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책 뒤에는 작가들의 아주 어린 시절 사진도 실려 있다. 존 클라센의 장난기와 재치는 이 떡잎 시절부터 빛난다. 레인 스미스는 뜻밖에도 점잖은 얼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집스럽게 앙다문 입과 침착하면서도 꿰뚫는 듯한 눈빛이 범상치가 않다. 피터 매카티는 그의 그림만큼이나 부드럽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에릭 칼은 아기 때부터 노인 같은 얼굴이고, 나이 들어서도 아기 같다.
이 작가들은 그림 한 장과 사진 한 장, 짧은 글로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을 간명하면서도 뭉클하게 보여준다. 어떤 동물을 좋아하는지, 그 동물과 얽힌 어떤 일화를 마음에 품고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형상화하는지를 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 위에 언급한 작가들은 익숙한 이름이라 그렇겠지 싶지만, 처음 대하는 작가들도 그렇게 마음이 닿는다. 펭귄을 좋아한다는 에린 스테드 같은 경우가 그렇다. 왠지 어눌한 몸짓과 표정의 펭귄들 그림과,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가끔 수줍고 긴장이 되지만 동물들 사이에 있을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나직한 고백에 와락 친근감이 든다. 좋아하는 동물로 문어를 꼽은 닉 브루엘은 한 페이지 가득 어지러운 만화풍 그림에 검은 고양이, 떡갈비, 에릭 칼을 끌어들인 종횡무진 에피소드로 웃음을 선사한다.
존 클라센이나 레인 스미스와는 또 다른 유머에,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인다. 모 윌렘스 페이지를 보고 나면 터무니없는 농담으로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놓고는 시치미 뚝 뗀 채 휘파람을 불며 자리를 뜨는 장난꾸러기가 눈에 선히 떠오른다. 이렇게 수줍거나 짓궂거나 장난스럽거나 심히 진지하거나 천진난만한 각색 작가들의 개성이 한 상 가득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져 있다. 읽을수록 배부르다.
먹는 얘기가 나왔으니, 잉어를 회상한 피터 시스를 언급하자. 크리스마스 만찬용 잉어를 욕조에 보관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이 들어버린다. 애들이 울고불고 드러눕는 바람에 어른들은 잉어를 강에 놓아주기로 한다. “잉어를 담아들고 강으로 걸어가는 가족들과 바다를 향해 헤엄쳐가는 파리한 잉어의 모습은 내게 희망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어”는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뭉클한 대목이다. 이렇게 골고루 영양가 높고 다채로운 맛을 선사하는 종합선물세트를, 다가오는 추석에 장만하면 딱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