위배되나?

김소영:답변드리기 어렵다.

박근혜 변호인:이병기 비서실장 부임 후 문화계 관련 지시는 어땠나? 김기춘 실장 때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

김소영:지원 배제 업무 관련 지시 내용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연합뉴스
7월27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 9월26일 박근혜 뇌물 혐의 등 65차 공판

검찰과 특검이 재판부에 10월16일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10월10일 재판에서 추가 구속 여부에 대한 의견 진술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증인으로 나온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증언했다.



김상률 증인에 대한 검찰·특검 신문

검찰:다른 재판에서 청소년이 이용하는 도서관에 좌편향 도서가 있다는 내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청소년이 보는 도서에 좌편향 도서가 단 한 권도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상률:그렇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 정호성 전 비서관이 전달했다. 정 전 비서관이 김소영 전 비서관에게 전해서 그쪽을 통해 들었다.

검찰:증인은 2015년 3월경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보수 문예지 지원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였다.

김상률:박 전 대통령이 “고교 때 은사님에게 전화를 받았다”라고 했다. 시조나 수필 등을 다루는 보수 문예지가 출간이 어렵다는 내용의 손편지를 내려줬다. 순수 문예지 지원 방안이 있으면 검토해보라는 내용이었다.

검찰:박근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김○○씨는 편지에 ‘<창작과 비평> 같은 좌편향 문예지는 지원을 받는데 순수 문예지는 못 받고 있다’고 적었다. 향후 문체부 보고서도, 예술위 선정 우수 문예지 사업에서 순수 문예지, 즉 보수 문예지는 지원하고 좌편향 문예지는 배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상률:그렇다.

검찰:좌편향 문예지 배제도 대통령에게 보고했나?

김상률:표현이 정확히 좌편향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보 문예지는 순차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보고했다.

검찰:증인은 다른 재판에서 2015년 3월경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에게 <창작과 비평> <문학동네> 지원에 대해 양해를 구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예술위 우수 문예지 지원 사업에 관련된 건인가?

김상률:관련 민원이 올라왔기에 해결해주는 게 수석 임무라고 여겨 비서실장에게 건의드렸다.

검찰:양해를 받아서 지원 대상에 포함된 건가?

김상률:그렇다. 시점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검찰: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비정상의 정상화’를 언급했다. 이 중 문화계는 좌편향이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박근혜 변호인:(격앙되어) 질문 중 문화계가 좌편향이어서 문제라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은 확인된 바가 없다.

검찰:박 전 대통령이 조사받으며 직접 진술한 내용이다.

박근혜 변호인:그럼 제시를 해줘야 한다.

김상률:‘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해 좌편향 문제는 지시를 받은 바 없다.

검찰: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실수비 등 여러 자리에서 ‘좌파 척결’ ‘좌파가 종북의 온상’ ‘좌편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증인은 들은 바 없나?

김상률:없다.

검찰:모철민·송광용 등 전임자들은 이런 언급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증인이 들어온 뒤 특별한 변화는 없었을 것 같은데 전혀 못 들었나?

김상률:정보 보고에 의해 좌성향 언급이 있었던 것은 말씀드릴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정부의 정보 보고에서 좌성향을 파악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본다.

검찰:교문수석으로 근무할 때 아침마다 증인 책상에 국정원 정보 보고가 놓여 있었나?

김상률:아침마다는 아니고 격일에 하나 정도였다. 빈번히 국정원과 경찰청 보고서가 올려져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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