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 이상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매번 노인들이 하는 소리를 듣는다. “덕분에 편하다” “정말 좋다” “그런데 문이 왜 이렇게 빨리 안 닫히나”. 그럴 때마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이형숙(50·왼쪽)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의 기분은 묘해진다. 장애인 인권운동의 역사가 떠올라서다.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는 15년 전 장애인들이 싸워온 지난한 역사를 거쳐 생긴 시설이다. 온갖 비판과 욕설을 들으면서 지하철 선로에 몸을 묶었다. 장애인 당사자가 싸움의 최전선에서 얻어낸 결과였지만, 혜택은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장애인이 편하면, 노약자·임신부 등도 편하다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확인하는 시설인 셈이다.

ⓒ시사IN 이명익

이 위원장이 장애인 인권운동의 성과를 입에 올린 이유는 생색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해진 후천성 장애인이지만 이씨는 2008년에야 장애인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수혜자이기만 했다. 그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2012년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농성장을 마련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싸워왔다. 그러다 2015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다. 지난 6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이 최종 확정됐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은 집회·시위를 하면서 신고된 장소로만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을 적용했다. 박옥순(54·오른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총장도 마찬가지 처지다. 장애등급제 폐지 운동을 하다, 2014년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지난 4월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하기로 했다. 7월17일 서울 중앙지방검찰청과 중앙지방법원 사이에서 기자회견을 연 다음 제 발로 교도소로 들어간다. 하루 10만원씩 산정돼 이 위원장은 10일, 박 사무총장은 30일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몸으로 때우기’도 아니고 ‘가난한 장애인단체의 설움’만도 아니다. 장애인 인권활동에 대한 ‘벌금 폭탄’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서다.

이 위원장은 자신들의 행동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애인에 대해 비장애인과 똑같이 법 집행을 하는 건 문제 아니냐고 판사에게 수차례 얘기했다. 법을 어겼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장애인 이동권 차원에서 집시법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적용하는 문제와 벌금 폭탄 문제를 우리 사회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장애인 인권운동 단체들은 공동행동에 들어갔다. 박 사무총장은 “우리 둘 외에도 각기 다른 집회·시위 등으로 벌금을 맞은 활동가가 12명 정도 된다. 그렇게 쌓인 벌금이 2500만원가량이다. 노역은 복종의 의미가 아니다.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한 시간, 하루를 같이 살아갈 방법은 후원이라는 뜻이다(국민은행 477402-01-195204 박경석).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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