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난하는 건 가장 쉬운 일이다. 그다음 어려운 일은 장점을 발견하는 것, 가장 어려운 건 감동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즈음 나는 비난만 했다. 심지어 아주 좋아했던 것들마저 비난했고 감동은커녕 장점도 읽어내지 못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고 누구도 동경하지 않았다. 그 당시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의 면전에서 문을 닫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존중과 경탄을 넘어 때로 마음을 걸기도 한다. ‘마음을 건다.’ 무서운 말이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만은 이 말이 꼭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건다〉
정홍수 지음
창비 펴냄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첫 번째 산문집 〈마음을 건다〉에는 문학과 영화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가 사라져가는 시절”이라지만 그는 어디에서건 이야기를 읽어낸다. 이미 읽은 소설임에도 그가 다시 제 목소리로 복기해주는 이야기를 따라 읽다 울컥한 적도 있다. 그가 이야기 자체에 품고 있는 존중과 그가 느꼈을 감동이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리라. 그의 눈을 통과한 이야기는 품격 있는 문장이 되어 마치 음악 같은 리듬을 선사한다. 제대로 된 문장을 읽기 어려운 시대라지만 그의 글만은 거기에서 비껴 있다. 

그는 말한다. “내게는 아직 좋은 영화를 찾아서 보고 싶고, 좋은 문학작품을 찾아서 읽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좋은 소설을 읽고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나 또한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느낌들이 모여 빛이 사라진 일상에 어떤 빛깔을 만들어주기도 할 것이다. 좋은 것들을 알아보는 눈과 존중하고 감동할 줄 아는 힘이 점점 더 귀해지는 듯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귀함을 더없이 귀히 여겨주었으면 좋겠다.

기자명 박지영 (창비 편집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