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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테잎의 야심을 들어라

지난 6월 발매된 밴드 이디오테잎의 3집 <디스토피안>은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동시에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배순탁 (음악평론가·<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8월 11일 금요일 제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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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초다. 정확히 47초만 기다리면 심장을 세차게 두드리는 드럼의 스네어(울림줄)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스네어 드럼의 이런 타격감은 내게 언제나 행진곡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무언가 사람을 들뜨게 하는 소리, 과연 이후에는 어떤 소리의 정경이 펼쳐질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소리 말이다.

밴드 이디오테잎의 3집 <디스토피안 (Dystopian)>은 첫 곡부터 완벽하게 듣는 이를 붙잡고는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하고, 섬세하면서도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터보부스팅된 속도로 내달리다가도 기어를 절묘하게 바꾸고는, 곡선 주로를 매끈하게 통과하는 스포츠카를 보는 것도 같다. 두 번째곡 ‘디스토피안’에서 그 다음 ‘퍼펙트 모먼트(Perfect Moment)’가 흐르는 바로 그 순간이 제목 그대로 ‘퍼펙트’한 ‘모먼트’를 형성한다.

ⓒGoogle 갈무리
남성 3인조 밴드 이디오테잎은 신시사이저 멤버 두 명과 드러머 한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디오테잎은 3인조다. 공연 때 파트가 추가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3명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당신이 아직 그들의 음악을 못 들어봤다면 다음과 같이 예상할 것이다. ‘기타나 베이스가 노래하고, 여기에 드럼이 한 명 있겠군. 너바나(Nirvana)나 폴리스(The Police)와 같은 라인업이겠지.’ 전혀 아니다. 일단 그들의 라인업에는 ‘목소리’가 없다. 연주 밴드이기 때문이다. 신시사이저 멤버가 1명도 아니고 2명이다. 여기에 드러머 1명이 더해져 이디오테잎만의 세계를 완성한다. 


그들의 음악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이다. 디지털로 사운드의 풍경을 완성하는데, 밑그림(드럼)만은 아날로그를 고집한다. 장르로는 일렉트로와 록을 결합한 스타일을 지향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디오테잎은 이런 장르의 컨벤션을 가뿐히 넘어선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이디오테잎 보러 펜타 간다”

첫 등장은 파격이었다. 이름난 복서의 소나기 펀치를 맞는 듯 강력한 리듬의 연타가 이어졌다. 파스칼 키냐르가 쓴 <음악 혐오> 속 문장을 빌리면 ‘(그들의) 음악은 연주자와 청자 모두를 리듬이라는 물리적 수송 수단 속으로 즉시 옮겨놓는다’. 그렇게 이디오테잎은 2011년 발표한 1집 <11111101>로 독보적인 세계의 출발을 알렸다. tvN <더 지니어스:게임의 법칙>의 배경 음악으로 그들의 곡이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 한층 보폭을 넓힐 수 있었다. 1집이 신선했다면, 2집 <투어스(Tours)>는 발전적이었다. 라이브를 통해 한층 단련된 기술의 정묘함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3집 <디스토피안>은 이를테면 완성형이다. 뻔한 표현이란 걸 알지만, 진짜 그렇기에 이런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이디오테잎 같은 방식으로 일렉트로닉 댄스와 록을 결합하는 밴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수록곡 ‘플랜 Z(Plan Z)’가 대표적이다. 이 곡에서 이디오테잎은 하우스 비트와 록 드럼을 혼용해 미칠 듯한 긴장감을 끌어낸다.

앨범 버전으로 들어도 이 정도로 ‘라이브’한데 진짜 라이브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면, 나는 천국에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멤버 중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잊지 말고 꼭 연주곡 목록에 넣어주길 바란다.

마침 그들의 라이브를 만날 수 있다. 2017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서다. 장담컨대, 이디오테잎은 라이브로 들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의 댓글들 중 “이디오테잎 보러 펜타 간다”라는 평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8월13일 인천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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