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담뱃값을 2500원으로 되돌리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던 그 정당 맞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자기들이 올려놓고 내리겠다니 자가당착이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소년 흡연을 독려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부끄러움을 알테니 남는 해석은 하나다. 충정이다. 담배 생각날 정치를 하겠으니 미리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충정.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수요를 미리 예측해 한발 앞서 제공하는 선진 정치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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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 법원 결정에 담배 한 대 꺼내 문 흡연자가 적지는 않았으리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국회 위증죄는 인정됐지만, 사건의 핵심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가 전부 무죄로 나왔다. 조 전 장관은 당일 풀려나면서 “오해를 풀어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1심 판사가 조 전 장관 남편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등 사실이 아닌 신상 정보도 떠돌았다. 블랙리스트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아름다울 거야 없겠으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당사자들조차 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나라라는 건 그 와중에 자부해도 좋을 포인트. 


‘소셜 스모킹’이라고 있다. 정보 교류에서 소외되기 싫어서 비흡연자인 걸 숨기고 ‘담배 타임’에 동참하는 흡연이다. 친해지는 잡담도 중요 정보도 속 깊은 얘기도 담배가 있어야 나온다는 ‘어른들’에 맞추느라 비흡연자는 죽을 맛이지만 무리의 우두머리 흡연자들은 그걸 모른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가 ‘혼밥’ 문화를 두고 ‘자폐’에 빗댄 4월의 라디오 인터뷰가 뒤늦게 주목을 끌어 한 주 내내 SNS가 시끌시끌했다. 4월 인터뷰에서 황씨는 이렇게 말했다. “밥을 혼자 먹는다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겠다는 것.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인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것이다.” “소통을 하지 않겠다는 사인이다. 싫다고 해서 혼자서 하겠다 숨어드는 것은 자폐다.”

어느 무리에서도 우두머리가 되기 쉬운 연장자 남성이라면, 왜 쟤들은 내가 밥 먹자고 할 때마다 바쁜 일이 생기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밥이야말로 대체할 수 없는 소통 방법인데! 그의 무리에 속한 청년들에게 선택지는 둘이다. ‘소셜 이팅(Social Eating)’을 견디거나 혼밥으로 탈출하여 ‘자폐’로 불리거나. 참 훌륭한 소통의 언어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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