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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9월 01일 금요일 제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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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마스카와 도시히데 지음, 김범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학문을 사랑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 물리학회가 ‘베트남에서 독가스 사용 반대’ 결의를 하는 데 앞장섰다. 교토 대학 젊은 교수 시절에는 연구원들의 해고를 막는 데 앞장섰다. 국가 정보를 ‘특정 비밀’로 지정해 알 권리를 제한하는, 아베 정권의 ‘특정비밀 보호법’ 비판에도 앞장섰다. 물리학자로 평생을 걸어온 저자의 주요 약력이다.
이 발자취만 보면 ‘운동권 과학자’ ‘좌파 과학자’로 여길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약력이 더해지면 독자들은 이름을 다시 볼 것이다.
저자는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영어가 아닌 일본어로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을 하며 저자는 다섯 살 때 겪은 전쟁 이야기를 소개했다. 위의 인용 문구는 저자의 연구실 벽에 늘 걸려 있던 스승 사카타 쇼이치의 글이다. 군사적 목적이 아닌 평화를 위한 과학의 길을 모색했다.




더 박스
마크 레빈슨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펴냄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경제를 바꾸었는가.”


아이폰과 컨테이너 박스의 공통점은? 모양이 네모라는 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아이폰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매끈함, 쿨함, 최첨단, 혁신, 연결 등이다. 반대로 컨테이너 박스의 이미지는 어딘가 둔하고, 근육질에다가, 야적장 구석에 덩그러니 고립된 어떤 것이다.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책 <더 박스>로 이런 통념을 산산조각 낸다. 아이폰만큼이나, 컨테이너 박스도 당대 세계를 폭발적으로 연결해준 힘이었다. 그 통제 불가능한 힘으로 이 박스는 그야말로 세상의 풍경을 바꾸었다. 부두 노동자가 사라지고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는 급격한 변화는 컨테이너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둔해 보이는 박스야말로 하나의 혁신이 온 세상을 뒤흔든 대표 사례라고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대니얼 튜더·제임스 피어슨 지음, 전병근 옮김, 비아북 펴냄

“북한, 시장을 만나다.”

제목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로 알려진 북한이 사실은 시장경제가 상당 정도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로 이미 변신해 있다는 것. 세습 독재국가로 세계에 핵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북한은, 상당수 주민들이 한국 방송을 즐겨 시청하고 스키니진을 입고 싶어 하며, 쌍꺼풀 수술 일정을 기다리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회주의 권력자들이 ‘반동적 시장경제화’를 결사적으로 차단하기보다 암묵적으로 부추기며 사적 이익을 취하는 이율배반적인 뒷모습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저자들은 북한 지도부가 한국·미국에 ‘자살 공격’을 감행할 절실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결국 ‘현 정권 지배하에서 점진적 국가 개방’이라는 시나리오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박영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이런 역동적인 세월을 단순히 ‘지배와 저항’이라는 두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한민족의 고난과 극복의 역사일 뿐 아니라 “어제까지 저고리를 입고 다니다가 오늘 양복을 걸쳤고” “최초의 비행사, 최초의 백화점”이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이처럼 모순적이고 역동적인 시대를 담아내기 위해 독립운동사뿐만 아니라 당시의 국제 정세부터 사건 사고에 이르기까지 시대 전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일제강점 시대를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적 논리에 한정하지 않고 총체적 관점에서 서술하기 위해서다. 기존 역사책에서 보듯 독립투사도 등장하지만, 일본의 통감·총독들과 한국인 변절자들도 세세하게 다뤄진다. <밀정>이나 <군함도> <박열> <동주> 등의 영화를 보고 이 시대를 더 깊이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페미니즘 리부트
손희정 지음, 나무연필 펴냄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시대의 한계를 갱신하는 상상력이자 실천의 에너지였다.”


영화에서 리부트(reboot)는 기존 시리즈의 연속성을 버리고 기본 설정은 유지하면서 작품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다소 과감한 진단임을 전제하면서 2015년, 페미니즘이 리부트되었다고 선언한다.
기존 페미니즘 운동과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전후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운동 사이에 존재하는 단절과 접속 지점을 포착해 계보를 그리기 위함이다.
현실과 분리된 채 공허하게 등장하는 이념은 없으며, 페미니즘 역시 그런 점에서 시대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한계로부터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정신없이 요동치는 상황에 대한 해석과 이해와 때로는 개입으로 쓰인 성실한 글은 ‘비평가의 임무’를 다하기 위한 분투의 기록이기도 하다.




큐레이셔니즘
데이비드 볼저 지음, 이홍관 옮김, 연암서가 펴냄

“큐레이터는 흡혈귀다. 마돈나 역시 흡혈귀다. 큐레이터로서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를 안다.”


마돈나가 가수가 아니라 큐레이터라고? 이 도발적인 질문에 저자는 설득력 있는 답을 준다. 이미 창작된 작품이나 스타일을 섭취하는 ‘흡혈귀’로서 큐레이터의 속성을 지닌 가수로, 세상이 그녀가 주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조합해야 할지를 아는 탁월한 마케터라는 것이다.
실제 마돈나는 잡지 <바이스>와 함께 ‘자유를 위한 예술’이라는 온라인 전시를 큐레이팅한 적도 있다.
큐레이터라는 말이 미술관 밖을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가치 공여자’ 구실은 더욱 중시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큐레이팅’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에서 남들과 다름을 증명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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