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들은 누구인가. 내 주변에도 아저씨는 많다. 가깝게는 남편도 아저씨고, 아버지도 아저씨고, 아들도 언젠가 아저씨가 된다. 남편과 아버지는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서로 너무 다른데, 같은 아저씨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아저씨에도 종류가 있다. 크게는 ‘아재’와 ‘개저씨’로 구분할 수 있겠다. 아재 같은 경우 다소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인 반면, 개저씨는 교양 없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미지다. 뭐 아재든 개저씨든 젊은 여성들에게는 대체로 비호감이다.

과연 아재와 개저씨만으로 아저씨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에 〈아저씨 도감〉이라는 책을 만났다. 일단 아기자기한 표지 그림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강 한번 훑어보려 했는데 어느새 책 속에 푹 빠졌다. 책 속의 아저씨들은 서로 다르면서 어딘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이들은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당장이라도 마주칠 것만 같다. 평소 말 한마디도 섞기 싫은 곳곳의 아저씨들이 웬일로 비호감이 아니었다. 저자인 나카무라 루미가 내 또래인 30대 중반 여성이라는 사실도 의외였다.

말하자면 〈아저씨 도감〉은 놀랍도록 섬세한 아저씨들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아재와 개저씨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아저씨들이 총망라돼 있고, 저자는 그 아저씨들을 총 마흔여덟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앙증맞은 크기다. 저자의 섬세하고 꼼꼼한 기록 때문에 그 마흔여덟 유형의 아저씨를 대강 한번 훑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다양하고 소소하게 읽을거리가 많다. 아저씨들의 실감나는 표정과 대사는 두말할 것도 없다. 아저씨를 향한 저자의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뭔 상관이야, 다 아저씨들인데”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지면의 아래쪽에 있는 아저씨별 종합평가 그래프였다. 저자는 각각의 아저씨들을 장난기·섹시함·애수·중후함·임팩트 등 총 다섯 가지 사항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를 오각형 모양의 그래프로 첨부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래서 이 아저씨의 점수는?’ 하며 내 예상 점수와 맞춰보게 됐다. 저자는 장난기가 높으면 특이하고 재미있는 아저씨, 섹시함이 높으면 예술 계통에 종사하거나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큰 아저씨라고 했다.

저자가 아저씨들을 통해 느낀 건 어쩌면 애수가 아니었을까. 아저씨들이 셔츠를 입은 모양새나 즐겨 쓰는 소품이나 표정이나 몸짓 등, 저자는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아저씨의 모든 것을 기록하려 했다. 또 재치 있게 덧붙인 코멘트는 독자들로 하여금 책 속에는 말하지 않았던 이 아저씨들의 숨겨진 이야기마저 짐작하게 만든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이 웃기도 했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어떤 존재를 관심 있게 오래 관찰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삶의 이야기들. 어쩌면 우리는 아저씨뿐만이 아니라, 소외받는 모든 사람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는 것이 아닐까.

문득 지인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농담처럼 덧붙였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한겨울 명동 한복판이었고, 지인은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회사원들이라 그런지 남자들 옷차림이 죄다 똑같네. 양복부터 외투까지… 아니, 다들 왜 이렇게 똑같이 입고 다니는 거지?” 지인의 친구가 답했다. “뭔 상관이야. 다 아저씨들인데.”

기자명 송아람 (만화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