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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슈로 ‘진짜 전선’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임금 정국에서 꽤 빠졌다. 최저임금 공약을 좌절시키려는 ‘결집된 소수’가 위협적으로 등장하면서다. 지지 기반 일부의 이탈도 필연적이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2017년 07월 31일 월요일 제5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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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이슈는 문재인 정부가 만난 ‘진짜 전선’이다. 최저임금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6%포인트가 빠졌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7월2주(7월14일 발표) 80%에서 7월3주(7월21일 발표) 74%로 줄어들었다. 물론 하락했다고 하는 지지율 74%도 충분히 높다. 이 수치만으로 위기론이 나올 이유는 없다. 최저임금 정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 단위 지지율 데이터보다 좀 더 구조적인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여론의 합의 기반이 폭넓은 이슈부터 처리해왔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를 순직 처리했다.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은 로드맵대로 진행 중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진실 규명에도 적극 나섰다. 이런 전선은 비록 검찰이나 자유한국당 등 직접 이해당사자가 반발한다 해도 부담이 적다. 첫째, 문재인 정부 정책이 대체로 옳다는 합의가 두텁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 ‘이해관계가 걸린 강고한 반대 블록’이 형성되기 어려운 이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월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 인사말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청신호를 켰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는 전선의 속성이 이들과 다르며, 특히 두 번째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노동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주와 영세 자영업자가 ‘이해관계가 걸린 강고한 반대 블록’으로 결집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550만명에 달하고, 이 중 250만명이 연매출 4600만원에 못 미치는 영세업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해 여러 저항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부도 3조원 규모의 재정지원책을 내놓는 등 즉각 반응했다. 


그래도 민주당의 한 전략통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걱정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골목에 들어갈 때마다 ‘인건비에 등골이 휜다. 올해도 16% 올릴 거냐?’라는 질문이 쏟아질 거다.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겠나? 지방선거는 완전히 골목 선거인데?” 자영업자는 대개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동네 미용실과 목욕탕과 부동산은 입소문의 배양소다. 지방선거가 있는 6월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7월에 있을 최저임금위원회에 관심을 집중할 시기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실현하려면 내년의 인상 폭도 올해 수준은 되어야 한다. 여당의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올해도 16%를 올리겠습니다”라는 말을 골목에서 하려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영업자의 7월 2주차 정부 지지율은 81%였다. 7월 3주차에는 69%로 떨어졌다. 12%포인트 하락은 직업별로 볼 때 최대 낙폭이다.

민주주의는 다수파를 만드는 경쟁이다. ‘이해관계가 걸린 강고한 반대 블록’이라 해도 그들이 소수파라면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소수파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경험으로 안다. 민주국가의 정치가는 ‘묽은 다수파’보다도 ‘결집된 소수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맨슈어 올슨, 조지 스티글러 등 선구적인 경제학자들이 이 기묘한 역설을 설명할 연구를 남겼다.

‘원전 건설, 자사고 폐지, 부자 증세’ 전선


택시 면허를 예로 들어보자.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택시 면허는 경쟁을 제한하는 장벽이며, 이 장벽으로 면허 소유자는 이득을 본다. 장벽을 제거하면 택시 이용자 모두가 혜택을 볼 것이므로 사회 전체로는 이 편이 낫다. 하지만 고객 개인의 이득은 매우 사소하며, 그 고객은 택시 면허 정책에는 거의 관심이 없을 것이다. 반면 택시 면허 소유자는 표와 로비자금과 조직을 이 문제에 집중 투자할 것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반대 시위가 열렸다.

민주주의의 정치가는 유권자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가해지는 압력의 크기에 반응한다. 결집된 소수의 압력이 묽은 다수보다 클 경우, 정치가는 결집된 소수의 손을 들어준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13년 1월 국회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포함하여 혜택을 주는 이른바 ‘택시법’을 통과시켰다. ‘묽은 다수’보다 ‘결집된 소수’의 이해관계가 입법까지 관철했다. 이미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어 선거 부담에서 자유로웠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묽은 다수’에 이득이 되는 정책인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다만 ‘결집된 소수’에 손해가 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영세 소상공인 지원책이 어떻게 나오든, 최저임금 인상 자체의 효과가 이들에게 나쁘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노동소득이 오른 덕에 자영업 경기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그 혜택을 자신이 받을 거라고 확신할 방법은 없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캠프의 정교한 정책 설계라기보다는 문재인 후보의 결단에 가까웠다. 대통령이 중요하게 내건 정책을 ‘결집된 소수’가 저항한다고 되물리기는 어렵다. 임기 5년을 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와 같은 ‘쉬운 전선’에서만 보낼 수는 없다. 중대한 개혁이란 자원 배분 구조를 바꾸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저항하는 결집된 소수’를 만들어낸다. 지지 기반 일부의 이탈도 필연이다. 그 때문에, 개혁을 뒷받침할 정권의 지지 기반이란 일종의 한정된 자원이 된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정부는 개혁의 우선순위와 로드맵을 짜며 여러 전선의 ‘결집된 소수들’이 연대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이른바 ‘전선 관리’를 한다.

현 상황에서 여권 전략통들이 우려하는 잠재적인 위협은 이 대목에서 나온다. 이런 ‘결집된 소수’가 여러 전선에서 관리되지 않고 등장할 위험이 있다. 원전 건설 중단과 탈핵, 외고·자사고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기업·부자 증세 등 묵직한 전선이 동시다발로 펼쳐졌다. 이들은 교과서 국정화 철회 전선과는 성격이 다르고 최저임금 전선과 비슷하다. 전선이 전략적으로 배치되기보다는 각 영역 자체 논리에 따라 돌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테면 탈핵 전선은 신고리 5·6호기 처리 문제라는 기술적인 이슈 때문에 시점과 전장을 청와대가 고르지 못하고 돌출했다.

최저임금 공약을 좌절시키는 데 큰 관심이 있는 ‘결집된 소수’는, 이제 문재인 정부가 통치 동력을 잃어버릴수록 이익을 보는 처지가 된다. 다른 첨예한 전선에서도 정부의 반대자로 나설 동기가 생긴다. 반대로 문재인 정부 처지에서는, 동시다발 전선에서 등장하는 ‘결집된 소수들’이 고정적 반대 블록을 형성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생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벌어진 풍경은, 문재인 정부가 ‘쉬운 전선’을 지나 그야말로 고전적인 통치의 과제를 만나기 시작했음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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