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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첫 단추, 자사고·특목고의 운명은?

특목고·자사고가 대학 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목고·자사고 폐지’ 관련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한 교육개혁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 2017년 07월 13일 목요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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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국제고 포함) 폐지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이 뚜렷하게 반영된 정책인 데다 교육개혁의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작은 6월9일 보수와 진보 교육감이 모두 속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5대 선결과제 중 하나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등학교(외고) 폐지를 요구”하면서부터다. 이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도내 자사고와 외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역시 5월18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원탁토론아카데미 초청 강연회에서 “현재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나 자사고는 대학 입시를 위한 예비고로 전락한 상황이다. 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라고 밝히며 의지를 확고히 했다.

ⓒ연합뉴스
특목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6월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 모여 ‘자사고 폐지 결사반대’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2014년, ‘자사고·외고 폐지 및 일반고 전성시대’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월28일, 2015년 학교 운영성과 평가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아 2년간 지정 취소가 유예된 국제중·자사고·외고 5개를 재지정했다. 조 교육감은 “현행법상 시도 교육감의 권한으로는 실제적인 체제 개편이 어렵다고 판단한다. 신임 교육부 장관 취임 후 구체적인 로드맵 아래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자사고·외고 폐지 논쟁은 예견된 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평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고교 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겠다.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된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사고·특목고에 부여된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애고 동시 선발을 통해 일반고로 전환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자사고 지정 취소 시 교육부 장관 ‘동의’ 받아야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전국 외고와 자사고 교장 및 학부모들이 반발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은 6월26일 항의의 뜻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여 “지난 8년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온 자사고를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바닥 뒤집듯 없앤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하다”라며 폐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시사IN 신선영
6월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015년 자사고·외고 지정 취소가 유예된 5개 학교를 재지정했다.

이들 학부모의 단체 행동을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6월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사고·외고 등 소위 ‘특권 고교’들처럼 성적과 부모 배경이 비슷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분리 교육’ 학교 체제는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하고, 이질적 집단 속에서 협업 능력을 길러내는 국제적 흐름에 배치된다”라고 밝혔다. 자사고 학부모들과 교장단 등 이해당사자들을 향해서는 정책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고교 입시를 앞둔 중학생 학부모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사교육업체가 주최하는 자사고·외고 입시 설명회를 찾고 있다(40~41쪽 기사 참조).

자사고와 외고 모두 고교 평준화 제도(교육 여건을 평준화해 학교 간 격차를 없애는 정책)가 가진 획일성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특히 자사고는 세계화를 주창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다양성·자율성 등 신자유주의 교육 이념을 강조한 ‘5·31 교육개혁’을 토대로 구상되었다. 2003년 6개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정책 이후 대거 늘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자사고 지정 운영에 관한 규칙’이 제정된 후 2009년 25개의 자사고가 생겼다. 현재 전국에서 46개 자사고가 운영되고 있다. 설립 목적(사립 고등학교의 건학 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 재정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따라 학생 선발권·교육과정 등의 권한을 학교에 부여하고 있다.

그에 앞서 만들어진 외고는 1982년, 교육부가 만든 ‘영재교육 종합방안 추진계획’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계기로 과학과 외국어 분야의 영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가 만들어졌다. 1984년 대일외고와 대원외고가 처음으로 지정되었다. 현재 외고는 전국에 31개다. 국제 관계에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1998년 처음 개교한 국제고는 전국에 7개가 설립되어 있다.

이들 학교가 본격적으로 폐지 여론에 직면한 것은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공약을 앞세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부터다. 선거 직후인 2014년 8월 경기도교육청은 자사고 평가에서 미흡한 결과를 받은 안산동산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조희연 교육감의 취임 후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 자사고를 재평가해 14개 학교 중 8개교의 지정 취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당시 박근혜 정부 아래 교육부의 시정 명령으로 좌절되었다. 이후 시도 교육감이 자사고 및 외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이전엔 ‘협의’)’를 받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변경되었다.


자사고·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고교 서열화·사교육 증가 등 현행 교육제도가 지닌 부작용의 주범으로 이들 학교를 지목하고 있다. 자사고와 외고가 각각 ‘교육과정의 자율과 다양성’과 ‘외국어 인재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입시 명문고’로 변질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6학년도 주요 대학 신입생의 출신 학교를 보면 서울대는 특목고·자사고 출신이 약 43%로 일반고 출신(48%)과 비슷하게 나온다. 전체 고등학교 중 이들 학교의 비율이 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은 수치다. 연세대(49%)와 서강대(47%)도 일반고 출신 신입생 비율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시사IN 이명익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자사고·외고를 일시에 폐지하기보다 단계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는 자사고·외고가 성적 우수자를 독점해 일반고를 황폐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사고 설립 이후, 일반고의 학습 분위기가 급격히 저하되었다는 주장이다. 국회 혁신교육포럼 토론회 자료집에 보면 2010~2014년 중학교 내신 10% 이내 비율에 속하는 성적 우수자가 자사고는 23~39%에 달했지만 일반고는 8.4~9.2%에 그쳤다. 일반고보다 3배가량 높은 등록금과 경쟁적인 사교육이 위화감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형나 경희대 교수(국제학부) 등이 발표한 논문 ‘대학 입시에서의 고등학교 프리미엄과 프리미엄 확보를 위한 사교육 지출(2014년)’에서는 학습 능력과 무관하게 학부모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연구진은 “소득 불균형이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라고 결론 내렸다. 부자 부모(소득 불균형)→명문대 진학→대기업 취업 등의 고리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필수인 자사고·외고가 중학교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폐지 이후 나타날 강남 8학군의 부활 가능성과 하향평준화 부작용을 언급한다. 자사고가 해외 유학을 억제하고 지방 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어왔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 재정의 절감 효과 같은 순기능과 구성원의 만족도를 무시한 채 ‘강제적 평등’을 통해 다시 한번 평준화 체제로 되돌리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 조처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학력 사회라는 근본 원인을 두고 자사고·외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반발한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흐름을 막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중 13곳이 진보 성향 교육감인 데다 이번 정부의 기조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번 결정이 한발 물러선 조처라는 비판에 “방법과 경로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다며 폐지 입장을 공고히 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시행령 개정과 고교 입시제도의 수정을 꼽을 수 있다.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안은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의 설립 및 선발 시기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이다. 일괄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을 꾀할 수 있지만 일거에 존립 근거를 지우는 방식이라 반발이 예상된다. 그다음으로 5년 주기의 평가 시기가 도래하는 학교부터 연차적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교육청이 평가 기준을 강화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행령에 정책 일몰제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고입 전형에 우선 선발권 없애겠다”

법령 개정과 동시에 고입 전형 개선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고입 전형은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학생들은 전기에 특목고·자사고·특성화고를, 후기에 일반고를 지원할 수 있다. 전기에 응시한 탈락자들과 미지원자만이 후기고를 지원하기 때문에 후기고 지원 학생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하다. 특목고·자사고·일반고를 같은 시기에 선발할 경우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정부도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IN 신선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6월28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외고 등 소위 ‘특권 고교’들은 사회통합 질서에 역행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 4월 <시사IN>과의 인터뷰(제502호 ‘학벌주의 일단 멈추시오’ 기사 참조)에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자사고·외고를 일시에 폐지하기보다 단계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외고·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고, 가려는 학생들도 있고,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서서히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법으로 가야 하는데 1단계로 입시 제도를 바꾸겠다는 거다. 지금은 전체 특목고나 자사고가 1차 지원 대상인데 그게 아니라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만 1차 입시 학교로 하고 2단계에서 일반고와 똑같이 외고나 국제고, 자사고 입시를 하겠다. 그리고 3단계로는 1~2단계에서 채워지지 않은 학생을 다시 배분하는 방식으로 가겠다.” 우선 선발권을 없애는 방식이다. 이 밖에 자사고와 외고의 학생을 추첨제로 뽑아 학교의 선발권을 제한하는 방식도 논의 중이다. 어떤 경우에도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기존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전제는 그대로다.


자사고·외고 관련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교육개혁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입시제도의 개혁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어서 머뭇거릴 경우 이후의 교육 과제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령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의 절대평가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그 경우 변별적 지표가 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지금처럼 자사고·특목고가 ‘상위권 학교’라는 전제가 깔려 있을 경우 평가가 올곧이 반영되기 어렵다. 자사고·외고 정책이 나머지 개혁 과제와 엮여 있는 셈이다. 인사 청문회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입장을 재확인한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신설해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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