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넉 달여를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 중이다. 젊고 새로운 이미지를 앞세워 기성 정당에 속하지 않은 채 당선한 그는 ‘전진하는 공화국’당을 창당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8월27일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IFOP와 〈일요신문(JDD)〉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에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국민은 4%에 그쳤다. ‘만족한다’고 밝힌 응답자(36%)를 합치면 40%가량이지만 지난 7월에 비해 1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취임 뒤 같은 시기의 전직 대통령들 지지율과 비교해보아도 낮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같은 시기 54%,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67%의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 올랑드는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어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마크롱에게 비관적이다. 현지에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24%밖에 득표하지 못한 마크롱에게 합당한 ‘논리적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AP Photo지지율이 떨어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아래)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더 높다.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노동법 개정’이다. 지난 8월31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주요 노동법 개정 사항 36가지를 발표했다. 페니코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노사 간 대화를 발전시키면서도 기업들의 고용 욕구 또한 증진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워온 ‘친기업’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미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마크롱 대통령은 법률이 아니라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을 개정하려면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법률명령은 대통령의 위임입법으로 공포하는 즉시 효력을 지닌다. 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으면 법률과 같은 지위를 가진다.

 

 

노동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먼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한 노동자들의 해고보상금에 상한제를 도입했다. 노동자의 근속 연수에 따라 배상액을 산정하되, 30년 근속 노동자도 20개월 상당의 해고보상금 이상을 배상액으로 받지 못하도록 정했다. 부당 해고를 제소할 수 있는 기간도 해고 뒤 24개월에서 12개월 이내로 줄였다. 그 대신 프랑스 최대 노조인 민주노동총동맹(CFDT)이 요구했던 해고보상금을 종전 대비 25%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노동조합이 중소기업(PME)과 영세 기업(TPE)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프랑스 기업 대부분은 직원이 50명 이하인 중소기업인데 노조 가입자들은 대기업에 몰려 있다. 프랑스의 노조 가입률은 11%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산별노조의 협약을 존중해왔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노동조건(노동시간·임금·후생복지 등)이 업종별(혹은 산별) 협약에 정해진 조건과 비교해 최소한 같거나 노동자에게 더 우호적이어야 했다. 즉 기업 단위에서 결정되는 협약 및 규약은 상급 단위에서 맺어진 협약을 준수하거나 그보다 노동자에게 나은 수준이어야 했다(〈시사IN〉 제456호 ‘프랑스도 한국처럼 기업하기 좋은 나라?’ 기사 참조). 지난해 올랑드 정부는 기업 단위 협정을 우선시하는 노동법을 한 차례 개정한 바 있다. 마크롱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규범 위계 타파’를 내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규범 위계란 ‘법률과 단체협약, 기업별 협약 때문에 구분되어진 계층’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노동조건 협상 테이블에는 법, 산별노조, 개별 기업 순서의 위계가 존재한다. 중소기업에 노조 대표가 따로 없더라도 고용주는 산별노조의 협약을 우선해왔다. 이 위계를 정반대로 뒤집어 개별 기업에 모든 권한을 맡기려 했던 게 마크롱 대통령의 초기 생각이었다. 절충안인 이번 노동법 개정안에 따르면, 최저임금·직업 분류·직업교육·근로 난이도·사회보장·양성평등 영역 외에는 산별노조 협약이 우선권을 갖지 않는다. 예를 들면, 상여금 지금을 기업 단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을 두고 주요 정당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 발표 이후 좌파 성향 정당인 프랑스 공산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비판적 태도를 보였고 우파 성향의 공화당은 우호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공산당 비서관인 피에르 로랑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권리와 보호를 끌어내리는 사회적 퇴화이다”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앵수미즈의 알렉시 코르비에르 의원도 “실업을 사회적으로 정당화하는 법안이다”라고 평가했다. 중도 성향에 속하는 녹색당 역시 “해고를 용이하게 하고 노조를 약화시키는 정책이다”라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반면 공화당 소속 에리크 시오티 의원은 “올바른 방향의 노동법 개혁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노동조합 반응은 제각각

 

ⓒEPA9월12일 프랑스 노동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 유연화 정책에 반대하는 총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요 노동조합의 반응도 온도차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노동총동맹(CGT)’은 9월12일 노동법 개혁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필리프 마르티네 CGT 사무총장은 “노동법 개정안은 정부의 거짓말이다”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노동총동맹(CFDT)’과 ‘노동자의 힘(FO)’은 견해가 모호해 불협화음을 자아냈다.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해 “실망했다”라면서도 반대 시위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특히 장클로드 마일리 FO 대표는 시위 불참 의사에서 더 나아가 정부의 노동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6월부터 마크롱 대통령과 협상을 지속해온 FO는 다른 주요 노조들에 비해 노조 간 협력을 우선시하는 단체다. 이를 두고 필리프 마르티네 CGT 사무총장이 장클로드 마일리의 돌변한 태도를 비판하자 9월3일 프랑스 방송 채널 프랑스3에서 마일리는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반드시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이 두 노조 단체는 2주에 걸쳐 올랑드 정부의 노동법 개혁 반대 시위를 벌였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긍정적 여론이 더 높다. 9월1일자 〈르피가로〉에 실린 오독사·덴츠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52%는 노동법 개정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답했다. 개정 사안별로 뜯어보면 사원 대표에 의한 임금·단체협약 체결(69%), 노동조건 투표 발의 제도(69%), 산별노조 협상권을 기업에 주는 제도(61%)에 특히 찬성 의견이 높았다.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와 기대가 낮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각론’에 국민 다수가 호감을 보인 셈이다.

 

 

기자명 파리∙이유경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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