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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에 대항한 ‘조직화된 자영업자’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사례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미스터피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가맹점주를 압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동인 기자 astoria@sisain.co.kr 2017년 07월 17일 월요일 제5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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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가 피자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체제의 첫 공개수사다. 검찰은 가맹점주들이 그동안 제기해온 문제를 주요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정우현 전 회장 등 오너 일가 명의로 된 회사를 중간업체로 끼워넣어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챙기고, 가맹 해지당한 전 가맹점주협의회 간부의 점포 인근에 보복성 직영점을 내고, 가맹점에 과도한 광고비를 떠넘기고, 회장 자서전을 가맹점이 구매토록 강요한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6일 ‘갑질 논란’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정우현 MP그룹 전 회장(가운데)이 구속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도 드러났다. MP그룹 본사가 각 가맹점에 ‘간판 교체’를 강요한 정황도 추가로 알려졌다. MP그룹은 가맹점에 간판 교체 비용으로 약 1000만원을 요구했는데, 이 돈이 흘러 들어간 간판업체는 정우현 전 회장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7월4일 정우현 전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공정거래법 위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정 전 회장은 7월6일 구속됐다.

검찰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세청도 프랜차이즈의 갑질 단속에 나섰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라고 밝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는 가격을 올린 BBQ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또 매출액을 부풀려 가맹점을 모집한 릴라식품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국세청도 프랜차이즈 업계 오너 일가의 탈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갑질에 대한 전방위 압박은 새 정부의 기조와 일치한다. ‘갑질 근절’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첫 페이지에 올라 있는 이슈였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공약 세부사항 중 하나인 ‘가맹본사의 보복 조치에 대한 처벌 강화’는 최근 문제가 된 MP그룹의 주요 혐의와 맞닿는다. 그동안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이하 미가협)’를 중심으로 공정위와 언론에 꾸준히 갑질 문제를 고발해왔다. 가맹점주들은 이미 지난해 7월, 광고비 배임횡령 혐의로 정우현 전 회장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가맹본사-가맹점주의 관계는 ‘갑을 관계’에 가깝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가맹본사의 노하우와 가맹점주의 자본이 결합하는 사업 모델이다. 하지만 가맹점주가 들인 자본(점포 권리금, 가입비 등)은 대개 본사-점주 관계에서 ‘볼모’가 되기 십상이다. 계약해지 권한을 사실상 본사가 남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매월 요구하는 각종 비용에 대해서 개별 자영업자가 ‘부당하다’고 반박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미스터피자 점주들이 그나마 ‘본사 갑질’에 오랫동안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조직화가 잘 되어 있는 덕분이었다.

‘본사 갑질’에 대항할 수 있었던 비결, 조직화

미스터피자 갑질 문제에 점주들이 본격적으로 공동 대응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계약 기간 축소 문제가 도화선이었다. 가맹본사가 점주와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줄이려 하자, 점주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회원과 참여연대, 민변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과 전·현직 경영진이 가맹점주 단체의 선거와 자치 활동에 개입했다며 기자회견을 한 뒤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17.7.11
원래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10여 년 전부터 ‘미스터피자 발전협의회’라는 친목·협력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입률은 80~90%에 달했다. 그러나 본사의 계약기간 축소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좀 더 조직화된 대응체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미가협을 출범시켰다. 마침 파리바게트 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해 프랜차이즈 외식산업 일각에서 가맹점주협의회가 속속 생겨나던 무렵이었다.

점주들이 조직화하자, 가맹본사는 가맹계약 갱신을 무기로 미가협 지도부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아무개 전 미가협 회장을 비롯해 10여 명이 계약해지를 당했다. 공정위에 가맹본사를 신고하는 한편, 국회와 언론에 도움을 요청했다. 갈등이 지속되던 끝에 2015년 8월, 김기식 당시 국회의원의 중재로 미스터피자 본사와 미가협 간 상생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미가협과 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 광고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식자재 공급 금액을 낮출 것 등이다. 하지만 당시 맺은 협약을 본사가 이행하지 않았고, 갈등 국면은 지속되었다.

상생협약이 사실상 백지화된 2016년에도 가맹본사의 여러 의혹은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드러났다. ‘치즈 통행세’ 문제도 이때 불거졌다. 시중에서 유가공업체로부터 10㎏당 7만원 남짓에 구매할 수 있는 치즈가 가맹본사에서 납품받을 때에는 9만2950원으로 뛰었다. 검찰은 당시 정 전 회장이 ‘치즈 통행세’로 빼돌린 이익이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이 미가협 소속 가맹점주들에게 막말을 한 내용도 이 무렵 폭로됐다.

MP그룹으로부터 가맹 계약을 해지당한 점주들은 꾸준히 가맹본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대안 공동체를 만들었다. 가맹본사의 중간 마진을 줄이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맛 좋은 피자를 공급하겠다며 ‘피자연합’이라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가맹본사의 계약해지로 미스터피자 간판을 떼야 했던 일부 점주들은 피자연합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미스터피자 가맹본사는 여기에 ‘보복 출점’으로 대응했다. 문제가 된 동인천점과 이천점 모두 기존 점주의 피자연합 매장 인근에 직영점을 연 경우다. 다른 지역 미스터피자 지점에 비해 피자 가격을 더 싸게 공급하거나, 서비스 메뉴를 추가하는 식으로 피자연합 점주들을 압박했다. 점주들은 ‘피자연합 재료 납품업체에 미스터피자가 압력을 가한 정황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시사IN 이명익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주를 압박하기 위해 열었던 동인천점의 영업을 최근 종료했다.

이 아무개 전 미가협 회장의 자살을 이러한 보복 횡포 때문이라고 보는 미가협 회원들이 많다. 피자연합 설립 주역이자, 미스터피자 동인천점을 운영했던 이 전 회장 역시 계약해지 이후 미스터피자 본사가 인근에 직영점을 세우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본사와의 싸움을 이끌던 이 전 회장의 죽음은 다른 점주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 전 회장과 피자연합 출범을 준비했던 한 점주는 “이 전 회장이 죽고 나서, 안방 화장실같이 구석진 공간에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 충격적이고 괴로운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점주가 현행법상 본사의 횡포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공정위나 검찰에 고발·고소하는 것(사후 행정조치), 그리고 가맹점주 단체를 조직해 단체협약을 맺는 방식(사전 단체교섭)이다. 이 중 후자 방식은 법적 근거를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2013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으로 가맹점주 단체 설립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 단체는 가맹본사에 가맹계약 변경 등 거래 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가맹점주의 단체활동에 대해 본사가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또한 본사와 점주 단체 간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도록 공정위가 권장 조치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법 개정의 골자였다. ‘조직화’와 ‘상생협약’이라는 대응책이 생긴 셈이다.

ⓒ연합뉴스
2016년 4월6일 MP그룹(당시 MPK그룹) 본사 앞에서 가맹점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이 실제 조직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영업자의 조직화(점주 협의회)’는 ‘노동자의 조직화(노조)’와 달리 구성이 쉽지 않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인 데다, 물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점주협의회 대표는 “영세한 프랜차이즈 매장일수록, 지방에 있는 매장일수록 사장이 직접 가게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를 잠깐 다른 사람에게 맡겨두고 모임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로 상생협약 효력 발휘하기 시작


가맹본사의 보복이 두려워 활동을 주저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한 가맹점주협의회 대표는 “가맹점주협의회를 주도하는 점주에게는 본사가 각종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위생점검이 한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데, 협의회 관계자들의 매장에는 수시로 나오기도 한다. 가장 큰 압력 수단은 재계약 거부다. 한 피자 프랜차이즈 점주협의회의 경우, 집행부 세 사람이 모두 재계약을 거절당했다. 지금은 배달대행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계약기간 갱신을 거절당하는 사례 외에도, 본사가 점주에게 상표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김밥 전문점 ‘바르다 김선생’의 경우 가맹본사가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의 매장에 상표사용금지 가처분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바르다 김선생’이 제기한 소송 참조).

ⓒ시사IN 이정현

공정위원에 따르면 2012년 전국 3311개였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16년 5273개로 약 1.6배 증가했다. 가맹점 수 역시 2012년 17만6788개에서 2016년 21만8997개로 4년 새 4만2209개나 늘었다(증가율 23%). 그러나 이 가운데 ‘가맹점 조직화’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점주 단체는 현재까지 40여 개에 불과하다. 가맹점주 단체의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직화 확대는 걸음마 수준이다.


조직화에 성공하더라도 가맹본사와 대등하게 대화 테이블에 오르기란 쉽지 않다. 가맹거래법에 명시된 ‘상생협약’은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보니, 가맹본사가 협약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법원이 상생협약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 판결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6월20일 서울중앙지법은 피자헛 가맹점주 김 아무개씨가 제기한 가맹사업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자헛과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 2015년 10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중재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체결된 내용 중 ‘가맹사업법 13조에 명시된 사유가 아니라면 10년 후에도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는데, 피자헛이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일방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법원은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가 피자헛 본사와 맺은 상생협약의 효력을 인정하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종보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상생협약 체결 당사자 간의 계약적 효력(채무적 효력)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상생협약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음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생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누가 어떻게 중재하느냐도 논란이 된다. 미스터피자의 경우, 2015년 8월 김기식 당시 의원의 중재에 성공했지만, 결국 체결 이후 협약이 이행되지는 않았다. 올해 4월 서울시가 다시 중재에 나선 후에야 미스터피자와 가맹점주 간 협약 체결이 재차 이뤄졌다. 상생협약은 원래 공정위에서 전담해야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종이 늘면서 공정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14년 기준 572건에 달했다. 10년 전인 2004년 218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조정 신청은 늘었는데 담당 인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공정위에서 가맹사업법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와 시정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거래정책국 가맹거래과 직원은 과장을 제외하면 10명(사무관 4명, 조사관 3명 등)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중재에 나서는 일이 반복된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적극적이다. 민생 소관 부서를 만들고 자체적으로 중재 업무를 떠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아예 공정위의 조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확대 부여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공정위에 독점적으로 부과한 조사권·조정권·고발요청권을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에 일종의 ‘병목현상’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로 갑질 단속권을 넓히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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