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업무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만든 책의 리뷰를 찾아보는 것이다. ‘동원’이 아닌, 독자가 직접 찾아 읽고 쓴 리뷰는 티가 난다. 책 한 권을 만들고 나면 한동안 그 책 리뷰를 찾아다니지만 또 다른 책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검색은 짧은 순간 다른 책, 다른 작가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상하게 한 작가의 이름만은 오랜 세월, 수시로 검색하게 된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이름을, 그의 작품을 검색하고 리뷰를 찾아 읽는다.

그녀는 원래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사람이었다. 실제로 얼굴을 본 사람도 거의 없다. 스물다섯 살 때 〈합체〉로 사계절문학상을 받을 당시 시상식에 온 사람들만 그 얼굴을 기억할 정도니까. 그래서 그의 부재가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어느 덧 1년, 부재중 전화를 몇십 통이나 하고, 열어보지 않은 메일이 몇십 통을 넘기고, 주소를 들고 집에 찾아가야 하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편집자가 오만 걱정을 다 하고 있을 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화하셨어요?” 하고 여섯 달 만에 연락이 닿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딘가 틀어박혀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가 나타날 것만 같다.

박지리 지음
사계절 펴냄

6년 세월 동안 그는 〈합체〉를 비롯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장편소설 네 권과 〈세븐틴 세븐틴〉이라는 단편소설 하나를 세상에 내놓았다. 편집자만 읽어본,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원고들도 있다. 또 어쩌면 아직 편집자에게 보낼 생각도 안 하고 있는 원고들이 그의 노트북엔 가득할지 모른다. 신중한 사람이니까.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그야말로 다시는 한국 문단에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아직 못 읽어본 사람이라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박지리의 모든 작품이 그렇다. 평생 자신이 쓰고 싶은 글만 쓰며 살게 해주고 싶었던 내 꿈은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박지리 ‘빠순이’다.

기자명 김태희 (사계절 기획편집부 총괄팀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