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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PD의 울먹임

고제규 편집국장 unjusa@sisain.co.kr 2017년 07월 17일 월요일 제5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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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간에 소파와 탁자만 있었다. 탁자 위에는 화장지가 놓여 있었다. 맞은편에 심리상담사가 앉았다. 그날 처음 만났다. 그의 안내에 따라 그때, 사회 초년생 때, 대학생 때, 중·고등학생 때, 어렸을 때 나를 되돌아보았다. 2007년 <시사저널> 파업 당시를 돌아볼 때였다. 맞은편의 상담사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그 한마디가 뭐라고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탁자 위에 화장지가 놓인 이유를 알았다. 눈물이 터졌다. 수년이 지났지만 파업 때 들어왔던 ‘칼’이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박혀 있음을 그때 알았다.  

최근 한 동영상을 보고 그날 속절없이 흘렸던 눈물이 다시 떠올랐다. ‘<시사IN> 인터뷰 쇼 시즌 2’에 나왔던 김민식 MBC PD는 7월13일 인사위원회에 출석했다. 인터뷰 쇼에서 한 ‘공약’대로 김 PD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라이브 방송을 했다. 회사의 제지로 인사위 현장 생방송은 불발됐다. A4 55쪽짜리 소명 자료를 준비한 그는 인사위에서 ‘필리버스터’를 감행했다. 인사위 경과를 보고하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때, 씩씩하던 김 PD의 목이 멨다. 이 대목에서다. “지난 5년간 저기 임원실, 사장실에 앉아 있는 그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그 얘기를 여러분을 대신해서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뷰 쇼 현장에서 김 PD는 ‘김장겸은 물러나라’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나는 김 PD의 가슴 한쪽에 꽂혀 있을 칼을 보았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선배로서, 한때 파업 집행부로서 늘 웃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웃음 뒤에 가려진 생채기가 적지 않을 것이다.   

MBC 구성원들은 지난 5년간 ‘저강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승호·박성제 등 해직 언론인들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중요한 노동조건’이라는 법원의 판례를 들고 복직하고 싶다고 했다. 사장의 기사 삭제로 촉발된 <시사저널> 파업 때도 그랬다. “편집권에 관한 편집국장의 권한을 존중하며, 기사에 대한 의견 제시는 편집국장을 통한다는 원칙에 위반되고, 편집국의 질서와 문화를 존중한다는 측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 한 구절이 박힌 판결문을 받기 위해 힘든 싸움을 벌였다. 공정방송이 뭐라고, 편집권이 뭐라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인들에겐 밥그릇보다 소중한 그 무엇이다.

10년 전 파업을 부른 건 삼성과 관련한 기사 삭제 사건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 삼성그룹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기사를 담았다. 문정우 기자는 ‘활자의 영토’에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도 함께 다뤘다. 올해 <시사IN>은 창간 10주년이다. 창간 10주년을 맞아 작은 바람이 있다. 더 이상 공영방송을 위해, 편집권 수호를 위해 밥그릇을 빼앗기거나 거리를 해매는 언론인들이 없기를 나는 소망한다. 김민식 PD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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