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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를 읽다

정선재 (산지니 편집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8월 02일 수요일 제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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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답지 않게 왜 이래?” “나다운 게 뭔데! 어흑흑흑….”

뻔한 드라마의 뻔한 대사다. 그런데 이 말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삶의 깊은 물음에 도달한다. 진짜 나다운 건 뭘까? 나다운 삶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웬 ‘중2병’ 같은 고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삶의 방향을 어찌 열다섯 살에만 고민할 수 있겠는가. 나답게 사는 것, 아마 이것은 평생을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게 아닐까.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
산지니 펴냄

여기 국가와 가부장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철저히 나만을 위해 산 사람이 있다. 신념 가득한 눈으로 당차게 일본 제국주의를 조롱하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영화 <박열>을 통해 그녀를 만났다면 누구나 궁금해할 것이다. 무엇이 가네코 후미코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이 책의 원제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다)


가난과 폭력은 가네코 후미코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차지한다. 호적에 오르지 못해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일본인이었지만 조선에서의 생활은 노예나 진배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행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후미코는 그 불행 앞에 고개 숙이지 않는다. 제국주의의 허상을 꿰뚫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향해 거침없이 침을 뱉는다.  

가네코 후미코는 23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다(자살이라 알려져 있지만 타살 의혹이 있다). 서럽고 고된 삶이었지만, 빛이 난다. 나를 위한 삶,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이 그녀의 청춘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 어둠과 절망의 시대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피워낸 가네코 후미코. 그녀의 삶을 껴안으며 그녀가 사랑한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길 바라본다. 후미코의 수기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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