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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오프라인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아마존이 미국 전역에 점포 460여 개를 둔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충격을 주었다. 아마존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거론된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webmaster@sisain.co.kr 2017년 07월 13일 목요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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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도서판매업’으로 출범한 뒤 혁신적인 사업 다변화를 통해 시가총액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업체로 성장했다. 이런 아마존이 최근 미국 전역에 점포 460여 개를 둔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를 137억 달러(약 15조6300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을 경악시켰다. 거의 모든 유통업체가 아마존의 사냥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하듯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 발표 당일, 식료품업계의 시가총액이 290억 달러 규모나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편의점 체인인 CVS와 월그린, 산업자재 유통업체인 HD 서플라이, 자동차 부품 체인 오토존 등을 아마존의 다음 타깃으로 꼽고 있다. 심지어 온라인 대부업체인 랜딩클럽까지 아마존의 잠재적 인수 대상으로 거론된다.

종업원 3만4000여 명을 거느린 아마존은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 834억 달러로 시가총액이 4651억 달러(6월28일 종가 990달러 기준)에 달하는 공룡 기업이다. 1997년 상장 당시 아마존의 주식 가격은 주당 18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엔 온라인 소매에서만 630억 달러 규모의 매출로 이 부문 시장의 43%를 점유했다. 10대 온라인 소매업체 가운데 단연 선두로 나머지 9개 업체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아마존 하나를 따라잡지 못한다. 아마존은 최근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의류업체인 나이키를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등 독보적 시장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Bloomberg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기 전에 입어보게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아마존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계속하면서 최근에는 ‘아마존 생태계’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미국인의 소비생활이 사실상 아마존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 기업 분석기관인 디퓨전 그룹의 마이클 그리슨 연구국장은 <유에스에이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TV 방송은 물론 식료품과 금융, 보험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거의 모든 소비행위가 하나의 회사에서 이뤄진다고 상상해보라. 그 상태가 바로 아마존의 위험성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도서 부문의 경우, 매년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가운데 아마존을 통해 유통되는 비중이 52%에 이른다. 특히 전자책은 전체 판매량 4억 권 가운데 75%, 오디오북은 5000만 권 가운데 무려 95%가 아마존에서 판매되었다. 소비문화의 핵심이라 할 의류 사업 분야에서도, 아마존이 최근 출범시킨 온라인 쇼핑 서비스인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가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프라임 워드로브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캘빈 클라인, 리바이스 등 브랜드 옷을 여러 벌 주문해 일주일간 입어본 뒤 원하지 않는 옷은 언제든 무료로 반송할 수 있도록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도모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매장에 가지 않고도 여러 벌의 브랜드 의류를 주문한 뒤 마음에 드는 것만 골라 살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3~4벌 구입엔 10%, 5벌 이상 구매엔 20% 할인 혜택도 부여했다. 아마존의 온라인 의류 시장점유율이, 프라임 워드로브 출범을 계기로 지난해 6.6%에서 올해는 8.2%, 5년 안에는 16%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비디오 스트리밍 부문에서도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유료 사용자 4800만명을 확보한 넷플릭스가 시장점유율 65%로 압도적 1위다. 그러나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도 유료 사용자를 3000만명 확보하고 있는 데다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넷플릭스의 아성을 위협한다. 특히 프라임 비디오는 판매 다변화 차원에서 독일어와 일본어, 한국어 버전의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마존의 최강 무기는 ‘프라임 회원제’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던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로 ‘아마존 생태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식료품업까지 진출한 것이다. 홀푸드의 시장점유율은 최근까지 1.2% 정도에 불과했다. 14%의 월마트는 물론 2위인 식품업체 크로거(7%)에 비해서도 한참 뒤진다. 하지만 아마존에 인수된 홀푸드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아마존은 과격한 가격 인하 정책으로 홀푸드의 약점(비싼 가격)을 제거할 것이다.

더욱이 아마존은 홀푸드 인수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갖게 되었다. 미국 내 42개 주는 물론 캐나다와 영국까지 퍼져 있는 홀푸드 460개 매장을 통해 에코, 파이어 TV, 전자책 킨들 등 자사의 인기 상품도 판매할 것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오프라인 식료품 매장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열었지만 수백 개 매장을 가진 홀푸드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아마존이 이처럼 일반 소비생활 깊숙이 파고들면 들수록 ‘아마존 생태계’의 범위도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Whole Foods Market
아마존은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위)를 137억 달러(약 15조6300억원)에 전격 인수해 유통업계 전반을 경악시켰다.

아마존이 장착한 무서운 무기는 ‘프라임 회원제’다. 연간 99달러만 내면 어떤 상품이든 주문 이틀 내로 수령 가능한 데다 영화와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은 4월 현재 4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년 동안 2배로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아마존의 무차별적 유통업 진출로 기존 업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 백화점인 시어스는 올해 말까지 260개 지점을 폐쇄할 계획이다. 100년 전통의 백화점 체인 JC 페니도 최근 138개 매장을 닫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아동복 전문 업체 짐보리는 14억 달러 규모의 채무를 견디다 못해 최근 전체 1281개 점포 중 최대 450개를 폐쇄하는 감축안을 마련한 뒤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그 밖에도 미국 내 300여 개 소매업체가 파산 위기에 몰려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마존이 진출하지 않은 사업을 찾는 게 힘들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앞으로 독점에 따른 심각한 폐해가 불거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끝없는 사업 확대를 막으려면 결국 독점금지법(반독점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행 독점금지법은 ‘시장 지배력의 비대화’ 자체보다 ‘소비자 피해 여부’를 훨씬 중시한다. 즉, 특정 기업이 인수 혹은 합병을 통해 몸집이 불어나거나 시장 지배력이 커져도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규제 당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지닌 구글, 페이스북 등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데다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논리로 독점금지법을 우회해왔다. 시장 지배력만 보고 규제하면 기업의 우수성과 효율성을 징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아마존 역시 양질의 고객 서비스와 ‘소비자에게 유리한 가격’을 강조한다. 아마존은 매출액에 비해 순이익은 미미한 편이다. 광고와 인프라 투자, 가격 할인 등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5년 중에서 2년간 적자를 기록했고, 최고 순이익 규모도 순매출의 1% 미만이었다. 하지만 반독점 운동가인 리나 칸은 최근 <뉴욕 타임스>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아마존은 ‘소비자 복지’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면서도 정부의 반독점 칼날을 피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유구한 반독점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 정신을 되찾지 못한다면, 아마존이 전례 없는 시장 지배자로 등극하는 사태를 저지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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