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중국의 사드 보복 당 대회에서 풀릴까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피해가 늘고 있다. 국내 관광업과 면세점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10월18일에 열릴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를 주목한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2017년 10월 02일 월요일 제524호
댓글 0

결국 롯데그룹이 손을 들었다. 9월14일 롯데는 중국 내 마트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경북 성주의 골프장을 제공한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의 집중 타깃이 되었다. 중국 당국은 소방 점검 등 각종 이유로 롯데마트 매장을 영업 중지시켰다. 중국 내 점포 112곳 가운데 87곳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에 진출한 롯데 사업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기도 했다.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롯데그룹은 중국 내 마트 부문 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브랜드 자동차의 중국 시장 내 판매도 급감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8월 중국 내 누적판매량은 57만5974대.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104만3496대)에서 44.7% 감소했다. 중국 사드 보복, 중국 로컬업체들의 성장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REUTERS
9월12일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롯데마트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내에서 ‘사드 타격’이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관광업과 면세점업이다. 중국은 한국 정부와 롯데가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한 2월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강화하고 중국 여행사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9월14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사드 갈등 장기화에 따른 국내 관광산업 손실규모 추정>)에 따르면, 사드 갈등이 본격화한 올해 3월 들어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월 대비 40.0% 감소한 36만782명을 기록했다. 이후 7월까지 5개월 동안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규모는 28만1263명(중국 여행사의 여행상품에 의존하지 않는 개인 관광객이 많다)이다. 7월 중국인 관광객은 전체 관광객에서 27.9%를 차지했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 보고서는 3월부터 7월까지 다섯 달 동안 중국인 관광객 333만명이 한국 관광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인 관광객 1인당 한국 관광 평균 지출액(1956달러)을 감안하면 이들의 관광 포기로 인한 손실액은 7조6000억원가량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사드 갈등이 지속될 경우, 연간 관광객 46%, 연간 관광 수입 56%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이 면세점 업계다. 면세점 사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벌·대기업들이 탐을 냈다. 박근혜 정권 시절 면세점 사업 선정과 관련해 특혜·위법 등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면세점 업계에 찬바람이 분다. 결국 정부는 올해 연말 개장하기로 했던 신세계DF, 현대백화점 면세점, 탑시티 등 3개 신규 면세점에 대해 개장 시한을 연기하기로 했다.

이처럼 면세점 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것은 역시 중국인 관광객 의존 비율이 높아서다. 2016년 기준으로 대중국 매출 의존도는 64%, 구매 고객 수 의존도는 78%에 달한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면세 산업 피해가 연간 4조원에서 최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늘어나

눈에 띄는 점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가 2016년 11월 이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7월 일본과 중국 사이에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당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일본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AP Photo
2012년 7월 중·일 영토분쟁 당시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강력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일본에 대한 관광 제한 조치도 이어졌다.
같은 해 9월18일 중국 후베이성에서 일장기를 태우는 반일 시위대의 모습.

현대경제연구원의 한재진 중국경제팀장은 대중국 수출이 늘어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올해는 75%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중간재는 소비재나 생산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원료나 부속품처럼 중간에 소요되는 재화를 뜻한다. 대표적 품목으로 전기전자부품, 석유화학제품 등이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늘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유 관련 제품의 수출단가가 급등했다. 이런 수출품목 구조로 인해 식품·화장품 등의 타격이 상쇄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 ‘아직까지는 산업 분야에서 한·중 분업구조가 깨지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중국의 수출과 연관이 크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또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이 수입 규제를 할 경우 자국 기업의 생산과 수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은 셈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재진 중국경제팀장은 지난 8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이 모인 한 모임에서 발제를 했는데,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대체로 10월18일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를 주목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제19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 집권 2기가 출범한다. 이때 북핵, 한·중 관계 등 대외정책도 다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산업 전문가들이 당 대회를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이런 정치적 이벤트를 경제정책의 변화 시점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2012년 중·일 영토분쟁 때도 그랬다. 영토분쟁으로 강력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일본에 대한 관광 제한 조치도 이어졌다. 중국 시장 내 일본 브랜드 자동차는 월별 판매량이 최대 58%까지 감소했다. 당시 일본 브랜드 자동차 판매점이 중국의 반일 시위대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안전에 위협을 느낀 일본 브랜드 중국 공장들이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게 5년 전인 2012년 11월에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당 대회였다. 당 대회를 앞두고 2012년 10월 정부가 사회 안전 차원에서 반일 시위를 자제시켰고, 11월부터 일본 브랜드 자동차 판매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기업이 단기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재로서는 10월18일 중국공산당 당 대회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IN (http://www.sisai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