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다닌 단골 술집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드나들었고, 홀로 바에 앉아서도 꽤 술을 마신 집이다. 열혈 단골 중 일부는 이 술집의 인테리어인 양 ‘가구’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이야 술을 줄였지만, 나도 한때는 그런 가구였다.
바에 앉아 하루의 노곤함을 술로 날려버리면서 수다를 떨곤 했다. 술집 주인은 책 만드는 일을 하는 나에게 낮에 읽은 책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고 요즘 쓰고 있다는, 술집에 관한 글에 대해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나는 편집자답게 이런저런 조언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농담처럼 건넸다. 그 글을 이후 가제본 형태로 받아보았다. 키득거리며 읽었다.
그것을 내가 책으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편집자이긴 하지만, 그곳에서의 나는 엄연한 ‘손님’이었으니 말이다. 17년간 서울 종로에서 술집을 운영한 이야기. 자영업자의 성공담이었다면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부류의 책이 아니라 출간을 접었을 것이다.
자그마치 17년간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술집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얼마나 다사다난했겠는가.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사람들에게 틀어주는 생활. 어떤 사람들에게 이는 하나의 로망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재미난 일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나로서는, 도무지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책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종종 흥미진진하거나 감동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 일을 견디고 나아가기 위해 소소하게 좌절하고 몸으로 때우며 고군분투하는 일상. 그래서 가끔은 다 때려치워버릴까 생각도 하는 그런 삶. 일이 마냥 좋다고 방실방실 웃으면서 얘기할 수도 없고, 마냥 지옥 같다고 울상을 지을 수만도 없다. 〈한 잔만 더 마실게요〉에 담긴 것 역시 그런 복잡다단한 17년의 하루하루다. 자영업자의 진짜 삶이 궁금하다면, 한번 들춰보시길. 아참, 책을 읽다 술이 당기는 건 덤이려니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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