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아사프라는 가수가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신으로 아랍 쪽에서는 단연 톱이라 할 만한 가수다. 그가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건 〈아랍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아랍 아이돌〉은 당신이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을 〈아메리칸 아이돌〉의 아랍 버전 프랜차이즈다. 아랍권에서 〈아랍 아이돌〉의 인기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차이가 있다면 전자는 아랍에서 열리고, 후자는 미국에서 열린다는 것뿐이다. 이 차이로 또 다른 차이가 하나 더 발생한다. 아랍권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메리칸 아이돌〉의 1회 우승자가 켈리 클락슨이라는 건 알고 있을지라도, 〈아랍 아이돌〉에서 누가 1위에 올랐는지는 모른다.

나도 그랬다. 영화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을 보기 전까지, 아랍에도 ‘팝’ 가수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아랍의 팝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 팝과는 조금 다르다. 먼저 멜로디가 흔히 말하는 아랍풍이고, 가창의 끝음도 팝에서는 거의 듣기 힘든 방식으로 처리된다(어어어어어어어어어~). 이 정도를 제외하면, 영화에서 접할 수 있는 곡들로부터 큰 이물감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에도 팝이 있고 팝과 아이돌에 열광하는 대규모 팬들이 있다.

ⓒAP Photo무함마드 아사프가 〈아랍 아이돌〉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관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은 무함마드 아사프가 〈아랍 아이돌〉에서 우승을 거머쥐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앞서도 설명했듯이 그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출신. 어린 시절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절망하고 만다. 이유는 추측하는 바 그대로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가 어딘가. 거의 전시(戰時)나 마찬가지인 지역 아닌가.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장벽을 넘어 〈아랍 아이돌〉이 개최되는 이집트로 향한다.


이 작품이 겨냥한 과녁은 명확하다. ‘음악은 곧 기적’이라는 것. 솔직히 이런 유의 영웅 서사를 선호하지 않는다. (영웅의) 노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니,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말인가.

사고를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그럴까. 그러다가 올리버 예게스가 쓴 명저 〈결정장애 세대〉의 음악 관련한 챕터가 떠올라서 펼쳐봤다. 그는 현대 영미 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시대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 있었다. 예전에는 밥 딜런이나 프랭크 자파가 그랬고, 그 바통을 마이클 잭슨이 이어받았다. 하나 지금은 누구도 팝 가수를 구세주로 여기지 않는다.”

평화가 사치인 곳에서 음악은 구세주

시대를 대표하는 거대 아이콘은 커트 코베인의 죽음 뒤에 전무했다. 한국은 서태지와 신해철 이후 맥이 끊긴 상태다. 지금은 그 누구도 구세주가 강림해 세계를 변화시켜주길 원하지 않는다. 그런 주장을 펼쳤다가는 고리짝 취급받거나 꼰대로 몰리기 십상이다. 대신 우리는 올리버 예게스의 말마따나 “어떤 음악이든 재미만 있다면 다 좋다. 강요당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라고 말한다.

평화가 사치인 곳에서 음악은 구세주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이 허상이든, 실체적 진실이든 간에, 무함마드 아사프는 팔레스타인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유엔난민기구(UNHCR)의 친선대사로까지 임명되었다. 이런 걸 영웅 서사라며 미리부터 폄하했던 내 태도에 관해 생각한다. 그곳에도 팝이 있다. 그곳에도 아이콘이 있다. 음악은 지금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울려 퍼진다.

기자명 배순탁 (음악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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