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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표 없는 대학 입학금

대학은 ‘돈’ 문제에 관해선 이미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 0원에서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인 입학금 실태는 얼마나 자의적이고 불가피하지 않은 돈인지 자인한다.

이대진 (필명·대학 교직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9월 28일 목요일 제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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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다. 내년 초까지 신입생 유치전에 매진해야 하는 각 대학은 예년에 없던 고민 하나를 끌어안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학 입학금 폐지, 대입 전형료 인하’ 정책 때문이다. 눈치 빠른 몇몇 국공립대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고, 눈치 보던 사립대들은 “입학금과 전형료를 단계적으로 폐지 또는 인하하는 대신 그동안 동결해온 등록금을 올릴 수 있게 해달라”며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우리 대학도 입학금을 받는다. 일회성으로 내기에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담당 직원에게 왜 입학금이 그 정도 액수인지 물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예전에 어떤 총장이 신입생들에게 최소한의 책임의식을 줘야 한다고 등록금의 일정 비율을 입학금으로 정했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학생들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면서 그 근거나 금액의 적정성에 대해 고심한 흔적은 없어 보였다. 관련 부서에서는 “등록금을 올려 예산 부족분을 메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줄어들 입학금 수입을 어떻게 충당할지 예산 부서와 협의 중이다.

ⓒ김보경 그림

매 학기 내는 등록금과 달리 입학금은 거두는 쪽이나 내는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학 처지에서는 다른 재원에 비해 액수와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입학금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들어오는 고정수입으로 여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재비나 옷값처럼 새 교육과정에 진학할 때 필요한 일종의 진입 비용처럼 생각한다. 무엇보다 누군가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주고받아온 돈이다. 

전형료 수입 역시 꼬리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학들은 매년 전형료 수입과 지출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전형료 수입을 지출할 수 있는 항목도 공공요금, 홍보비, 인쇄비 등으로 정해져 있다. 구체적인 예산 계획에 따라 전형료를 책정하고, 그 수입에 맞게 지출하는 대학은 많지 않다. 많은 대학이 전형료 수입보다 더 많은 예산을 입학 홍보와 전형 업무를 위해 투입하고 있고, 예산 세부 내역이나 구체적인 전형료 산정 기준은 공개 대상이 아니다. 거둬들인 전형료 수입에 맞춰 사후적으로 지출 항목과 금액을 조정해서 공시할 수 있는 셈이다.

‘큰 배움’ 얻는 대학(大學)에 다니고 싶은데…

전형료의 경우 대학들도 할 말은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전형료는 이미 면제해준다. 단계별 전형의 중간 탈락자들에게 일부 전형료를 환불해주거나 수시 탈락자가 정시에 다시 지원하면 전형료를 면제해주는 식이다. 한 입학사정관은 “정작 문제는 돈보다 사람”이라고 귀띔했다. “자기 시간 빼앗기며 전형 과정에 참여할 교수를 섭외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문제 출제와 서류·면접 평가에 참여하는 교수와 지원 인력의 수당이 전형료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전형료를 인하하면 결국 인건비인 수당을 삭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학은 ‘돈’ 문제에 관해선 이미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 0원에서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인 입학금 실태는 얼마나 자의적이고 불가피하지 않은 돈인지 자인한다. 외부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 (지원을 기대하며) 발 빠르게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대학들의 모습은 스스로 불신을 키울 뿐이다. 어쩌면 학생들은 공짜나 할인 혜택보다 제도와 정책의 투명성 및 합리성을 실천하는 곳, 비용이 들더라도 돈 낸 만큼 큰 배움(大學)을 얻고 졸업할 수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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