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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10월 02일 월요일 제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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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와 도구
임명현 지음, 정한책방 펴냄

“단순했던 전선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상대인지는 여전히 선명했지만 누가 동지인가 점차 불분명해졌다.”


노동자들의 파업 기사에 습관적으로 쓰이는 프레임이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 프레임은 똑같이 작용한다. ‘이번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은 ○○억원에 달했고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고백하자면 나도 이 프레임을 썼다. 2007년 179일 파업을 해보고서야 알았다. 이 프레임이 노동자들을 옥죄는 말이라는 것을. 낡은 이 프레임이 또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언론사 내부다. 경영진에 오른 선배 기자들이 파업에 나선 후배들을 이 프레임으로 누르고 있다.
MBC 기자인 저자는 지난 2월, 2012년 파업 이후 계속된 비인격적 인사관리의 실태를 고발한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 MBC 경영진은 이 논문을 ‘금서’로 취급했다. 그 금서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토베 얀손, 일과 사랑
툴라 카르얄라이넨 지음,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펴냄

“그녀의 작업은 반드시 복수형으로 다뤄야 하는데 워낙 다방면에서 경력을 쌓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둘리’가 있다면 핀란드에는 ‘무민’이 있다. 동글동글한 몸집과 큰 눈, 작은 귀를 가진 캐릭터로 흔히 하마로 오해받곤 하지만 알고 보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이 모티브다. 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는 무민의 창조자, 토베 얀손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이다.
150여 점의 도판이 함께 실렸지만 토베의 작품만 다룬 책은 아니다. 토베가 살았던 시대의 가치관과 문화사의 맥락에서 토베의 삶을 살폈다. 토베는 이성과 결혼하지 않았고 동성 연인과 반평생을 공개적으로 함께 보냈다. 인습과 도덕에 반기를 들었던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기수’가 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으로 시대의 가치관과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때맞춰 관련 전시도 진행 중이다.




노자, 맨발로 서울에 오다
권혁인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도덕경은 처세서다. 제 몸과 목숨을 중히 여겨 잘난 척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현학적이고 난해하게 여겨져왔던 <도덕경>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타파했다. 옮긴이는 4년에 걸쳐 왕필본(王弼本)을 바탕으로 기존 학자들의 천편일률적 해석에 메스를 들이대고 노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노자의 민낯이 오롯이 드러났다.
노자는 팔을 잘리는 형벌을 받고 목숨이나마 구해 본성을 지키고자 달아나다가 윤희를 만난다. 윤희의 삶을 헤아리고 충고해주기도 하며(제15장), ‘체’하기(爲)를 경계하라고 하면서도, 왕에게 벼슬자리를 달라고 청하는(제42장) 자신을 한탄하기도 한다(제45장). “잘난 척 나서지 말고, 뒤로 물러서서 본성을 지키라”고도 충고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
이정모 외 지음, 북바이북 펴냄

“4차 산업혁명은 실체일까?”


북핵 문제를 제외하면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올해 최고의 화두 아닐까? 언론사들이 관련 기사를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내고, 유치원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할 인재 육성’을 교육 목표로 내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들은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 수행의 적임자’로 자처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담론이다.
주로 과학기술 부문의 전문가인 저자들은 이런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 찬물을 끼얹으려 한다. 새로운 신천지를 만들어놓을 혁명인지, 사람들의 마음만 뜨겁게 달궈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헛짓’인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일갈한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과 가능성’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 관련 주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미셸 오바마
피터 슬레빈 지음, 천태화 옮김, 학고재 펴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면 너 역시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선택뿐이다.”


‘#Michelle2020.’ SNS를 검색하면 꾸준히 보이는 미셸 오바마 대선 출마 요구다. 누군가의 부인으로서가 아닌, 그녀가 보여준 말과 행동 덕분이다. 저열한 네거티브가 난무하던,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미셸 오바마는 “그들이 저급하게 행동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행동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커질수록 미셸 오바마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간다.
그런 그녀의 생애를 <워싱턴 포스트> 기자였던 저자가 담아냈다. 연설가이자 사회운동가이자 댄서인 미셸 오바마의 다양한 면모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퍼스트레이디’라는 그녀는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2020년에 어떤 모습일까.




식사(食史)
황광해 지음, 하빌리스 펴냄

“한식이 무엇인지 허둥지둥 공부하다 우연히 찾은 답.”


‘카더라 통신’이 가장 만연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전통 음식과 관련된 분야다. ‘녹차를 유럽에 싣고 갔더니 홍차가 되었다’는 수준의 괴담이 횡행한다. ‘설렁탕은 왕이 선농단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신선로는 궁중 음식의 대명사다’ 등 이미 부정되고 반박된 내용이 버젓이 음식점 벽에 걸려 있다.
사학과 출신으로 오랜 기자 경력이 있는 저자는 식문화 자료를 종으로 횡으로 살펴서 우리 음식의 신화를 걷어내고 역사적 사실관계를 가지런히 정돈한다. 이웃 중국과 일본의 음식문화사와도 비교해서 근거 없는 음식 국수주의를 비판한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서툴렀는지 냉정하게 짚어낸다. 읽고 나면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진하면서도 개운한 국물을 마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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