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 가맹점주 단체의 전국 단위 협의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갑질’ 논란을 일으키며 구속 수사 중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최병민 대표이사, 정순태 고문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7월3일 열린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미가협)’ 임시총회에서 한 점주가 ‘MP그룹 본사로부터 미가협 회장 출마를 종용받았다’고 고백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5월, MP그룹 정순태 고문을 비롯한 본사 직원들이 지방에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던 ㄱ 점주를 여러 차례 찾아왔다. ㄱ 점주에 따르면, 정 고문과 본사 직원들은 다가오는 미가협 정기총회(6월7일)에서 ‘ㄱ 점주가 회장직에 출마하라’고 설득했고, ‘부회장으로는 다른 지역 ㄴ 점주가 당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ㄱ 점주는 당시 상황에 대해 “본사 측이 나에게 준비가 다 되어 있고, 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ㄱ 점주는 고민 끝에 본사 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6월7일 정기총회에서는 당초 본사가 부회장으로 밀겠다고 했던 ㄴ 점주가 미가협 회장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 결과를 두고 미가협 내에서 뒷말이 오갔다. 당시 임시총회 현장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미가협 총회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던 처음 보는 점주 30~40명이 대거 참석했다. 그중에는 위임장을 들고 나타난 20대 청년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7월11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스터피자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정 전 회장의 구속이 임박한 7월3일, ㄴ 회장을 비롯한 미가협 집행부는 현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임시총회를 열었다. 이날 마이크를 붙잡은 ㄱ 점주가 본사 측의 회장직 제안 등 회유 시도를 폭로했다. 결국 ㄴ 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상정되었고, 미가협 집행부가 재편되었다. 새 집행부 관계자는 “계약 해지, 보복 출점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본사가 자발적 결사체인 점주협의회를 파괴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는 게 충격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미가협 전 회장인 ㄴ 점주는 “본사로부터 가벼운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회장직에 출마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 의지였다”라고 말했다. 


MP그룹과 미가협은 지난 4월11일 서울시 중재로 상생협약을 맺었다. 미가협이 2016년 9월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 MP그룹 본사 앞에서 장기 농성을 벌인 지 218일째에야 얻어낸 수확이었다. 미가협은 상생협약을 맺은 지 한 달도 안 되어 본사가 ‘말이 통하는’ 집행부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한다.

본사가 ‘말 통하는’ 집행부 만들기에 나서

이번 사건은 이른바 노조 길들이기 또는 노조 파괴와 유사한 경로를 보인다. 가맹점주들이 자발적 결사체를 만들고 부당한 계약관계를 개선하려 하면, 본사는 계약 해지·형사 고소 등 가맹점주 단체 간부를 대상으로 위력을 행사한다(〈시사IN〉 제513호 ‘해가 지지 않는 갑질 천국’ 기사 참조). 또 복수노조처럼 ‘복수 점주단체’를 활용하기도 한다. 즉, 상대적으로 회사 측(가맹본부)과 가까운 점주 단체가 구성되고, 이 단체에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 본사와 껄끄러운 점주들의 기존 단체는 와해된다.

복수 단체가 생기면 노노 갈등처럼 복수 가맹점주 단체 간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피자헛은 기존 단체인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 외에 피자헛 임원 출신이 만든 ‘피자헛가맹점주연대’라는 제2 가맹점주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도 미가협 외에 지난해 ‘미스터피자 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의 단체가 만들어져 점주 10여 명이 모인 바 있다. 이 단체들은 본사와의 협상 방식이나 투쟁 강도를 두고 서로 이견을 보이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협의회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하는 신고제를 도입하고, 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관련 조사에 협조했을 때 본사가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제할 방침이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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