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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7월 31일 월요일 제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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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티니즘
월터 라쿼 지음, 김성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러시아는 강력한 지도력과 자신감을 발휘하는 지도자를 원했다.”


1950년대부터 옛 소련과 러시아를 연구해온 언론인이자 정치학자인 월터 라쿼가 2015년 그의 나이 94세에 출간한 책이다. 폴란드 출신인 라쿼는 러시아 관련 저서만 25권 이상을 펴낸 세계적인 러시아 전문가다. 이 책에서 라쿼는 푸티니즘을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가미한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은 철저한 반(反)서방이다. 푸틴을 현대판 스탈린의 부활로 보는 그는 푸틴이 러시아의 선지자로 20세기 초에 활동한 이반 일리인에 주목한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반 일리인은 볼셰비즘에 반대하고 군주정치와 전제적 독재정치를 지지한 반동적 사상가였다.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와 심성사적 접근법에 충실한 이 책은 정치 분석서일 뿐 아니라 역사서로도 손색이 없다.




조선개국투쟁사
홍기표 지음, 글통 펴냄

“성리학은 뜬구름 잡는 이념이 아닐세.”


1980년대 말 ‘외래 사상’ 마르크스주의의 세례를 받으며 진보 정당 운동에 뛰어든 뒤 10여 년 이상 여의도를 넘나들었던 저자. 2010년대 초반의 어느 날, 멍하니 다음과 같은 망상에 젖는다. “고려 말의 성리학이란 1980년대 학생운동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고려 말의 ‘최신 외래 사상’ 성리학도 ‘현실의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한다’라는 슬로건으로 젊은 유생들을 ‘붉게’ 물들이지 않았던가. 실제로 새로운 나라(조선)를 탄생시켰다는 점에서는 한국의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와 크게 다르지만….
정도전과 조선 개국공신들의 투쟁과 혁명을 그리고 있지만 단지 옛날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언 크로즈
박봉남 원작, 김예신 그림, 서해문집 펴냄

“맨몸으로 초대형 선박을 해체하는 것.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숨 건 저항이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갯벌에 유령처럼 서 있는 폐선(廢船)에 몸을 내던진다. 코를 찌르는 기름 끓는 냄새와 연기를 이기며 육중한 쇳덩이를 맨손으로 부수고 자르고 녹여낸다. 어떤 때는 2만t짜리 배를 23일 만에, 어떤 때는 4만t짜리를 6개월 만에 해체하기도 한다.
‘배의 무덤’에서 폐선은 새롭게 태어난다. 철은 물론이고 화장실 변기와 전구 한 알까지 100% 재활용된다. 이 놀라운 산업 앞에 매년 노동자 20여 명이 목숨을 잃는다. 생존을 위해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을 안은 생의 아이러니가 녹아 있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을 수상작 <아이언 크로즈>(박봉남 감독)를 그래픽노블로 옮겼다. 흑백 펜으로만 표현된 그림은 현장을 더욱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존 킨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펴냄

“오늘날 역사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가 등장했다.”


민주주의가 서구의 전통이자 발명이라는 오래된 오해를 푼다. 저자는 10여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민주주의가 고대 메소포타미아부터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아프리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특히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의민주주의에서 ‘파수꾼 민주주의’ 시대로 전환했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 기구, 미디어 네트워크, 시민단체 등 권력을 감시·감독하는 새로운 체제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인도의 60만 개에 이르는 마을과 도시에 도입한 지방자치 제도, 이른바 ‘판차야트’ 개혁은 파수꾼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민주주의 담론이 쏟아지기 시작한 한국 사회에 던지는 함의가 크다. 1152쪽에 달한다.




힘 빼기의 기술
김하나 지음, 시공사 펴냄

“나는 자꾸만 삶을 비장하게 만드는 말들이 싫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애창곡’이 있다. 내게는 이상은의 ‘둥글게’가 그런 노래다.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을 치던 너와 부딪쳤어”라는 가사 앞에서 나는 오래 머물렀다. “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사람이, 힘없는 것을 안아주는 사람이” 그때부터 장래희망이 되었다. 책장을 넘기며 그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과 다짐이 자꾸 떠올랐다.
책 속에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에 대한 기록으로 가득하다. 새끼 고양이 구조에 실패해 엉엉 울던 어느 날과 엄마가 정성스레 쓴 육아일기를 들춰보는 생일날과 망한 연애가 남긴 이야기들이 그렇다. 가까이에서, 또 먼 곳에서 자신의 삶을 요리조리 살펴본 문장은 쉽지만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 저자의 직업은 카피라이터다.




대법원, 이의 있습니다
권석천 지음, 창비 펴냄

“이용훈 코트(대법원)는 ‘오래된 현재’다.”


법은 화석이 아니다. 법원의 구실은 법조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있지 않다. 법조(법원·검찰)를 오래 취재한 저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이용훈 코트(대법원)는 그런 점에서 빛났다.
‘독수리 5남매(김영란·김지형· 박시환·이홍훈·전수안)’의 활약으로 대법원 판결문은 더욱 풍부해졌다. 새만금 개척 사업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첨예한 쟁점에 대해 각 대법관은 반박과 재반박, 재재반박을 내놓았다. 그 덕분에 새로운 판례가 나왔고 ‘다가올 미래가 될’ 소수 의견을 낳았다.
전·현직 판사 등을 인터뷰해 당시를 재조명했다. 이용훈 코트가 한때의 ‘에피소드’가 아닌 지속적 변화로 이어지는 ‘이벤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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