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6년 11월18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가운데)이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기 위해 와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사IN〉이 단독 입수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추가 공개한다(아래 표 참조). 그의 휴대전화에는 삼성의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용 뇌물 혐의 재판’의 핵심인 정경유착을 뒷받침해줄 물증이다(〈시사IN〉 제517호 ‘장충기 문자에 비친 대한민국의 민낯’ 커버스토리 참조).

 

 

박영수 특검팀은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재용-박근혜 독대, 대한승마협회를 통한 승마 지원과 같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소사실에 직접 가닿는 내용뿐 아니라 삼성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취지였다. 실제로 〈시사IN〉이 입수한 장충기 문자 메시지를 분석해보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회의원 동향을 파악하는 등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또 삼성그룹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부회장 쪽 변호인은 공소사실 입증과 관련이 없다고 맞섰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7월25일 장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를 증거로 채택했다.

 

특히 장충기 전 사장이 받은 인사 청탁은 ‘관리의 삼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가늠하게 한다. 정계·재계·언론계 등 다수의 유력 인사가 장 전 사장에게 청탁을 했다. 장충기 전 사장이 힘을 써서 자신 혹은 자기와 관련 있는 이들(가족·친지 등)을 삼성에 입사 또는 승진시켜달라는 등의 내용이었다. 특히 ‘삼성 고시’로 불리는 삼성 공채와 관련해 인사 청탁이 적지 않았다.

 

“○○○(89○○○○-1○○○○○○), 수험번호: 1○○○○○○○, 1지망:호텔부문 영업마케팅, 2지망:면세유통부문 영업마케팅, 3지망:경영지원”과 같이 인사 지원자의 이름·주민등록번호·수험번호에다 지망하는 부문의 우선순위도 상세히 적었다. 이 인사 청탁은 성공하지 못했다. 연이은 문자 메시지를 보면, 인사 청탁 대상자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로 삼성그룹에 지원하면 1차로 보는 필기시험)를 통과하지 못해 면접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아들의 ‘스펙(학력·경력·군필)’을 옮기며 “삼성의 스포츠단이나 사회봉사재단, 학교재단에 근무하면 참 잘할 것 같은데 힘써달라”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면, 삼성 공채 시험에 대한 공정성 의혹이 불거진다. 취업 청탁과 관련한 〈시사IN〉 첫 보도 이후 편집국에는 특정 언론사의 고위 관계자도 인사 청탁을 했다는 삼성 내부자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제보 전화가 오기도 했다.

 

거꾸로 장충기 전 사장이 청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 전 사장은 “아들은 어디로 배치받았니. 삼성전자 이인용 사장이 안광한 사장과 MBC 입사 동기라 부탁한 건데 안 사장이 쾌히 특임하겠다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지”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성명 불상의 상대방은 “특임부로 가기 전에 국내유통부에서 바로 연장을 하고 사장님이 경영국장에게 알아보니 이미 연장된 걸 아시고 국내유통부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만족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어려운 부탁 쾌히 들어주어 고마워요. 시간 나면 기회 주시기를…”이라고 답장했다. 장충기 전 사장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을 통해 안광한 전 MBC 사장 쪽에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주류 언론은 ‘장충기 문자’ 보도 안 해

문자 메시지에 나오는 ‘특임부(정확히는 특임사업국)’은 안광한 전 사장이 의욕적으로 신설한 사업 부서로 알려져 있다. 브랜드 사업과 캐릭터 사업 등을 추진했는데, 특이하게도 특임사업국에서는 드라마 〈옥중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 드라마에 최순실씨의 전남편 정윤회씨의 아들 정우식씨가 출연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삼성의 힘을 새삼 보여주는 장면은 〈시사IN〉의 장충기 문자 메시지 보도 이후에도 펼쳐졌다. 주요 언론은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모니터에 따르면, 8월11일 현재까지 〈한겨레〉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짧게 인용한 기사 한 건 외에 주요 일간지·경제지에는 관련 보도가 없다. 방송 또한 마찬가지다. JTBC만 리포트 한 꼭지와 앵커브리핑에서 다뤘다.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세긴 세다. 보통 대변인 논평이 나가면 언론사들이 다 인용 보도를 하는데, 백혜련 대변인의 ‘삼성 장충기 문자, 삼성의 힘이자 삼성공화국의 민낯이다’ 논평은 이후 딱 한 군데에 인용됐다”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잘 안 나오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은 좀 심하다. 삼성뿐만 아니라 언론의 동업자 의식이 발휘된 탓이다.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포털을 관리했다는 정황이 장충기 문자에서 나와서인지, 포털 메인 화면에서도 기사를 볼 수가 없다. 검색해야 겨우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주진우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