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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부모’만큼 ‘좋은 자식’도 고민하라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9월 08일 금요일 제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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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무라 모토키 지음
이소담 옮김
코난북스 펴냄

‘엄마’ 혹은 ‘집’이라는 글자가 뜨며 전화가 올 때, 하필 늦은 밤이거나 이른 아침일 때 심호흡을 하고서 통화 버튼을 누른다. 가끔 본가에 가서 잘 정리되지 않은 세간을 보고 돌아오는 길엔 이게 혹시 어떤 ‘징후’인가 싶어 무겁다. 아버지 기억이 좀 흐려진 것 같다는 말에 치매 검사를 받고 이상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치매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아버지는 매우 의기소침했다.

‘노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법.’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정리하는 기획 노트에 이렇게 제목을 달고 아이템을 찾기 시작한 게 몇 년 전이다. 아버지가 칠순이 넘어가고, 내가 마흔에 가까워지고,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부모의 질병이나 신경질, 거기서 생기는 갈등과 괴로움을 익히 듣게 되고부터였다.

외국 서적 출판권을 중개하는 에이전트에게 물으니 일본에는 이런 문제를 다룬 책이 넘쳐난다고 했다. 그중 발견한 제목이 ‘개호 독신’이었다. 혼자 노부모를 돌보는 이들의 이야기다. 자녀가 여럿이어도 부모를 돌보는 책임은 비혼 자녀가 맡기 마련이고, 돌봄의 갈등 때문에 혼자가 되기도 하고, 그 때문에 혼인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돌봐야 하는 부모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과 사는 지역 등을 재편해야 했다.

출판업계 동료들 이야기도 대개 비슷했다. 결혼하고 특히 아이가 있는 자식보다는 혼자 사는 딸에게 부모가 심적으로나 물적으로 의존하고, 기왕에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돌봄을 책임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돌봄 책임을 정부보다 개인, 특히 여성이 지는 경향이 심한 한국에서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라는 제목만 듣고도 몇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인터넷 서점에 가족과 관련한 책의 카테고리는 ‘육아’ 혹은 ‘좋은 부모’라는 이름처럼 자녀 양육이 중심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아마존에도 ‘노부모(aging parents)’라는 범주가 있다. 나이 들어가는 부모와 건강하게 공존하고 이별하고 정리하기, 개인적인 큰 고민이자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의 한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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