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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총선 때까지 북풍아 불어다오

사학 스캔들에 시달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승부수를 던졌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선거에 ‘북풍’을 활용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악용해 군사 용도의 우주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제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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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4당(민진당·공산당·자유당·사민당)의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묵살한 국회 해산은 터무니없는 헌법 위반입니다. 모리토모·가케 학원 의혹을 은폐하려는 게 목적입니다. 아베 신조의 권력 사유화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9월19일 JR 시즈오카 역 앞에서 시마즈 유키히로(공산당) 의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은 아베 신조 총리가 주도한 전쟁법(평화안전법제: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법률)이 의회를 통과한 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시마즈 유키히로 의원의 지역구 시즈오카는 여러 면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일본 주둔 미국 해병대의 핵심 시설인 제병(諸兵) 연합부대(기갑·보병·포병·공병·항공 부대 등을 통합한 작전 부대)의 트레이닝 센터가 이곳에 있다. 또 캠프 후지(Camp Fuji)가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여당과 전력회사,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회) 등 이른바 ‘원전 마피아’들이 재가동 압력을 넣고 있는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도 이곳에 있다. 물론 주민들은 재가동 압력에 완강하게 저항 중이다. 시마즈 의원의 사자후에는 이곳 주민뿐 아니라 일본의 민주·진보 진영이 이번 총선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다.

아베 총리는 9월25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임시국회 첫날인 9월28일 중의원을 해산한다. 10월2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임시국회 첫날은 총리 연설도, 국회의원들의 질의도 생략된다. 보통 총리가 의회 해산을 발표할 때 의회에서 해산 사유에 대해 연설을 한다. 이런 의례적인 연설조차 생략되면서 ‘꼼수 해산’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야당은 이번 임시국회 때 아베의 사학 스캔들을 파헤치겠다며 별러왔다. 사학 스캔들과 인사 실패 등으로 아베의 지지율이 이른바 ‘마지노선’인 30% 이하로 추락한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국회 해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카드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북한이 잇달아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거센 ‘북풍’이 일본 정가를 덮쳤다.

ⓒAFP PHOTO
9월25일 아베 신조 총리(위)는 “중의원을 해산하고 10월2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북한 6차 핵실험 일주일 뒤인 9월11일 아베 총리는 북풍을 적극 활용했다. “(방위정책에만 집착하며) 일본 사회의 문제점이나 일본 사회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라는 국민적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위험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아베 총리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 고위 간부 회동에 참석해 ‘자위대 최고지휘관’으로서 ‘훈시’를 했다. 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 평화주의 아래서 ‘방위 장비 이전 3원칙’(공산권, 유엔 결의 등에서 무기 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의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하는 일본의 법령인 ‘무기 수출 3원칙’을 무기 수출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을 정하고 한정적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포함된 평화안전법제를 제정했으며, 미국과 일본은 새로운 방위 협력 지침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현실을 직시할 때 이러한 정책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자기 손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기개가 없는 나라를, 누구도 지켜줄 리 없다.” “새로운 조직과 제도에 굳건하게 ‘혼을 담아주기’ 바란다.”

ⓒEPA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2017년 9월3일 일본 도쿄 거리에서 시민들이 TV 화면 옆을 지나고 있다.

아베 정권의 ‘관보’ <산케이신문>에 실린 기사

아베는 ‘최대한의 노력’을 의미하는 표현인 ‘잇쇼겐메이(一生懸命)’ 대신 굳이 ‘혼을 담다(魂を入れる)’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발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본영(大本營·침략전쟁을 수행했던 일본군 수뇌부)을 연상케 하는 군국주의적 본심을 드러낸다. 아베의 야망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안보정책과 관련해 사실상 아베 정권의 ‘관보’ 구실을 하는 <산케이신문> 기사에서 그 답을 유추할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이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한 8월29일 <산케이신문>은 미사일 방어체계(MD)를 강화하고 순항미사일 등으로 적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자고 주장했다. 그 실행에 필수적인 GPS의 운용과 첩보위성 등 장비 체계의 부재를 지적했다. 기사 끝부분에 아베의 발언을 담았다. 아베 총리는 “적군 기지 공격을 목적으로 한 장비 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라고 말하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늘 현실에 근거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쓴 이는 스기모토 야스시다. 그는 평화헌법 개정과 핵무장을 부르짖으며 1985년 총리 신분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나카소네 야스히로의 브레인이었던 사토 세이자부로의 제자임을 자랑하는 극우파 논객이다(그는 또한 항공자위대 간부 출신으로 아소 다로 정권의 초대 방위장관 보좌관과 노다 요시히코 정권의 방위장관을 지낸 모리모토 사토시를 스승으로 섬긴다). 이 기사는 야당과 시민사회의 저항을 누르고 오는 10월 ‘북풍 총선’에서 아베가 승리한다면, 제3기 아베 정권이 어떤 길을 걸을지 암시하는 복선이다. 바로 아베 정권은 범국민적 불안을 악용해 ‘우주의 군사화’를 꿈꾸고 있다.

스기모토의 ‘우려’와 달리 아베 정권은 이미 우주의 군사화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 방위성은 전쟁 법안도 성립되지 않았던 2014년 8월 ‘우주개발·이용에 관한 기본방침(이하 방침)’을 수립했다. 방위성은 이 방침을 통해 ‘해외에서 전쟁하는 자위대’의 임무 수행을 위해 항공기나 함정 등으로 접근이 곤란한 타국의 정보를 인공위성으로 수집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또한 준천정 위성시스템(QZSS:Quasi-Zenith Satellite System)을 정비해 미·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안전보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방위성은 강조했다.

QZSS는 일본 열도 위를 운항하도록 프로그램된 인공위성들을 이용해 측정 신호를 발신함으로써 GPS와 다름없는 기능을 수행하는데, GPS의 오차까지도 보정할 수 있다. QZSS의 운용에 필요한 위성은 4기 이상이지만, 현재는 ‘미치비키’ 한 기만 투입되어 있는 단계다. 이에 아베 정권은 2015년 1월 제3차 우주기본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도합 4기, 2023년까지 7기의 위성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QZSS의 궤도는 남북을 돌며 크게 ‘8’자를 그리기 때문에 7기가 모두 갖춰진다면 대양주 거의 모든 지역의 위치 측정이 가능해진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GPS를 일본이 도맡아 보완·보강하는 셈이다. QZSS에 사용될 3기의 위성 제작은 이미 미쓰비시 전기가 일본 정부로부터 520억 엔(약 5291억원)에 수주했다.

아베의 이러한 폭주에 미국이 제어 구실을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긍정적인 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우주의 군사화는 현재 미국 정·재계에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이단렌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추진 중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게이단렌은 산하 우주개발이용추진위원회를 앞세워 2009년 5월 ‘우주기본계획에 관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우주개발이용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시모무라 세쓰히로 미쓰비시전기 고문(회장 역임)은 향후 10년간 우주 사업 규모를 누계 5조 엔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아베 정권의 장기 계획에 열광한다. 시모무라 세쓰히로 위원장은 첫째 주요 과제로 ‘안전보장 강화’를 내세우며 미국과의 우주협력 추진을 재촉하고 있다. 북한 관련 돌출 발언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예측 불허의 비즈니스맨’ 아베에게는 더없는 낭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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