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씨는 국군 사이버사령부 원년 멤버다. 2010년 창설된 사이버사령부 530단(심리전단)에서 3급 군무원으로 총괄계획과장(아래 조직도 참조)을 맡았다. 인사행정과 예산지원 등을 하는 부단장 격이었다. 2015년 12월 말 퇴직하기 전까지 ‘댓글부대 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2016년 1월 〈시사IN〉과 만나 익명으로 취재에 응했던 그가 드디어 얼굴을 공개했다(〈시사IN〉 제436호 ‘댓글부대 사람들 날개 펴고 다닌다네요’ 기사 참조).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실형을 사는 이는 심리전단장이었던 이태하씨뿐이다. 김기현씨는 국방부가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고 관련자들 역시 처벌받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시는 군의 정치 개입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방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그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부담이 컸지만 그가 직접 나섰다. 그의 폭로가 언론에 나온 뒤에야 국방부는 관련 TF를 꾸렸다. 김씨를 8월30일과 9월11일 두 차례 만났다. 그사이 그는 참고인 신분으로 국방부와 검찰을 오갔다.
댓글 작전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태하 530단장이 아플 때 직무대리를 했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5월까지 정도였다. 단장은 새벽 4시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밤새 작업한 댓글 작전을 보고받는다. 밤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밤에 많이 한다. 밤사이 이뤄진 여론 작전 결과를 새벽 4시에 나와서 검토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에 간 사실에 대해 찬성이 20%이고 반대가 80%였다면, 밤사이 여론 작전으로 찬성이 80%, 반대가 20%로 바뀌었다는 내용 등이다. 아침 6시에 사이버사령관이 상황실로 온다. 작전 결과물을 사령관에게 보고하면 검토 후 보고서를 세 가지 버전으로 만든다. 한 장짜리 A보고서, 3~4장짜리 B보고서, 9장짜리 C보고서다. 사령관의 오케이가 떨어지면 복사를 해서 배부선에 따라 봉투 세 개에다 A·B·C 보고서를 담는다. A·B 보고서는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에게 간다. 내가 직접 보고서를 봉투에 넣고 봉했다.
김관진 당시 장관 등이 댓글 작업 보고서를 받기만 하고 읽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매일 오후 4시에 해당 보고서를 회수했다. 혹시 보좌관이 볼 수도 있어서 직접 다 걷어왔다. 워낙 비밀리에 진행하는 일이라 보안을 강화했다. 국민이 알면 안 되는 내용이니까. 인터넷에 독약을 뿌린 거나 마찬가지로, 여론을 호도한다는 사실을 다들 알았던 거다. 우리가 직접 확인하고 파쇄했다. 돌아온 보고서를 보면 가끔 밑줄 친 듯 읽어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군 조직의 특성을 생각해봐라. 해당 보고서는 매일 올라갔다. 만약 상부에서 ‘앞으로 이런 것 보내지 마’라고 했다면 밑에서 절대 안 만든다. 보고서는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만드는 거다.
댓글 작업 보고서가 청와대에는 안 갔나?
봉투로는 안 갔다. 전산 시스템으로 갔다. 심리전단 부하 직원에게 “청와대(국방비서관실)에 갔니?”라고 확인하고 “보냈습니다”라고 하면 끝이다. 종종 청와대에서 시스템 에러가 났다며 전화가 온 적이 있다.
‘2012 사이버사령부 사이버전 작전 지침’에는 그해 총·대선이 있고, 야당 인사의 발언에 대응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정확히는 ‘2012 C심리전 계획’이다. 그 문건은 제목조차 보안인 2급 기밀이다. 심리전 관련 보고서는 국방·안보·북한 관련 사항만 쓰게 되어 있다. 사안의 성격이 애매할 때 사령관 지침 회의를 거쳐 정할 수는 있지만, 총·대선이 있다는 내용은 명백히 위법이다. 보고를 받아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그 보고서에 김관진 장관 결재가 있고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거다. 청와대가 왜 이런 보고를 받았을까. 그건 수사로 밝힐 부분이다. 현장에서 느끼기에도 이례적이었다. 과거 심리전 업무를 합참의 민심부에서 할 때는 합참의장까지도 잘 안 올라갔다. 사이버사령부가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초대 사령관은 장관에게도 잘 보고하지 않고 전결을 많이 했다.
사이버사령부가 처음 만들어진 2010년에는 정보본부 산하였는데, 이듬해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바뀌었다.
사이버사령부 창설을 위한 TF가 2009년에 꾸려졌다. 처음에 TF가 기무사에 있었다. 나도 파견돼서 준비 작업을 20일 정도 하는데,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터졌다. 조선대 교수와 쌍용자동차 집회 참가자들을 기무사가 사찰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기무사 밑에 있던 사이버사 TF도 철수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그런 다음에 정보본부로 간 건데, 그다음 해에 장관 직속 부대가 됐다. 지휘체계가 간결해져서 사령관의 재량도 커졌고 비밀 유지도 쉬워졌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부분도 논란이다.
100명이 넘는 심리전단 사람들이 월급과 별개로 매달 25만원을 받았다. 국정원에서 주는 예산이었다. 하필 댓글 작업이 활발하던 2011년에 국정원이 크게 증액해줬다. 원래 월 5만원이었는데 25만원으로 늘었다. 국정원 3차장 격려금도 받았다. 군에 30년 넘게 있으면서 국정원 3차장 격려금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국정원에서 댓글 작업을 한 국정원 심리전단을 3차장이 총괄했다). 300만원인가 500만원을 가져와 분배하라고 했다.
국정원은 민간인 댓글팀장까지 동원했다.
사이버사령부 안에서도 밖에 나가서 작업하는 팀이 따로 있었다. 북한을 담당하는 팀이었는데, 내부에서는 별동대라고 불렀다. 군인과 군무원 11~12명이었다. 나가서 뭘 하는지 사이버사 안에서도 몰랐다. 아침 9시에 가방을 들고 나갔다. 서울 모처에 따로 사무실을 쓴다는 말도 돌았다. 사이버사 댓글부대가 들통이 나고 새로운 단장이 그 팀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예 못 들어가게 했다. 군의 지휘체계를 망가뜨리면서까지 감추고 싶은 비밀이 더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이것도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이미 국방부의 조사가 이뤄졌고, 군 검찰도 기소를 한 사건이다.
그때 잘되지 않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연제욱·옥도경 두 사령관은 군사법원이 재판을 빠르게 진행해 각각 집행유예·선고유예 등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김관진 당시 장관은 대면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당시 나도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요식행위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전수조사한다고 심리전단 20명 정도를 한 방에 모아 자기들이 써온 내용을 보게 한 다음에 서명하라고 했다. 전수조사했다는 말만 내보내려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말 제대로 이뤄져야 다시는 군의 정치 개입이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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