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과 자치 강화를 강조하면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 지방의회의 맏형 격인 서울시의회에서 지방분권 TF단장을 맡고 있는 신원철 의원(54)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모 출신으로 2010년과 2014년 서울 서대문 지역에서 선출된 그는 요즘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의 지방자치 관련 인사들을 두루 만나 ‘지방분권 7대 과제’를 설파하느라 분주하다.

신 의원이 보기에 지금은 지방분권을 강화하기에 ‘딱 좋은’ 시점이다. 무엇보다 자치단체장과 시·군·구 의원의 역할에 대한 시민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여의도 중심의 중앙정치에만 쏠리던 관심이 ‘내 삶과 직접 연관되는 일은 오히려 시·군·구 단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신 의원은 “우리 지역만 해도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의 80~90%는 구청 관할이고 이 과정에서 지방정부나 의회가 하는 일이 얼마나 자신의 삶과 더 밀접한지 주민들이 깨달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청와대나 국회에서 정책 역량을 쌓은 젊은 인재들이 대거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에 진출한 것도 변곡점이다. 이들이 개인 또는 연대를 통해 신선한 지역 정책들을 선보이면서 과거 지방 토호들이 장악하곤 했던 지방정부나 의회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지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문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고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기에 현행 제도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의회가 기껏 조례를 만들었는데, 상위법에 막혀 빛을 못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원인은 지방자치법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의회가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각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든 ‘여성전용 주차공간 지정’에 관한 조례만 해도 상위법에 구체적 규제 근거가 없어서 위반자들을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는 구절을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바꾸면 해결될 일이다.


국회의원은 유급 보좌관을 9명이나 둘 수 있는 데 비해 지방의원은 한 명도 둘 수 없는 현실도 한계다. 신 의원은 “혼자 민원인 만나고 전화 받고 행사 참석하고 회의 들어가고 하다 보면 정책이나 예산안 챙길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광역의원 한 명이 심의하는 1년 예산이 약 2420억원인데 그 심의만 꼼꼼히 해도 전문 보좌관 1명 정도 채용할 비용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 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는 지방의회 직원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는 것이나, 자치단체장이 임명한 지방 공기업 사장이나 출연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은 지방정부와 의회의 상호 견제와 건강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신 의원은 “관련 법을 조금씩만 손보면 되는데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들이 가장 미온적이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이 자치분권 비서관을 두는 등 분권과 자치를 강조해 기대하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헌법 제1조를 ‘대한민국은 자치분권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바꾸고 싶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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