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청년 실업으로 교사 지망자는 늘어났다. 바늘구멍 임용고시를 통과해도 학교에는 남는 교사 자리가 없다. 미발령 임용 대기자가 쌓이고 거기에 또 신규 임용고시 통과자들이 매년 밀려든다. 각 학교에 실제로 배치되는 교원 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어디엔가 ‘절벽’은 불가피했다. 지난해까지 교원 ‘발령’ 앞에 놓여 있던 절벽이 올해 교원 ‘임용’ 앞으로 당겨졌다.

이 절벽 위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교육청·정교사·기간제 교사·교대생·사범대생·임용고시생·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의 이해관계가 부딪친다. 누가 우리 사회를 이 싸움의 절벽으로 내몰았을까? 절벽은 언제, 왜, 이렇게까지 높아졌을까? 교원 수급을 둘러싼 갈등의 기원과 원인을 세 가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좋은 시절 못 잊은 교대생들의 ‘떼쓰기’?

이번 ‘임용 절벽’ 논란은 지난 8월3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공립 교사 임용 후보자 시험 선발 인원을 사전 예고하면서 불거졌다. 초등 교사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5549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3321명으로 줄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813명)의 13%에 불과한 105명을 선발 인원으로 예고했다. 바로 위 선배는 ‘널널하게’ 통과하던 문이 내 앞에서 확 좁아지니 임용고시를 앞둔 교대생으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30~31쪽 기사 참조). ‘교대 좋은 시절 다 갔다’는 안타까움과 비아냥의 말들이 교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교대생 처지에서 진짜 ‘좋은 시절’은 1990년대 이전이었다. 그 당시 교대(모두 국공립이다)와 국립 사범대는 특수 목적 대학교로서 지위를 온전히 누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대를 졸업하면 바로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국립 사범대를 졸업하면 바로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로 임용될 수 있었다.

사정이 달라진 건 1990년 10월8일 헌법재판소가 교대와 국립 사범대 졸업자들을 국공립 초·중·고교 교사로 우선 임용토록 한 교육공무원법 제11조 1항에 위헌 판결을 내린 뒤부터다. 사립대학교 사범대 졸업생들이 제기한 소송이었다. 그때부터 교대와 국립 사범대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도 사립대 사범대 학생들과 똑같이 (사립 초·중·고교에서는 임용이 가능한) 2급 정교사 자격증만 주어졌다. 교육공무원의 지위를 갖고 공립 학교에서 근무하려면 국가 임용고시를 추가로 통과해야 되게끔 바뀌었다.

ⓒ연합뉴스중등교사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8월12일 오후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교과 교사 인원증원과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교대는 그래도 경쟁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 임용고시 응시 자격을 딸 수 있는 문호 자체가 좁은 채로 유지돼왔기 때문이다(현재도 전국 10개 교대에 더해 한국교원대, 이화여대·제주대 초등교육과에서만 초등 2급 교사 자격자를 배출한다). 1970년대 중등 교원 부족 사태로 사립대학교에 우후죽순 사범대 설립이 허가되면서 이미 잠재적 위협이 잔뜩 도사리고 있었던 국립 사범대는 곧바로 ‘무한경쟁 체제’로 들어갔다. 사립대 사범대 졸업자는 물론이고 타 학과 교직 이수자, 교육대학원(석사과정) 수료자에게까지 응시 자격이 개방되었다. 국립 사범대 졸업생들도 공립 중등학교 임용고시에서 똑같이 경쟁하게 됐다. 초등보다 중등 임용고시 경쟁률이 훨씬 높은 이유다. 교대를 나오면 거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가 되지만 사범대 졸업생은 일부만 공립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교대생들이 사범대 혹은 일반 대학 졸업생들보다 지금까지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었던 건 맞다. 다만 교대 재학생들이 갑자기 찾아온 임용 절벽 앞에서 유독 취약한 건 사실이다. 일반 대학교 안에 포함돼 있어서 교사 외 다른 진로 탐색의 기회가 많은 사범대와만 비교해봐도, 교대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너무 좁다. ‘초등 교사 한길만 파는’ 4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교대 졸업생 최 아무개씨(24)는 “피아노 연주, 리코더 교육, 뜀틀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좋을지 등 80%는 짜여서 나오는 시간표 안에서 교대생이 다른 진로를 생각하기는 힘든 구조다”라고 말했다.

임용 절벽은 저출산 때문일까?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1년 698만6847명이던 초·중·고등학생 수가 2016년 588만2790명으로 내려앉았다(위 그래프 ❼). 초등학생은 45만9634명, 중학생은 45만3082명, 고등학생은 19만1341명이나 감소했다. 학교에 학생이 덜 들어오니 교사 수요가 줄고 교원 임용의 문도 좁아졌다.

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지금 줄어든 초등학생 입학 인구는 7년 전 그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이미 정해졌다. 그 수치를 토대로 향후 교대·사범대 입학 정원과 연도별 적정 임용 선발 인원 등을 계산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른바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이다.

제대로 된 수급 계획을 짜는 데에는 정확한 통계가 기본이다. 그런데 그 통계가 엉망이다. 교육부 안에서조차 교사 수를 산정하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 OECD 국가별 교육통계에서 ‘교원 수’는 교장·교감 같은 관리직 교사 및 사서·보건·영양 교사 등 비교과 교사를 제외한 교과 정규·기간제 교사 수를 나타낸다. ‘수업’ 교사만 포함한 수치다. 교육부는 이런 OECD 기준 교원 수를 매년 발표하면서도, 동시에 교육부 통계 데이터베이스(2016 교육통계 분석 자료집)에서는 ‘교원 수’에 수업 교사 외 관리·비교과 교사 수를 모두 포함시켰다.

ⓒ연합뉴스8월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기간제 교사 수도 넣었다가 뺐다가 일관된 기준이 없다. 2014년 교육부는 ‘2015~2025년 교원 중장기 수급계획’을 짜서 발표했지만 기간제 교사를 빼는 등 자의적으로 교원 수를 집계했다며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가 “OECD 평균 수준으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낮추겠다”라는 목표 아래 교원 수급 계획을 짜면서 정작 (기간제 교사 수를 포함해 계산하는) OECD 기준과 어긋난 통계를 활용한 것이다. 이런 오락가락 통계에 같은 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어떨 때는 15명이고 어떨 때는 19명이다.


어떤 통계를 쓸 것인지조차 일관성이 없는 이유는 교육부 내에 교원 수급 전망 책임을 맡은 명확한 ‘주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 수급 중장기 전망 체계 구축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원 수급 관리 업무는 교육부 내 교원복지연수과, 교원정책과 등에 분산돼 있다. 교원 양성 업무는 교원복지연수과와 대학정책과에 쪼개져 있고, 보건·사서·영양·전문상담 교사 등은 교육부 외 관련 부처에서 별도 관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로는 결국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우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들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숫자 계산도 잘못하고 컨트롤타워도 없는 데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임용고시 선발자 수를 늘렸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특히 심했다. 중등 교원의 경우 5% 안팎이던 임용고시 지원자 대비 합격자 비율이 2014년부터 10% 이상으로 뛰었다. 2010~2012년에는 10명 중 3~4명이 합격한 초등 임용고시를 2014년에는 10명 중 7명(69.3%)이 통과했다(그래프 ❸).

서울시교육청 경우만 보더라도, 최근 5년간 실제 학교에 자리가 나는 초등 교사 정원 배정 수는 점점 줄어드는데도 임용고시 선발 인원은 매년 572~990명에 달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105명으로 뚝 떨어뜨렸다(그래프 ❺). 서울시교육청은 이렇게 선발 인원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사실상 이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교육부의 요구로 선발 인원을 수요 인원보다 늘려 채용했다”라고 밝혔다. 임용고시 합격률이라도 높여 청년 실업 문제를 조금이나마 가려보려는 이전 정부의 압력 때문에 신규 발령 자리가 없는데도 ‘일단’ 많이 뽑아놓았다는 것이다.

결국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모든 원인이 아니었다. 떨어질 바닥의 위치는 정해져 있었다. 추락의 높이를 키운 것은, 바닥이 까마득히 멀어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대책 없이 절벽의 경사를 더 높인 교육부와 교육청이었다.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하려고 선발 인원을 줄인 건 아닐까?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런 의혹이 퍼졌다. 새 정부가 2022년까지 교원 1만5900명을 증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번에 선발 인원이 대폭 준 것을 보면, 기간제 교사들을 위한 자리를 ‘꿍쳐놓고’ 내놓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는 가설이다.

타이밍이 의혹을 키웠다. 지난 7월20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기간제 교사들은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기간제 교사들이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심의위원회를 꾸려 기간제 교사 문제를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던 와중에 대폭 축소된 교원 임용 선발 예정 인원이 발표되었다. 정부와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 문제는 신규 교사 선발 인원과는 무관하다”라고 못 박았지만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거리로 나선 기간제 교사들에게 ‘무임승차하지 말라’ ‘정규직하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임용고시를 통과해라’와 같은 비난이 가해졌다. 다수 언론은 이번 사안을 교대생·사범대생·임용고시생 대 기간제 교사 사이 ‘밥그릇’ 싸움으로 규정짓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연합뉴스8월6일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임용고시 학원에 들어가는 수험생의 모습.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교대생·사범대생·임용고시생과 기간제 교사의 이해관계는 그리 상충되지 않는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초·중·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려면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모두 교대·사범대를 졸업했거나 교직 이수를 했거나 교육대학원을 수료한 사람들이라는 이야기다. 교대·사범대생은 임용고시생이 될 수도 있지만 기간제 교사가 될 수도 있다. 임용고시생 역시 기간제 교사가 될 수 있다.


정규직 교사라고 모두 임용고시를 통과한 사람들도 아니다. 초등학교는 거의가 공립이기 때문에 대개 임용고시를 합격해야 하지만, 전체의 각각 20%와 50%를 차지하는 사립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자체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정규직 교사를 선발한다. 사립 중·고등학교 정규직 교사나 기간제 교사나 국가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았기는 매한가지이다. 공립 정교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 정교사는 사립학교법 적용을 받는다. 사립 정교사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사립학교법에 따라 처우와 지위 등에서 공립 정교사와 거의 같은 대우를 받는다. 또한 사립 정교사의 임용은 사학법인이 결정하지만 월급은 교육청 재정에서 지급된다(일부 자사고 예외). 처우 개선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기간제 교사 중 다수가 사립 중·고등학교 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기간제 교사들의 지위 향상은 임용고시생의 밥그릇을 뺏는 것이 아니라 사학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키는 셈이다.

진짜 문제는 현재 중·고등학교 교단에 기간제 교사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❶번과 ❷번 그래프를 보자. 지난 10년간 전체 교원 수는 완만하게 정체돼온 반면(❶번 그래프)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원 비율은 가파르게 뛰었다(❷번 그래프).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비율은 2011년 4.7%까지 올랐다가 2016년 다시 3%까지 떨어졌다. 기간제 교사가 임용고시생의 정교사 자리를 위협한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는 맞지 않는 셈이다. 중·고등학교에서는 2010년 8%대에서 2016년 14%대까지 2배 가까이 올랐다.

기간제 교사 남용은 특히 사립 중·고등학교에서 심하다. 서울 소재 309개 사립 중·고등학교 교사 1만7442명 가운데 기간제 교사가 19%(3306명)에 달한다(2016년 서울시교육청 통계). 서울 동성고등학교 김행수 교사(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는 “많은 사립 중등학교들이 정교사를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불법적으로 (비용이 절감되고 통제가 쉬운) 기간제 교사로 대체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 문제는 절반 이상이 사립학교의 문제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사 수는 아직 모자란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학급당 학생 수 모두 OECD 평균치에 한참 못 미친다(❽ ❾번 그래프). 확 늘어난 것은 기간제 교사 수뿐이다. 급증한 기간제 교사 수가 전체 교원 수 통계에 포함되면서 ‘학교에 교원 수가 충분하다’는 착시를 일으켰다. 착시는 신규 교사 지망생들에게 주어질 ‘파이’가 줄어드는 데 기여했고, 이는 애꿎게도 ‘기간제 교사-교대·사범대·임용고시생’ 사이의 ‘노(勞)-노(勞)’ 갈등까지 부르면서 실타래를 더욱 꼬아버렸다.

기자명 변진경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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