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4일은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MBC에서 해직된 지 1841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2012년, MBC 노조는 김재철 당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170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후유증이 컸다. 파업 도중에 정영하 노조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등 노조 집행부와 박성호 기자회장,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가 해직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정직 82명을 포함해 총 110명이 징계를 당했다. 최근에는 MBC 사옥에서 김장겸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한 김민식 PD가 ‘자택대기’ 발령을 받고 징계 위기에 처했다.

독자와 함께하는 ‘〈시사IN〉 인터뷰 쇼 시즌 2’의 인터뷰이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가 나섰다. 독자들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지에는 MBC의 현 상황과 언론 개혁에 대해 묻는 내용이 가득했다. 차형석·김은지 기자가 그 질문을 대신 물었다. 중간에 김민식 PD(〈내조의 여왕〉 연출)와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언론노조 MBC본부)이 ‘깜짝 출연’ 했다. 7월4일 서울 홍대 앞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시사IN〉 인터뷰 쇼 내용을 정리했다.

 

 


둘 다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도 아니었다. 진짜 왜 해직되었나?

최승호:저는 정말 이유가 없었다(이른바 ‘백종문 녹취록’에서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최승호·박성제는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현재 그는 MBC 부사장을 맡고 있다). 노조 조합원일 뿐이었다. 이번에 영화 〈공범자들〉을 만들며 백종문씨를 만났다. 만나서 물어봤더니 끝까지 이야기를 안 하더라. 나중에 이야기하자고(웃음).

박성제:저는 최승호 선배를 따라다니다 잘렸다(웃음).

최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있는데?

박성제:제가 해고당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동안 MBC 사측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을 탄압했다.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내리고 인사발령을 냈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특파원 발령이나 연수를 갈 때 조합을 탈퇴해야만 보내주었다. 이런 일들이 전부 부당노동행위라고 본다.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고용노동부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언론노조 MBC본부가 다시 특별근로감독을 신청했더니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김장겸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왜 그런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있다.

최승호:탄핵 국면에서 김장겸씨를 사장으로 ‘알박기’한 상태다(김 사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영화 〈공범자들〉 취재차 MBC를 갔다. 그때는 김장겸씨가 사장이 되기 직전이었다. 태극기 부대가 MBC를 에워싸고 ‘김장겸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김장겸씨는 아주 지독할 정도로 성향이 그쪽과 가깝다. 또 몇 년 동안 보도국 간부를 하면서 MBC 뉴스를 좌지우지했다. 그동안 다른 사장이 있었지만 그들보다 김장겸씨가 뉴스에 미친 영향이 훨씬 크다.

박성제:세월호 유가족들을 ‘깡패 집단’이라고 했던 인물이다.

MBC 사장을 임명하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해 궁금해한다.

최승호:이름을 잘못 지었다. 방송문화를 진흥하기는커녕 다 망쳤는데(웃음). MBC를 관리·감독하는, MBC 이사회라고 보면 된다. 9명으로 구성되는데 옛 여권, 그러니까 옛 새누리당과 청와대 쪽이 6명, 야권 측이 3명을 임명한다. 청와대가 MBC 사장을 낙점할 수 있는 구조다.

 

 

ⓒ시사IN 신선영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왼쪽에서 두 번째·세 번째)는 복직된다면 MBC로 돌아가 “뉴스를 재건하겠다”라고 말했다.


MBC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언론장악방지법’이 제출되었는데.

박성제:현재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인 6(청와대·여당 몫) 대 3(야당 몫) 숫자를 13명으로 늘려서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추천하고, 사장을 뽑고 해임할 때는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야가 협의를 해서 선출하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겠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런데 상임위(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도 통과를 못하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강효상(〈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박대출(〈서울신문〉 기자 출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언론 장악 시도’니 하면서 쌍심지 켜고 막는다(자유한국당에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최승호 PD는 영화 〈자백〉에 이어 두 번째 영화 〈공범자들〉을 연출하고 있는데.

최승호:영화 〈공범자들〉은 공영방송이 권력에 의해 어떻게 장악되어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준다. ‘싸움 일지’는 아니고, 악행을 보여줬던 캐릭터 중심으로 접근하는 영화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한다.

〈공범자들〉 주연은?

최승호:주연은 저고(방청객 웃음). 아무래도 진짜 주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 방송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인물이) 없을 거다.

박성제 기자는 해직 이후 수제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수백 번 사포질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렸다는 글을 본 적 있다.

박성제:2012년에 해고되고 나서 공방에서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만들었더니 돈 내고 사겠다기에 ‘그럼 이걸 팔아볼까’ 해서 시작한, 작은 스피커 회사가 ‘쿠르베’다. 조만간 책 한 권을 펴낸다. 손석희 JTBC 사장, 최승호 PD 등 언론인 9명을 인터뷰해서 쓴 책이다. 언론 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해직 이후 〈뉴스타파〉에서 일하고 영화를 제작하고 스피커를 만들고 있다. 복직은?


최승호:해고무효 소송 2심까지 승소했고, 대법원 계류 중이다. 우리 해직 언론인들은 대법원 판결문을 갖고 들어가고 싶다. 대법원 판결문은 2012년 김재철 사장의 공정 방송 파괴가 부당했고, 거기에 항의한 게 정당했다는 뜻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는 판결이 나면 언론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뉴스타파〉는 제가 자리를 비운다고 큰일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해직 언론인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이후에 여러 언론인들이 합류해서 일하고 있다.

박성제:복직하면 쿠르베는 다른 분에게 맡길 것이다. 나중에 은퇴하고 다시 해야죠. (복직 판결이 확정되면) 돌아가서 MBC 뉴스를 재건하겠다(방청객 박수).

김민식 PD가 여기에 왔다. ‘김장겸 사장 물러나라’는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를 했는데.

김민식:제가 회사에서 송출 업무를 담당한다. (파업 이후 방송 제작 업무에서 배제된) MBC 스타 언론인의 산실에 끼게 된 거다(웃음). 업무 때문에 MBC 뉴스를 다 봐야 한다. 어느 순간 위기감이 오더라. 제가 〈뉴 논스톱〉을 찍은 시트콤·코미디 PD인데, 뉴스가 너무 코미디더라. 뉴스를 보면서 많이 긴장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처음 해봤는데, ‘좋아요’ ‘하트’ 표시가 막 들어오는 거다. 이걸 하면서 느꼈다. ‘안에서 누군가 뭔가를 하기를 밖에서 많이 기다렸구나(김 PD는 인터뷰 쇼 현장에서도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춤을 췄다. 〈시사IN〉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보던 독자들은 하트 이모티콘을 실시간으로 날렸다).’

그 일로 인사위에 회부되었는데.

김민식:왜 대기발령인가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아무 이야기를 안 하더라. 인사위원회에 들어가 임원진 앞에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려고 했다. 인사위원들 앞에서 ‘김장겸 사장 물러나라’며 최초로 춤추는 PD가 돼보자 생각했다(방청객 박수). 그거 보면 임원진이 ‘얘는 송출 업무를 하면 안 되겠다’ ‘차라리 드라마를 시키자’ 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직 인사위에서 부르지 않고 있다.

암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의 근황은?(독자 질문)

박성제:얼마 전 보고 왔다. 잘 버텨서 관리를 하며 치료받고 있는 상황인데 살이 좀 많이 빠졌다. 탄핵 때 큰 항암제를 맞은 거 같다고 하더라. 김장겸 사장이 물러나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까(방청객 박수).

ⓒ시사IN 신선영게스트로 참여한 김민식 PD(맨 오른쪽)가 관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청자로서, 시민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독자 질문)

김민식: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은 한 명이라도 더 봐주었으면 해서다. 서울에만 900명 노조원이 싸우고 있다. 2012년 파업 집행부의 한 사람으로 죄책감이 있다. 그렇게 싸우고 5년 동안 깨졌는데 아직까지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싸운다. 이들에게 골든타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요’ 한번 눌러주고 SNS에 공유해주는 게 힘이 된다. 공유와 지지, 부탁한다(방청객 박수). 또 〈공범자들〉이 흥행작이 되었으면 한다. 최고의 지지는 ‘현찰’이다(웃음).

박성제:MBC가 너무 엉망이니까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시는데, MBC는 국민의 재산이다. MBC를 살리는 게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시민들에게 공영방송 살리는 걸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한경오’로 불리는 진보 언론에 대한 불만이 있다. 〈시사IN〉 논조도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절독’ 말고 기자들과 소통할 방법은 없는지?(방청객 질문)

박성제:민감한 문제다. 진보 언론 기자들 처지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어떤 신문이 특정 정치인에게 편파적으로 보도하고 특정 정치인에게는 긍정적으로 보도한다고 판단하려면 신문 전체를 봐야 한다. 편집은 어떻게 하고 헤드라인은 어떻게 뽑는지. 전체를 봐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안 본다. 주로 포털에 뜬 기사를 보고 판단하시는 것 같다.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진보 언론이 다른 언론보다 심하거나 보수 언론의 논조에 비교될 만큼은 아니라는 게 제 판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마땅하다면 행동하시는 것도 독자의 권한이다.

김민식:저는 좀 다른 의견이다. 옛날에는 신문 전체를 다 봤지만 요즘은 포털에 뜬 기사만 본다. 그러다 보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역으로 구독해서 전체를 보시라 말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스크린 캡처된 것만 보시고 MBC 뉴스를 비판하는데. 저는 일 때문에 아침부터 심야까지 MBC 뉴스를 다 본다. 그러면 저처럼 나와서 싸우게 된다(웃음).

김민식 PD는 다시 연출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방청객 질문)

김민식:드라마 보는 게 괴롭다(웃음). 잘 만들었으면 부럽고 못 만든 드라마 보면 ‘나 시켜주지’ 하는 생각이 든다. MBC가 최근에 스케일 큰 드라마를 한 적이 없다. 너무 ‘극성’이 강한 연속극만 한다. 막장이라고 욕을 먹으니 후배들도 괴로워한다. 연출을 하게 되면 회사 수익을 위해 극성이 강한 드라마를 하겠다. 이왕 버린 몸(웃음). 후배들은 좋은 드라마 하고. 아침 드라마에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해보는 게 꿈이다.

이 자리에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함께했다.

김연국:MBC는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언론사였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다. 1987년 이전만 해도 ‘땡전뉴스’를 해서 MBC 취재차량이 돌도 맞았다. 젊은 기자들이 자성해 1987년 12월에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낼 때마다 맞섰고 구속되었고 끌려갔다. 지금 너무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MBC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MBC에는 100명의 잠재적인 ‘손석희’가 있다. 전국의 1700명 조합원이 7년째 싸우고 있다. 광장을 메웠던 시민들이 다시 MBC 앞을 찾아주었으면 좋겠다.

김민식:오늘 제 춤이 좀 구렸다. 상암동 MBC 사옥 앞에 오신다면 엑소의 ‘칼군무’를 연습해 춤추겠다(방청객 박수).

박성제:요즘 이화여대생을 본받자고 말한다. 밖에서는 모르고 있었는데 안에서 이화여대생 수천명이 싸웠다. 나라를 구하고 학교를 구하고 총장도 갈아치우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총장을 세웠다. 우리도 그 이화여대생처럼 싸우겠다(인터뷰 쇼 동영상은 〈시사IN〉 페이스북 facebook.com/sisain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자명 차형석·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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