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에 저자인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을 만나 이 책을 내기로 약속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대통령 기록’의 역사와 법적 근거, 그것의 중요성 등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원고를 읽고 책을 편집하면서 공공기록물법과 대통령기록물법의 입법 취지를 이해하게 되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부끄러웠다. 스스로 ‘주권자’라고 아무리 떠벌려도, 제대로 된 국가·대통령 기록이 없거나 그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책이 나온 직후, 한국 사회는 ‘태블릿 PC 공개’를 계기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격랑 속으로 치달았다. 사태의 핵심에는 ‘대통령 기록’의 문제가 있었고, 이 책에서 다룬 내용들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혁명’의 열기 속에서 차분한 독서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저자와 편집자마저 광장과 거리를 누비기에 바빴고, 이 책은 역설적으로 ‘타이밍’이 너무 절묘해 독자들에게 주목받을 겨를이 없었다.
최근 청와대에서 ‘캐비닛 문서’가 발견되면서 다시 대통령 기록을 둘러싼 이야기가 무성하다. 지난 7월19일 한국기록학회 등의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기록은 당대에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후대에는 우리 시대를 증거하는 기록 유산”이다.
대통령 지정기록 제도는 중요한 기록을 남기게 하려는 취지로 제정한 것이지, 파면된 대통령을 법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국정 농단에 관련된 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기록으로 진실을 밝힐 때다. ‘노무현, 대통령 기록을 남긴 죄’라는 비감 어린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소임은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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